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B, 청년들, 로이킴, 소규모아카시아밴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주식 몰라, 정치 몰라, 혁명 몰라, 나밖에 몰라.
YB ‘Push Off’ 中

YB 〈Reel Impulse〉
YB가 4년 3개월 만에 발표한 정규 9집. 첫 곡 ‘우린 짝패다’에서 윤도현은 “같이 놀아보자, 같이 뛰어보자, 같이 싸워보자, 같이 울어보자”고 패기 넘치게 노래한다. 20대의 한창 혈기 넘치는 개러지 록 밴드 같다. 요새 ‘회춘’이 유행인가? 조용필이 젊어진 것처럼, YB도 젊어졌다. 음악적 변화는 새로 투입된 ‘젊은 피’ 스캇 할로웰 덕분이다. 그는 윤도현과 대부분의 곡에서 공동 작곡가로 나섰다. 할로웰의 취향인 ‘댄서블한 펑크록’이 많이 가미된 것이 특징이다. 전 곡이 원 테이크 방식으로 아날로그 릴 테이프에 녹음됐다. 과거 기타리스트 허준은 해외 공연을 다녀온 뒤 “무조건 정확히 연주하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러한 방식은 생동감 넘치는 사운드로 귀결됐다. 강하게 몰아치는 ‘칼’은 나이 먹은 YB가 “음악은 칼날이 서있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곡”이란다. 그 바람을 충분히 이룬 앨범.

청년들 〈청춘〉
그야말로 ‘청년들’의 음악이다. 팀 이름은 별 뜻이 없고, 네 명의 청년들이 모여 ‘청년들’이란다. 고백하건데 처음 앨범을 모니터링 했을 때에는 최근 삼태기로 많은 그저 그런 신인 개러지 록 밴드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헬로루키’ 공개오디션에서 처음 라이브를 봤는데 에너지가 상당하더라. U2의 초짜시절, 그러니까 에지가 기타를 엄청 못 치던 시절의 라이브가 떠오르기도 했다.(궁금하면 유튜브에서 검색해보시길) 그런데 이 바닥에서 깐깐하기로 유명한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가 칭찬을 하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 분명히 그 시절이 아니면 나오지 않을 ‘혈기’를 뿜어내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코드 두 개짜리 노래 ‘Texas Song!!!’, 코드 네 개짜리 ‘We Are Just Nothing’을 들어보면 멜로디를 뽑아내는 감각도 상당하다. 앨범을 먼저 들어보고, 그 이상을 뽑아내는 라이브를 보러 가라.

로이킴 〈Love Love Love〉
현재 한국의 여성들이 가장 열광하는 남자 로이킴의 첫 정규앨범이다. 괜히 선입견을 갖지 말길. 결론적으로 말해 상당히 잘 만들어진 앨범이니까. 곡도 좋고, 노래도 잘 불렀고, 사운드도 흠잡을 곳 없다. 〈슈퍼스타K4〉가 끝난 뒤 6개월 만에 전곡이 자작곡으로 채워진 앨범이 나와서 성급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작곡을 시작해 쌓인 곡들을 다듬었다고 한다. 물론 음악감독 정지찬의 손길도 상당히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포크 록 내지 얼터 컨트리라 할 수 있다. 인디에서는 검정치마 2집을 통해 이런 스타일이 인기를 얻었고, 로이킴을 통해서는 모두가 사랑하는 음악이 됐다. 우리가 ‘로이킴 현상’을 통해 목격하는 것은, 김광석과 같은 감성의 음악이 지금 이 시대에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김광석이 대중에게 사랑받았던 90년대 초중반에 로이킴이 등장했다면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Slow Diving Table〉
이제 인디 신에서는 어느덧 ‘고참’ 중 한 팀으로 꼽히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정규 5집. 이처럼 일관된 정서로 이루어진 앨범도 오랜만에 듣는다. 많은 이들이 방송을 많이 탄 ‘입술이 달빛’으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요조와 함께 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다소 말랑말랑한 음악을 연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이름처럼 그저 미니멀한 음악을 들려줬을 뿐, 어떤 스타일이나 예쁜 멜로디에 집착한 팀은 절대로 아니었다. 지난 5월 열린 ‘2013 51플러스 페스티벌’에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Life Is Noise’를 듣는데 프로그래밍 된 일상의 소리들이 너무나 잘 어울리더라. 더 이상의 소리는 소음이라고 할 정도로 말이다. 제주도에서 만들고, 녹음하고, 사진도 찍었다는 이번 앨범 〈Slow Diving Table〉에서는 그런 성향이 한층 뚜렷해졌다. 생선 굽는 소리도 들어갔다고 하는데, 핑크플로이드의 ‘Alan’s Psychedelic Breakfast’를 떠올릴 사람도 있겠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에게는 그것이 독립된 효과음이 아닌 하나의 ‘소리뭉치’로 귀결된다. 제주도에 ‘다녀온 이야기’, ‘순간’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아낸 과잉이 없는 음악들.

Various Artists 〈무드 오브 카바레 2013〉
작년에 10주년을 맞은 레이블들인 플럭서스뮤직, 파스텔뮤직, 비트볼뮤직, 도프엔터테인먼트을 차례로 인터뷰했었다. 원래는 15주년이 된 카바레사운드도 함께 인터뷰할 작정이었는데, 무엇이 그리도 바빴는지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카바레사운드 소속 아티스트들의 신곡을 담은 ‘트레일러’ 앨범 격이라는 이 모음집이 무척 반갑다. 참여한 10팀의 뮤지션이 올해 발표할 새 앨범의 분위기를 미리 엿볼 수 있다고 한다. 익숙하고, 미래지향적이고, 확 깨는 음악들이 골고루 담겼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가 최근 북미투어에서도 연주해 반응이 좋았다는 ‘사과’, 이성문의 ‘겁쟁이’, 오! 부라더스의 ‘넌 되고 난 안 되고’, 최근 1집을 낸 포브라더스의 ‘개’ 등이 수록됐다. 특히 뎁의 ‘붕붕카붕붕’은 그렇게 좋을 수 없다.

