롯데의 ‘피 끓는 청춘’, NEW의 ‘남자가 사랑할 때’, CJ의 ‘수상한 그녀’, 쇼박스의 ‘조선미녀삼총사’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

아직도 안개 속이다. 갑오년 극장가의 첫 번째 차림표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극장가를 주도할 킬러 영화가 보이지 않는다. 만듦새들이 고만고만하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편의 영화가 독주하기보다는 여러 영화가 파이를 나눠 갖는 춘추전국시대가 될 거라는 게 중평이다. 콩 한쪽이라도 나누면 좋지 않겠느냐고? 영화 흥행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시선을 끄는 영화가 있어야 극장에 관객이 몰리는 법이다. 한편의 기대작으로 인해 경쟁 작들이 동반상승하는 오버 플로 효과가 있어야 판이 커진다. 이러다가 떡국 대신 충격을 먹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들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계는 명절 특수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는 분위기다.

설날에는 역시 코미디?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각 배급사들마다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좌판을 벌써부터 깔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이종석 박보영을 80년대로 보낸 ‘피 끓는 청춘’을 CJ엔터테인먼트는 심은경의 원맨쇼가 돋보이는 ‘수상한 그녀’를 NEW는 황정민 한혜진의 ‘남자가 사랑할 때’를 22일 출격시켰다. 쇼박스의 ‘조선미녀삼총사’가 29일 가세하면 스크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예정이다. 명절단골손님 성룡도 신작 ‘폴리스 스토리 2014’를 들고 나온다. 1977년부터 설날에 개봉한 성룡의 영화는 무려 15편. ‘폴리스 스토리 2014’의 가세로 16편으로 늘었다. 대단한 기록이다.

2006-2013년 설 극장가 흥행 1위 영화들

역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코미디다. 청춘물(‘피 끓는 청춘’), 사극(‘조선미녀삼총사), 드라마(‘수상한 그녀’)라는 장르를 입고는 입지만 근간은 모두 코미디다. 이유는 간단하다. 코미디적인 요소가 있는 영화가 흥행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감동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이는 지난 10년간의 설 흥행 추이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액션+코미디’(‘투사부일체’, ‘원스 어폰 어 타임’), 사극+코디미(‘조선명탐정’), 드라마+코미디(‘1번가의 기적’ ‘댄싱퀸’, ‘7번방의 선물)들이 설날 극장가를 장악했었다.

황정민의 눈물 통할까? ‘변호인’ 뒷심도 궁금

이 데이터로 보면 정통멜로 ‘남자가 사랑할 때’가 다소 불리해 보인다. 실제로 설과 함께 극장가 대목으로 꼽히는 추석에 나온 멜로물 ‘시월애’(2000), ‘봄날은 간다’(2001) ‘외출’(2005)이 기대해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둔바 있다. 하지만 틈새시장이라는 게 있으니 모를 일이다. 게다가 ‘너는 내 운명’을 통해 멜로 ‘킹’ 자리에 앉았던 황정민이 있다. 황정민의 눈물은 이번에도 진짜 같다.

문제는 앞에서 언급했듯, 모습을 드러낸 작품들이 고만고만하다는 점이다. 뚜렷하게 눈에 띄는 작품이 없다는 것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변호인’에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12월에 개봉했다가 설날에 뒷심을 발휘한 ‘왕의 남자’(2005) ‘미녀는 괴로워’(2006) ‘과속 스캔들’(2008) ‘쌍화점’(2008)의 계보를 ‘변호인’이 이을 것으로 보인다. ‘남자가 사랑할 때’와 ‘변호인’을 손에 쥔 NEW가 상영관을 어떻게 조율할지도 흥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2일 오전 11시 영진위 기준, 예매율



‘겨울왕국’, 단순 복병이 아니다!

복병…을 넘어 강호의 향기를 풍기는 영화도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그 주인공이다. 개봉 이후 입소문이 심상치 않더니 예매율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의 실시간 예매율 집계에 따르면 22일 기준 예매율 1위다. 배급사들 사이에서 이미 가장 경계해야 할 영화 0순위로 떠올랐다. 만약 ‘겨울왕국’이 설 극장가를 접수한다면? 한국영화는 ‘적벽대전 최후의 결전(2009)’ 이후 5년 만에 외화에 설 연휴 최고 자리를 내주게 된다. 2000년대 들어 외화가 설 극장가 정상에 오른 것은 ‘영웅’(2003)과 ‘적벽대전’ 딱 두 편 뿐이다. 과연 롯데, CJ, NEW, 쇼박스가 ‘겨울왕국’의 흥행세를 꺾을 수 있을까? 네 배급사 중에서는 과연 누가 가장 크게 웃게 될까.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제공. 롯데, CJ, NEW,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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