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빛에 물든 ‘GMF 2013′

올해로 7회째를 맞는 가을대표축제 ‘그랜드민트페스티벌 2013’(이하 GMF 2013)은 이번에도 가을 하늘을 관객들의 함성으로 수놓았다. ‘GMF 2013’은 10월 18,19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5개의 공식 스테이지, 총 59팀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라이브 황제 이승환, 데뷔 16년차 밴드 자우림을 필두로 10cm, 데이브레이크, 마이앤트메리, 넬, 스윗소로우를 비롯해 미국 인디 록의 거물 플레이밍 립스, 오리콘 차트 1위 밴드 하이에이터스(THE HIATUS) 등 해외 아티스트들도 참여해 ‘GMF 2013’을 빛냈다.

‘GMF 2013’은 양일간 총 4만 5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해 역대 최다 관객을 기록했다. GMF의 상징인 열기구 탑승 등 대형 미끄럼틀, 암벽 타기와 같은 즐길 거리도 풍부했다. 체조경기장을 활용해 작년에 비해 확대된 공연장 규모와 더욱 짧아진 동선도 쾌적한 축제를 만들었다. 각 스테이지마다 성격도 뚜렷했다.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와 수변 무대를 비롯한 야외무대는 비교적 잔잔한 음악이 흘렀고, 실내 공연장인 핸드볼 경기장과 체조 경기장은 록 음악이 주류를 이뤘다. 풍부해진 라인업도 한몫했다. GMF 단골손님인 10cm, 넬, 데이브레이크를 비롯해 작년에 이어 GMF를 위해 뭉친 밴드 마이앤트메리 등 반가운 아티스트도 있었다. 매순간 누구의 공연을 봐야할지 망설였고, 무대 하나하나가 놓치기 싫었던 아쉬운 순간이 계속됐다.

관객들은 피크닉존에서 공연을 배경 음악 삼아 여유롭게 피크닉을 즐기기도 했으며, 타임테이블을 꼼꼼히 분석하며 단 하나의 공연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를 위해 ‘GMF 2013′을 찾은 남성관객들은 휴대폰으로 프로야구 플레이오프를 시청하는 웃지 못 할 진풍경도 벌어졌다.

피크닉존을 가득 메운 관객들(왼쪽 위), 수변 무대(오른쪽 위), 10cm(아래쪽)

첫날인 18일은 예능 프로그램의 위엄이 돋보이는 날이었다.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존박, 윤한, 장기하와 얼굴들, 10cm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 출신이자 최근 예능프로그램 ‘방송의 적’, ‘무한도전’을 통해 국민덜덜이로 불리는 존박은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에서 관객들과 호흡했다. 존박은 마지막 곡으로 즉석에서 반주를 녹음해 화음을 만드는 장치인 루프스테이션을 이용해 ‘스탠 바이 미(Stand by me)’를 오직 자신만의 목소리로 반주부터 노래까지 완성해 갈채를 받았다.

수변 무대에서 이뤄진 피아니스트 윤한의 무대에는 여성팬들로 가득 찼다. 윤한은 최근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합류하며 배우 이소연과 부부로 호흡을 맞춰 주목 받는 아티스트. 존박의 무대가 끝나자 관객들은 부리나케 윤한이 연주하고 있는 스테이지로 옮겨 갔다. 이날 GMF를 찾은 이정화(29)씨는 “윤한이 ‘우리 결혼했어요’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한적하게 즐길 수 있었을 텐데 갑자기 사람이 많아져 팬으로서 기분이 좋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승환 공연

하이라이트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이었다. 이날 장기하와 얼굴들과 밴드 안녕바다의 공연 시간이 겹쳐 기자는 안녕바다 공연 초반부를 본 뒤,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으로 옮기고자 계획했다. 그러나 안녕바다의 무대가 열리는 핸드볼경기장으로 가는 도중 체조경기장에서부터 끝도 없이 이어지는 줄에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나가는 관객들 모두 “어디가 끝이냐”며 줄을 서 있는 사람들에게 연신 물어보기도 하고, 줄을 빨리 서기 위해 달리기를 하는 광경도 펼쳐졌다. 관계자도 길게 늘어진 줄을 보고 놀랐을 정도였다. 결국 안녕바다의 공연을 포기한 채 줄을 설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요. 안녕바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원래부터 인디밴드계의 스타였지만, 최근 MBC ‘무한도전-자유로 가요제’에 출연하며 더욱 화제가 된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은 ‘마냥 걷는다’ 등 조용한 노래로 애피타이저를 선사한 뒤, ‘깊은 밤 전화번호부’로 슬슬 본격적인 축제의 시동을 걸었다. 이어 ‘풍문으로 들었소’, ‘달이 차오른다, 가자’, ‘우리 지금 만나’, ‘그렇고 그런 사이’ 등 히트곡을 차례로 열창하였고, 관객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장기하의 지시에 따라 모든 관객이 팔을 크게 좌우로 흔드는 광경은 흡사 장기하라는 교주를 받드는 신도들이 펼치는 퍼포먼스를 보는 듯 웅장한 물결이 일었다. 게다가 장기하와 얼굴들이 공연이 이뤄지고 있는 시간은 MBC ‘무한도전’이 방영하는 시간대. 올림픽공원에서 1만 관객을 휘젓는 장기하와 얼굴들은 동시에 ‘무한도전’으로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면서 전 국민을 들었다 놓고 있었다.

