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방송화면

JTBC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1회 2014년 1월 6일 오후 9시45분

다섯줄요약
서른아홉 정완(유진)은 이혼한 시나리오 작가다. 제대로 다시 일해보려다 성추행이나 당하고 그 충격으로 가까스로 잡은 칸 영화제 수상에 빛나는 오경수(엄태웅) 감독과 일할 기회를 놓치고 만다. 골드미스 선미(김유미)는 겉보기엔 화려한 삶을 살아가지만, 또래 남자친구에겐 이용당한다. 좋다고 달려드는 연하남이 있지만 현실감각이 없어 머리만 아프다. 부잣집에 시집가 떵떵 거리며 사는 지현(최정윤)의 삶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독한 시월드와 대책없는 친정 덕에 고달프기 그지 없다.

리뷰
스물 아홉의 세 여자는 서른의 문턱을 넘기면 여유도 있고 지혜도 있는 그런 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어느 새 서른 아홉이 돼버린 세 여자. 돌싱, 골드미스, 가정주부라는 세상이 낙인찍은 이들의 또 다른 이름과 관계없이 셋의 인생은 모두 서글프기 짝이 없다.

이혼 이후 가족 몰래 마트에서 일하면서도 시나리오 작가로 재기하려는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려보는 정완은 새 인생을 시작해 보려해도 성추행만 당할 뿐 도무지 쉽지가 않다. 반면, 이혼한 전남편은 돈 많은 집 어린 여자를 만나 인생이 폈다.선미는 남부러울 것 없는 골드미스인데, 명성도 돈도 그녀의 삶을 채워주지는 못한다. 또래 남자들은 자신을 이용하려하고, 어린 남자친구는 현실감각이 없어 도무지 눈에 차지 않는다.지현은 어떤가. 부잣집에 시집가 누구보다 잘 사는 듯 보이는 그녀이지만, 지독한 시어머니의 구박 속에 화장실에 물을 켜놓고 남몰래 소리지르는 것으로 간신히 스트레스를 풀며 살아간다.

이들의 인생은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정완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외로움 속에서, 선미는 여자로서의 인생이 끝날지 모른다는 초조함 속에서, 그리고 지현은 어렵게 지켜온 행복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 속에서 가까스로 버티며 살아내고 있다. 스물아홉의 나는, 서른아홉이 된 내가 물질적으로도 당연히 풍족하고 나이에 걸맞은 우아함과 혜안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 의심치 않았는데 어째서 그 나이까지 인간은 여전히 성장통을 앓고 있는 것일까.

그나마 젊음이라는 것이 있었던 과거가 행복했었노라는 세 여자의 절규로 시작된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가 제시할 이들의 미래가 궁금하다. 그리고 또 하나, 여자들은 서른아홉 먹고도 그토록 구슬프게 절규할 뿐인데, 이들을 둘러싼 남자 경수와 도영(김성수)은 딱 그녀들이 꿈꾸었던 여유롭고 우아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 비결이 궁금하다.

수다포인트
- ‘우리 어디서 본 적 있나요?’란 대사, 드라마에서 금지하고 싶네요. 우연의 남발도 금지하고 싶고요.
- 국민요정 유진이 거울 보며 “많이도 늙었네”라고 하는데, 지켜보는 나도 그만큼 늙었을 뿐이고, 휴.
- 승차거부는 그렇게 많이 당해봤어도, 술 취해 우연히 탄 차가 아는 남자(그것도 훈남!)의 차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죠. 드라마 여주인공이란…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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