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아 너무 힘들었어요.”

쏟아질 듯 커다란 눈망울에는 인터뷰 중에도 종종 그렁그렁 눈물방울이 맺힌다. SBS 수목드라마 ‘상속자들-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에서 가난한 집안 출신의 교사이자 재벌그룹 자제 김원(최진혁)의 연인인 현주로 분한 임주은은 종영 후에도 쉽사리 역할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다.

어려운 형편과 집안의 반대로 난관에 부딪친 사랑 등 현주의 앞에 놓인 짐의 무게가 태산만큼 크게 느껴졌던 지난 3개월이다. ‘왕관을 쓰려는 자’는 아니었지만 견뎌야 할 무게는 어떤 배우 못지 않았던 그는 종영을 앞두고서는 좀더 편안해진 느낌이다. 마치 이별을 준비하는 덤덤한 표정의 연인같은 그의 모습에서 성숙한 향기가 물씬 묻어났다.

Q ‘상속자들’이 어느새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임주은: 내가 연기하면서 느끼는 것만큼 시청자들에게 많이 보여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많이 설명하고 표현하고 싶은데 캐릭터상 표현을 자제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더 어렵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Q ‘상속자들’ 속 현주는 유난히 눈물 연기가 많았다.
임주은: 눈물 장면이 아니어도 슬펐던 장면이 많았다. 촬영이 없을 때도 현주 생각만 하면 혼자 눈물이 줄줄 흐르곤 하더라. 마치 현주로 빙의된 것처럼 평소에도 외롭고 처절한 감정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Q. 막바지 촬영을 남겨두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어떤 결말을 원하나?
임주은: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항상 힘들어하고 자신에게 닥친 일을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마음이 있다 보니 결말은 꼭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사랑하는 원(최진혁)과 맺어지면 더할 나위 없는 결말이겠지.


Q. 본의 아니게 김원(최진혁)과 이효신(강하늘) 두 남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인물로 등장했다. 실제로 연기 호흡을 맞추면서 두 사람의 느낌은 어땠나?
임주은: 최진혁 씨는 딱딱하고 차가울 줄 알았는데 굉장히 귀엽고 장난기도 많다. 오히려 하늘이가 더 어른스러운 느낌이 있다. 동생인데 무척 듬직하다. 둘이 호흡이 잘 맞아서였는지 동생팬들이 많이 생긴 것 같다. ‘현주같은 과외 선생님을 원한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웃음)

Q. 극중 현주의 분위기와 본인의 원래 느낌이 비슷한 것 같다.

임주은: 맞다. 그런데 표현되는 방식에 있어서는 다르다. 현주는 나에 비해 훨씬 어른스럽다. 평소 나는 왈가닥스럽고 밝은 면도 있다. 좋고 싫음도 명확한 편이고. 지금은 현주의 느낌에 많이 적응됐지만 원래는 좀더 밝은 편이다.

Q. 드라마 속에서도 초반에는 이지적이고 단아한 느낌이 강했던 반면 후반으로 갈수록 슬픈 정서가 짙게 깔렸다.
임주은: 알면 알수록 더 빠져드는 인물이다. 초반에는 짧은 장면을 통해 ‘얘가 현주야’라고 보여줬다면 후반부에는 심리 묘사가 많다. 그래서인지 극이 진행될수록 맘이 많이 무거워지더라. 대사 한마디를 내뱉기도 쉽지 않았다.

Q. 비슷한 또래 배우들이 많아 촬영장 분위기가 유난히 떠들석하고 좋았다고 들었는데 캐릭터 분위기 상 혼자 좀 외로운 현장이었겠다.
임주은: 많이 외롭더라.(웃음) 다른 배우들은 시끄러운데 나 혼자 빠져나와 있어 혼자 고독하고 외로운 캐릭터가 더 실감이 난다. 그런데 그런 왁자한 분위기를 지켜보는 게 더 괜찮기도 하다. 어쨌든 다 동생들이니 단체 채팅방이 하나 있는데 최진혁 최원영 씨와 나는 선생님과 비서실장이라고 올드 패밀리로 분류돼 있다.(웃음) 너무 피곤하다가도 그들을 보면 힘이 난다.


Q. 얘기를 듣다 보니 극에 대한 몰입력이 남다른 것 같다.

임주은: 촬영이 끝나면 ‘안녕’ 하고 캐릭터와 헤어지는 게 필요한데 그게 잘 안된다.

Q. 그렇게 성격적으로 여린 부분이 촬영할 때 득이 되기도, 실이 되기도 했겠다.
임주은: 이번 작품에선 되게 많이 방해가 됐다. 덤덤하게 대사를 해야 하는데 촬영 시작 전에도 자꾸 눈물이 나고 감정이 주체가 안 돼서 첫 촬영은 특히 힘들었다. 평상시에 예민하고 많은 감정을 기억하고 있는 건 장점이지만 그게 연기할 때 시청자들을 납득시키는 데 방해가 된다면 좋지 않을 수 있겠단 생각도 이번에 처음 했다. 때론 감정을 절제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Q. 실제로 ‘상속자들’ 첫 대본 리딩 때부터 눈물을 쏟았다고 들었다.
임주은: 첫 대본리딩할 때 작가님, 감독님과 따로 만나 현주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시놉시스나 대본 상에 나온 얘기보다 더 깊게 얘기를 들었다. 현주가 왜 겉으로는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밖에 없었는지 차근 차근 설명을 듣다 굉장히 많이 울었다. 나중에는 작가님과 피디님이 너무 당황하시더라. ‘네가 많이 힘들어봤구나’ 하시며 신기해하시더다.


Q. 현주 캐릭터에 대한 숨겨진 스토리가 있나.

임주은: 애착을 가지고 보면 누구나 유추해볼 수 있을 만한 것이다. 드라마 전체를 놓고 보면 현주는 공감을 사기도 어렵고 ‘굳이 나와야 하는 인물인가’하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애착을 가지고 본다면 훨씬 많은 것들이 보이지 않을까. 현주가 후원을 받으며 제국그룹에 있었던 이유. 원이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굳이 그 모진 비바람을 다 감내하려는 이유 같은 부분이 뭘까란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물이다.

Q. 왜 그랬을까.
임주은: 그게 현주의 사랑 방식이고 삶의 방식인 것 같다. 상대방에게 맞춰주고 이해해주는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Q. 한편으로는 항상 감정을 숨긴 채 행동하는 현주의 모습이 답답하지 않았나.
임주은: 현주보다는 용기있게 다가서지 못하는 원이에게 답답했지.(웃음) 현주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사랑때문에 힘든 상황에 처한 인물이지 않나. 염치없거나 탄이(이민호)처럼 피끓는 청춘의 모습이 아닌, 많은 수모를 겪으면서도 자신의 선택에 대한 무게감을 이고 있는 인물로 느껴졌다.

Q. 차기작으로 도전해보고픈 작품이 있나.
임주은: 지금 캐릭터가 너무 표현을 안 하는 인물이라 반대되는 느낌이면 좋겠다. 솔직하고 밝은 캐릭터로 만나고 싶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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