진짜 종교는 ‘홀 오브 페임’에 헌액된 이승환의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의 헤드라이너 10cm의 감미로운 무대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이승환의 공연장으로 달려갔다.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에 한 번 놀라고, 통로까지 꽉 채운 관객들에 두 번 놀랐다. 특히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가 울려퍼질 때 관객들은 밴드의 연주 소리를 능가하는 떼창을 선보여 경이로움을 자아냈다. 이후 모든 댄서들이 무대로 올랐는데 아이언맨, 슈퍼맨 등 각종 코스프레를 한 댄서들의 모습만으로도 공연이 얼마나 풍부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명불허전 라이브 황제 이승환의 무대였다.

스윗소로우 공연(왼쪽)과 몽니 공연

둘째 날인 20일, ‘GMF’는 전날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대부분의 스테이지에 사람이 가득 차 입장 인원을 제한하는 등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풍경이 종일 계속됐다. 관객들의 반응도 전날보다 뜨거웠다. 스윗소로우가 등장하자 피크닉존에서 돗자리를 펴고 앉아있던 사람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를 즐겼다. 첫 곡부터 관객들의 떼창으로 무대를 연 스윗소로우는 KBS2 ‘불후의 명곡’에서 보여줬던 ‘카페와 여인’ 아카펠라로 감탄을 불러 일으켰다. ‘정주나요’, ‘괜찮아 떠나’를 부를 때에는 관객들이 모두 함께 단체 율동을 추면서 하나 되는 시간을 만들었다. 같은 시각, 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린 몽니의 무대는 몽니만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공연장을 흔들었다. 특히 보컬 김신의는 섹시한 목소리와 함께 바닥에 누워 기타를 연주하는 열정적인 쇼맨십으로 관객을 열광시켰다. 관객들도 함께 뛰어 놀아 무대 바닥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자우림 공연

관객들이 펼치는 광란의 움직임은 자우림의 공연에서 점입가경이었다. ‘안나’로 공연의 포문을 연 자우림은 최근 발표한 9집의 수록곡을 연달아 부르며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역시 페스티벌이 짱이야”라고 말하는 김윤아에게 한 팬이 “자우림이 짱이다”라고 외치자, 김윤아는 손키스를 날리기도 했다. 자우림은 ‘파애’, ‘이카루스’ 등 어둡고 조용한 노래로 공연 초반부를 이어가다 예고도 없이 ‘하하하쏭’을 시작해 객석에 앉아있던 관객들이 부리나케 플로어로 뛰어 들어가기도 했다. ‘헤이헤이헤이’에 이어 ‘고래사냥’까지 떼창과 점핑은 계속됐다. 특히 자우림이 MBC ‘나는 가수다’에서 부른 ‘고래사냥’은 남자 관객과 여자 관객이 함께 노래를 나눠 부르는 클라이막스까지 더해져 축제의 열기를 더했다. 자우림은 앙코르곡으로 ‘일탈’로 관객을 광분시키고, ‘스물다섯 스물하나’로 분위기를 잡아 완벽한 마무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GMF 2013’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아티스트는 ‘클럽 미드나잇 선셋’의 헤드라이너로 참여한 밴드 데이브레이크였다. 데이브레이크는 체조경기장에서 100분 이상의 열정 가득한 무대를 선보였으며, 후반부엔 대표곡 ‘좋다’, ‘범퍼카’, ‘들었다 놨다’를 이어 부르며 떼창을 유도해 2만 여명에 가까운 관객이 떼창을 부르는 장관을 이루면서 마지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글, 사진.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민트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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