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서경석(왼쪽부터)과 신형관 상무, 김용범 CP, 나영석 PD, 이명한 국장, 그리고 MC 이승기

‘창의성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것 자체가 우문일 수 있다. 그것이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없을 뿐더러, 그 정의를 듣는다고 바로 내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지 않나. 하지만 분명 창의성이라는 이름 앞에 서서 대중 트렌드를 이끌고 가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을 만나면 이런 우문을 한 번쯤 던져보고 싶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취업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내 꿈을 이뤄내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는 대학생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창의성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에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21일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CJ 크리에이티브 포럼에는 KBS 시절 ’1박2일’의 전성기로 ‘해피선데이’를 이끌었고, 퇴사 이후 CJ E&M으로 이적 후 처음 선보인 tvN ‘꽃보다 할배’로 실버 예능 열풍을 몰고오며 그야말로 전국민이 다 아는 PD가 되어버린 나영석 PD가 참석했다. 또 CJ E&M의 또 다른 채널 Mnet의 총괄 상무로 아시아 최대 음악축제 MAMA를 비롯한 ‘슈퍼스타K’ 등의 굵직한 프로젝트를 이끈 신형관 상무와 ‘슈퍼스타K’ 시리즈와 ‘댄싱9′의 연출을 맡은 김용범 CP, 그리고 tvN 채널의 기획제작 총괄로, ‘응답하라’ 시리즈의 열풍과 ‘꽃보다’ 시리즈의 인기를 몰오곤 이명한 국장 등이 자리해 각자가 생각하는 창의성(크리에이티브)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들을 향한 관심을 확인시켜주듯, 강당은 대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창의성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이 던져지자 네 명의 연출자들은 각자 나름의 대답을 들려줬다. 이 대답은 연출자 개개인의 색깔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 됐다.

#신형관 PD-크리에이티브란 부지런함

먼저 신형관 PD는 “크리에이티브란 부지런함이다. 보통은 이런 창의성이 타고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는 일부분 동의하면서도 100% 동의하지 못한다”라며 “어느 순간 갑자기 생각이 떠오르기 앞서 온종일 끊임없이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 만약 크리에이티브란 것이 타고나는 것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억울한가.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부지런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대강당을 채운 대학생들에게 “남들보다 인문학이나 콘텐츠를 많이 접해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며 “‘나는 내 자신과 한 약속을 절대 어기지 않는다’는 일본의 천재 타자 이치로의 말을 좋아한다”고도 덧붙였다.

#김용범 CP-크리에이티브란 믿고 끌고 갈 수 있는 힘

김용범 CP는 “믿고 끌고 갈 수 있는 힘 자체”를 창조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내가 진짜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고 그것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믿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잘 만나 기회를 잘 만나게 되면 끌고 나갈 수 있다”는 현실적인 말을 했다. 이어 사실은 ‘슈퍼스타K’는 자신이 하고 싶어했던 프로그램은 아니라면서 “처음에는 시키는 회사에 반항도 했었는데, 좌충우돌 하면서도 기회를 잡았을 때 밀고 가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나영석 PD-크리에이티브란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것

나영석 PD는 “이런 질문을 많이 받지만 사실 저희들 역시도 정답은 모른다”라며 “창조라는 것은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것이다. 나중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현실로 구현해내기 전에는 아무도 이해를 하지 못한다. 프로그램 역시도 끝나고 나면 다들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시작 단계에서 보여줄 때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믿음을 가지고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 크리에이티브 아닐까? 또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잘 하는 것을 알아야하고 대중이 원하는 것도 알아야 한다. 교집함은 분명 있다. 그것을 발견한 뒤에는 뚝심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명한 국장-크리에이티브란 사람을 이해하는 것

이명한 국장은 “연출자는 결국 자신의 콘텐츠로 대중과 소통하게 되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로 만들어서 전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콘텐츠다”라며 “요즘 프로그램을 보면 정서가 있다. 스토리나 구성 등보다 더 상위 개념에 있는 것이 정서인데, ‘응답’ 시리즈도 ‘꽃할배’ 시리즈도 모두 그런 나름의 정서가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또 ‘SNL코리아’ 역시도 나름의 B급 정서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대중 정서를 정확히 이해하고 움직일 수 있는 자질을 가진 크리에이터가 요즘 가장 핫한 디렉터 아닐까”라고 말했다.

MC 서경석(왼쪽부터)과 신형관 상무, 김용범 CP, 나영석 PD, 이명한 국장, 그리고 MC 이승기

네 명의 연출자들은 대학생들에게 학점을 높일 것, 토익을 잘 볼 것 등 소위 스펙이라고 불리는 것들에 대한 조언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우리는 음악을 많이 들었고, 인문학을 많이 접했으며, 다들 무언가 한 개 이상에 몰입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뚝심과 기본이다. 우리가 오늘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갑자기 음악을 듣거나 연극을 하거나 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이 시기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지켜야하는 것을 뭔지 각자가 판단해 담대하게 나가라”는 조언을 했다.

연인에게 친구에게 가족에게 선물을 주는 이유를 돌이켜보자. 그 사람이 미처 원한다 말하지 않았을 지라도, 받는 이가 그 선물을 받아든 순간 그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의 기쁨. 선물이라는 행위 자체가 또 하나의 선물이 될 때의 환희가 우리가 선물을 하는 이유다. 이날 네 명의 연출자들이 들려준 현실적이면서도 용기를 북돋아주는 조언은 현장을 채운 대학생들에게 그런 류의 선물이 됐을 것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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