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예능의 열풍을 일으킨 MBC ‘일밤’의 ‘아빠! 어디가?’2014년 갑오년이 밝았다. 작년 예능계는 유독 관찰 예능으로 들끓었고 덕분에 지상파 예능국에 지각변동이 생겼다. MBC가 마침내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일밤’의 부활을 ‘아빠!어디가?’를 통해 이루어낸 것이다. 뒤이은 또 다른 관찰예능 ‘진짜 사나이’까지 화제몰이에 성공했고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SBS ‘자기야’ 등 새로운 관찰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관찰 예능의 부상은 전문 예능인이 아닌 비예능인을 예능의 주역으로 떠오르게 했다. 우연처럼 지난 해 일부 예능인들이 불법도박 의혹으로 줄줄이 수사를 받게 되면서 활동을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 유재석 강호동의 투톱, 유강체제도 거짓말처럼 저물기 시작했다. 그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던 2013년의 예능계를 뒤로 하고 2014년에는 어떤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지 텐아시아가 방송 관계자 10인에게 물어보았다.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가나다 순) 김구산 MBC CP, 김상미 KBS PD, 서수민 KBS CP, 송원섭 JTBC 홍보팀장, 오윤환 MBC PD, 정종연 CJ E&M PD, 최영인 SBS CP, 이외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 3인.
관찰 예능으로 사랑받고 있는 MBC ‘나 혼자 산다’
# 관찰 예능 열기 2014에도 여전…그러나?지난 한 해 관찰 예능의 불씨가 뜨겁게 타올랐다. 대다수 예능 관계자들은 올해도 당분간은 이런 열기가 계속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었다. MBC ‘나 혼자 산다’를 연출 하는 오윤환 PD는 “관찰 예능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다. 다만 너무 범람하니 다른 종류의 예능도 많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관찰 예능으로 도배가 되다보니 다양성 면에서는 아쉽다”라고 전했다. 송원섭 JTBC 홍보팀장도 “아직 관찰 예능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대세는 발견하지 못했다”라며 “그러나 올해는 관찰 예능이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순히 일상을 관찰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안에서의 성장 등 보는 이들을 납득할 만한 스토리가 가미되어야 시선을 끌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예능 PD는 조금 다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 그리고 ‘나 혼자 산다’ 등은 관찰 예능 중에서도 나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케이스라 장기적인 인기가 가능할 것이나, 이를 따라한 유사품들의 경우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런 시기 비슷한 형식의 관찰 예능을 재생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벌써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으니 생각보다 쉽게 불씨가 사그라들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서수민 CP 역시 “특히 육아 관찰 예능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좀 더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 CP는 “관찰예능도 새로운 형식을 구상하고 있다. 스튜디오와 현장의 조화, 코믹과 음악의 만남 등 장르를 넘어드는 시도들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인 CP는 “관찰예능도 기존의 ‘지켜보는’ 포맷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진화해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자기야-백년손님’ 같은 경우도 사위와 장모 간의 사이를 재조명하면서 문제를 던지고 시청자들과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형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MBC에서는 ‘아빠! 어디가?’가 시즌2로 재정비를 앞두고 있다. ‘아빠! 어디가?’는 관찰 예능의 유행을 선두에서 이끈 프로그램이며, MBC 예능국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일밤’ 부활의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존 멤버들의 절반가량이 하차하고 새로운 멤버로 채워진 뒤에도 그 열기가 여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빠! 어디가?’시즌2의 성적이 향후 관찰 예능의 판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SBS 역시도 비슷한 포맷의 육아 관찰 예능을 준비 중이다. 오는 13일 첫 방송을 앞둔 ‘오! 마이 베이비’가 그것. 다만 차별화는 아빠와 아이가 아니라, 조부모와 손자라는 것. 사회적으로도 손자를 기르는 조부모들이 늘어나는 추세인만큼 ‘육아 관찰’이라는 비슷한 포맷 속에서도 설득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 되겠다. ,KBS는 토크쇼 ‘맘마미아’를 관찰형 예능으로 변신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워낙에 비슷한 포맷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다보니 오디션 열풍이 거짓말처럼 사그라든 것처럼 관찰예능을 향한 대중의 피로도도 높아진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관찰 예능이라는 장르 자체가 다큐와 예능의 결합인만큼, 예능이 포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예능 관계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 유행의 지속과 함께 그 속에서의 진화가 함께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올해 전망이다.
