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의 자유로 가요제

2년 만에 돌아온 MBC ‘무한도전’의 가요제 음원이 공개 직후 주요 음원차트 상위권을 장악했다. 예상했던 일이다.

2일 방송된 ‘무한도전’에는 지난 달 17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약 3만 5,000여 명의 관객이 운집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친 ’2013 자유로 가요제’ 실황이 담겼다.

이날 방송은 공연 전 리허설 등 준비 과정부터 본 무대까지 ’2013 자유로 가요제’의 풀 스토리가 그대로 담겼고, 참가곡 음원은 2일 오후 8시부터 공개됐다.

음원은 4일 오전까지도 올레뮤직, 엠넷, 소리바다 등 주요 음원차트의 1위~8위까지 장악한 상태. ‘무한도전’ 프로그램의 인기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유세윤으로 대표되고, ‘무한도전’의 멤버인 정형돈까지 가세하는 등 유명한 개그맨들이 가수들과의 콜라보레이션 혹은 가수로 활동반경을 넓혀 음원을 발표하는 일도 종종 있다. 이들은 개가수(개그맨 겸 가수를 뜻하는 신조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높은 인지도와 개그맨 특유의 엔터테이너적 요소로 인해 음원을 발표하면 음원차트 상위권에 순식간에 진입한다. 이런 개가수 열풍에 정통 가요계 관계자들의 한숨이 짙은 것도 사실. 가요계는 수년에 걸쳐 준비해온 자신들의 고퀄리티 음반이 개그맨들의 음반보다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세태와 관련, MBC 측은 가요제 당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의 입장을 전한 바 있다. 당시 김구산 CP는 “음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무한도전’의 히스토리를 봐야만 한다. 우리가 처음 가요제를 했을 때에는 음원 발매를 하지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방송이 나가고 나니 계속 즐기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있었고, 서비스 차원에서 출시하게 됐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반향이 컸다”라며 “요구와 욕구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서비스 차원에서 했는데, 음원이 (가요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무슨 수익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고 서비스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 멤버들도 수익 전액을 다 기부라는 방식으로 사회에 돌려드리고자 한다. 그렇게 이해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출연자인 유재석 역시 당시 “늘 그런 문제에 있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열심히 제작을 하시는 가요계 분들에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드려 이 자리를 빌어 널리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말씀드린다”라며 “노래를 사랑하고 굉장히 좋아하는 입장에서 노래나 가요계에 관한 진심만은 알아주시길 바란다. 많은 분들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전했다.

가요계의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수들 역시 예능계에 활발하게 진출하는 현 시점에, 개가수들의 가요계 진입을 무조건적으로 막는 모양새도 촌극이다. 또 음원을 돈을 주고 사는 소비자들의 기호가 반영된 선택 역시 존중해야한다는 입장도 있다.

개그맨은 개그만 하고, 가수는 노래만 할 수 있는 시대는 더 이상 아니지 않나. 가요계는 음원차트에 한숨 쉬기 앞서 MBC ‘무한도전’을 비롯한 여러 예능이 발굴한 뮤지션들과 일부 가수들에게 ‘제2의 전성기’를 찾아준 예능 프로그램을 떠올릴 필요도 있어 보인다. 그런 면에서 가요계의 한숨은 시대착오적이지 않을까.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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