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하는 오랜만에 등장한 부활의 ‘스타 보컬리스트’다. 이승철과 함께 시작된 부활의 영광은 김재기, 박완규 등의 노래를 통해 계속 이어졌다. 부활을 거쳐 간 보컬리스트를 초기에 잠시 머물렀던 김종서까지 포함시키면 무려 아홉 명. 2005년에 팀에 합류한 정동하는 역대 최장수 부활 보컬리스트로서 10집부터 13집까지 앨범에 함께 하며 부활 제2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기존 부활의 보컬리스트들이 초반에 두각을 나타냈다면 정동하는 대기만성형이라 할 수 있다. 김태원은 “긴 시간의 노력을 통해 성공할 수 있는 보컬리스트의 예를 가장 정확히 보여줬다”고 말했다.정동하는 최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KBS2 ‘불후의 명곡’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로 손꼽히며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잭 더 리퍼’의 주연을 꿰차고 새롭게 ‘노틀담 드 빠리’ 연습까지 병행하는 중이다. 10월3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부활 콘서트 준비에도 여념이 없다.
정동하의 인기로 인해 부활이 ‘제2의 전성기를 맞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정동하는 “’제2의 전성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태원 형님 덕분”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태원 형님이 과감하게 TV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을 하셨고, 그로 인해 부활의 이름이 다시 알려지면서 그 후 많은 것이 이루어지게 됐어요. 지금은 제가 많이 바쁘지만 즐겁게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부활이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죠.”
정동하가 ‘불후의 명곡’에서 맹활약할 때에는 김태원을 비롯해 채제민, 서재혁 등 부활의 멤버들의 지원사격이 눈길을 끌었다. 김태원이 응원 차 방송에 나갔을 때에는 역대 최고 점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형님들이 응원해주신 것이 큰 힘이 됐어요. 특히 ‘불후의 명곡’은 무대 연출, 편곡 등을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 너무 재밌었어요. 고등학교 때 학교 축제 무대를 준비하면서 옷은 뭘 입을지, 무대를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던 설렘이 떠오르기도 했죠.”
뮤지컬에서도 아이돌그룹 멤버들이 대세를 이루는 요즘 정동하는 록 보컬리스트로서 드물게 뮤지컬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뮤지컬을 하다보면 부활 콘서트가 그립진 않을까? “각각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라이브는 정해진 약속이 없이 생동감 있게 흐르는 것이 매력적이고요. 뮤지컬은 스토리의 진행, 앙상블 등 미리 정해진 약속들을 무대에서 구현하는 스릴이 있어요. 짜여진 틀 안에서 조금씩 나만의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 재밌어요.”
부활은 기타리스트 김태원이 전면에 나선 밴드다. 하지만 정동하가 대중에게 각인되면서 부활이 위상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동한는 이승철, 박완규처럼 처음부터 인기를 누린 경우는 아니다. “사실 부활 공연에서 ‘안녕하세요. 우리는 부활입니다’라고 자연스럽게 인사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그 전까지는 ‘저는 부활에 새로 들어온 보컬 정동하’라는 소개를 꼭 해야 하는 분위기였죠. 부활이라는 팀이 너무나 컸기에 ‘우리는 부활’이라고 말하는 것이 자신이 없었던 거죠.”
하지만 지금은 정동하가 없는 부활을 상상할 수 없다. 부활의 최장수 보컬로서 밴드가 제 궤도에 오르는데 큰 힘을 보탰기 때문이다. 형님들이 일군 땅 위에서 마음껏 기량을 뽐냈다. “2005년에 제가 부활에 처음 들어왔을 때에는 사람들이 부활 보컬이 바뀐 사실도 잘 알지 못했어요. 대중의 부활에 대한 기억은 이승철 선배님이 부른 ‘네버 엔딩 스토리’에 멈춰있었죠. 그러다가 2009년에 ‘생각이 나’가 히트를 했고, 태원 형님이 예능 프로그램을 하시면서 부활이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팬들이 부활의 전 보컬 선배님들과 저를 비교하기 시작했어요. 저를 부족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셨는데 그런 반응도 반갑더라고요. 그러면서 제가 가진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더욱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저는 큰 걸음보다는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온 노래를 부르기 위해 노력했어요.”
정동하는 공연에서 선배들의 노래인 ‘희야’, ‘사랑할수록’, ‘네버 엔딩 스토리’, ‘비와 당신의 이야기’ 등 부활의 명곡들을 자신의 스타일로 너끈히 소화해낸다. 이제는 정동하의 노래 ‘생각이 나’도 부활의 명 록발라드 대열에 합류했다. 정동하는 노래하기 어려운 곡으로 故김재기의 ‘사랑할수록’을 꼽았다. 정동하가 중학교 때 나온 노래다. “다른 곡들이 완성된 그림이라면 ‘사랑할수록’은 도화지와 같아요. 제가 채워 넣어야 할 것이 많죠. 이 곡은 이상하게도 테크닉적으로 기교를 부리며 부르면 이상해지는 곡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완성되는 느낌이에요.”
개천절인 오는 10월 3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부활 단독콘서트에서는 정동하의 스페셜무대가 마련될 예정이다. 이날 공연에서 정동하는 부활의 주옥과 같은 명곡들과 함께 뮤지컬 삽입곡, ‘불후의 명곡’ 도전 곡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부활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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