19금 코드와 토크를 버무린 ‘마녀사냥’
# 섹시코드, 2014년에도 유행할까?관찰 예능과 함께 지난 해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섹시코드이다. tvN ‘SNL코리아’가 그 시작이었고 JTBC ‘마녀사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소재의 특성상 지상파로까지 적극적으로 전이되지는 못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조금씩 엇갈렸다. 지상파 PD들 대다수는 “아직은 이런 코드들을 지상파에서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한다. 오윤환 PD는 “지상파의 젊은 PD들도 이런 코드를 다루고 싶어하지만, 이런 류의 프로그램은 타깃층이 명확하게 정해져있어 지상파에서는 아직 제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채널이 워낙 다양해진만큼, 지상파에서도 점점 타깃 시청층이 명확한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늘어나긴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수민 CP는 “심의 제약이 있고 19금 등의 소재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케이블 등의 매체에서는 정답일 수 있지만, 똑같은 방법을 지상파에서 쓸 수는 없다. 지상파 특히 공영방송으로서 보편적인 시청층을 가진 것은 큰 장점이다. 많은 시청층을 바탕으로 그 사람들의 감정을 담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지상파의 할 일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하지만 송원섭 JTBC 홍보팀장은 “지상파에도 상당부분 전이됐다. KBS2 ‘안녕하세요’도 조금씩 19금 코드를 다루고 있지 않나”라며 “지상파는 당연히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노선을 정할테지만, 분명한 타깃층을 노린 방식의 프로그램 역시도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종연 CJ E&M PD 역시 “케이블 채널의 영향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다만 케이블과 지상파는 노선이 다른만큼 여러모로 각자 강세를 보이는 부분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상파가 19금이나 B급 정서 등 케이블에서 다루는 요소들을 집중적으로 혹은 전면적으로 다룰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오늘날 케이블과 종편 채널의 강세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치까지 성장했다. 이들이 지상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는 시대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KBS2 ‘우리동네 예체능’, 월드컵 특수를 맞을 수 있을까
# 역대 최다 스포츠 행사의 영향은?올해는 또한 역대 최다 스포츠 행사가 예정된 한 해다. 2월에는 제22회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이, 6월에는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9월에는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역대 최다, 최대규모의 스포츠 행사가 한 해에 몰려있다. 드라마는 이런 스포츠 행사에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예능은 언제나 올림픽, 월드컵 특수를 노려온만큼 올해 스포츠 행사의 범람이 예능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과거처럼 예능이 편중된 형태로 스포츠를 집중적으로 조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정종연 PD는 “리얼리티의 끝이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도 모든 프로그램 중 스포츠 시청률이 가장 높다. 결국 극화된 드라마도 좋지만, 그보다 좀 더 리얼리티를 확보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시청률을 얻기 위해서는 그런 스포츠가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적용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최영인 CP는 “굵직한 스포츠 및 정치 이벤트가 많아 이와 관련해 예능 프로그램도 다양한 아이템을 접목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경향은 어느 한 쪽으로 쏠리기보다는 리얼 버라이어티, 관찰 예능, 토크쇼 등 다양한 장르가 공존해가고 있는데 이같은 장르의 다양성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오윤환 PD는 “생각보다는 시크하게 넘어갈 것이다. 10년 전에는 올림픽 한다고 하면 특집하거나 그 나라가서 응원하고 또 국민적으로도 열광을 하는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요즘은 워낙 즐길 거리가 많아지다보니 올림픽은 올림픽대로 즐기는 추세다. 최근 2~3년 사이만 해도 올림픽한다고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다. 예능 PD들도 이제 굳이 이거 해야하나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다”라고 내다보았다.
결국 2014년 예능의 트렌드는 ‘다양성’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지상파에 더해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 등 채널 자체가 다양해지고 인터넷과 모바일 등 플랫폼 역시도 다양해진 시대인만큼 예능이 다루는 범위 역시도 다양해진 것이다. 예능이 다양해진만큼, 오디션이면 오디션, 리얼 버라이어티면 리얼 버라이어티, 그리고 관찰형 예능이면 관찰형 예능 등, 흐름을 주도하는 대세는 있을 수 있으나 과거에 비해 대세의 파워 역시도 절대적 우위를 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정리. 장서윤 배선영 김광국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MBC KBS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