밤손님 〈오! 사랑 빛나네〉
술자리에서 누군가 ‘밤손님’의 음악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정체가 궁금하다고 하자 옆에 앉아있던 김작가가 한경록에게 전화를 걸었고, 개그맨 김현정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솔직히 개그맨 김현정이 누구인지 몰랐다. 하지만 음악은 궁금해 들어보게 됐다. 앨범재킷에 새겨진 한경록, 장기하 등의 이름을 본다면 ‘제2의 미미 시스터즈’가 아닐까 오해할 수도 있겠다. 물론 미미 시스터즈의 앨범처럼 어마어마한 아이디어들이 득실대진 않지만, 옛 가요, 올드 팝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아주 조금, 정말 조금 닮아있기도 하다. 뭐 음악적으로 심각하게 나아간 것은 아니고, 적당히 예스럽고, 적당히 좋다. 적당히 빠져들 수 있는 네 곡이 담겼다. 한경록과의 듀엣 아닌 듀엣, 장기하의 내레이션은 없어도 크게 상관이 없었을 것 같은 느낌?

몽키즈 〈너라는 사람의 노래〉
몽키즈의 정규 1집. 2009년에 결성된 몽키즈는 이듬해 국제적인 밴드 경연대회 ‘2010 아시안비트 - 방콕 그랜드파이널’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았다. 데뷔EP 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라르크 앙 시엘을 떠올리게 하는 제이 록(J-Rock) 스타일을 제대로 구사하는 팀이다. 이러한 스타일이 상당한 연주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데 몽키즈는 탄탄한 연주력으로 돌파하고 있다. 세 명의 기타리스트 체제로 발표한 첫 정규앨범에서는 기존의 스타일에서 진일보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으며 친숙한 멜로디에서는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비슷한 계열에서 선배 바닐라 유니티의 뒤를 이을만한 실력파 신진밴드의 출현.

조지 벤슨 〈Inspiration (A Tribute To Nat King Cole)〉
조지 벤슨이 냇 킹 콜에 대한 트리뷰트 앨범을 냈다는 것이 이슈라면 이슈다. 재즈의 역사, 아니 팝의 역사를 통틀어서 연주와 노래를 가장 완벽하게 해내는 둘이 만난 것이니까. 둘은 보컬리스트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후대 연주자들에게 하나의 계보를 형성하게 할 만큼 혁신적인 연주를 제시한 스타일리스트들이기도 하다.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며 오스카 피터슨과 자웅을 가리기도 했던 냇 킹 콜은 1943년 ‘Straighten Up and Fly Right’을 노래하며 가수로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그 해는 조지 벤슨이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벤슨이 앨범을 낼 때마다 기타의 비중이 얼마나 될지 가늠해보곤 한다. 워낙 훌륭한 연주자이니 말이다. 이번엔 그런 걱정할 필요 없이 빅밴드 오케스트라에 맞춰 연미복을 입은 보컬리스트 조지 벤슨의 노래를 마음껏 즐기면 된다. 헨리 멘시니 오케스트라, 윈튼 마살리스의 연주에 맞춰 조지 벤슨이 노래하는 ‘Unforgettable’ ‘Route 66’는 대단한 ‘귀 호강’을 시켜주니 말이다.

비디 아이 〈BE〉
비디 아이의 2집.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바닥에 누운 채 가슴을 드러낸 여성을 담은 앨범재킷(영국 사진작가 해리 패치노치의 1960년대 작품으로 앨범재킷을 펼치면 더 큰 사진으로 볼 수 있다)이지만, 순수한 팬들이라면 그 안에 담긴 음악이 더 궁금할 것이다. 그래도 사진 이야기를 좀 더 하면, 당연히 국내에는 스티커로 가려진 상태로 발매됐으며 음원사이트에서는 노출부위를 잘라낸 사진이 사용되고 있는데, 영국에서도 진열 불가 판정을 받아 노출부위를 스티커로 가리게 했다고 한다. 이에 리암 갤러거는 “이것은 포르노가 아니야. 이건 엄마한테도 보여줄 수 있는 고전 사진”이라고 말했다고. 그래서 ‘음악은 고전이냐’라고 물으면 ‘훌륭하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 1집 〈Different Gear, Still Speeding〉부터 오아시스의 잔재는 별로 없었고, 60년대 영국 로큰롤 스타일이 직접적으로 느껴졌다. 2집은 그러한 매력이 한층 강화됐다. 이런! 리암에게는 더 이상 노엘 갤러거가 필요 없는 거다. 물론 비디 아이보다 노엘 갤러거의 내한공연이 관객이 훨씬 많았다. 그래도 한국에는 아직 당신을 보러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는 여성 팬이 있다는 사실을 리암에게 말해주고 싶다.

클럽 에잇 〈Above The City〉
스웨덴 출신의 듀오 ‘클럽 에잇(Club 8)’의 정규 8집. 스웨덴 인디레이블 라브라도어 레코드의 대표이자 곡 작업을 도맡아 한 요한 앙거가르드와 보컬 캐롤리나 콤스테르로 이루어져 있다. 국내에는 보사노바 풍의 곡이 CF에 삽입돼 알려지기도 했다. 이 앨범에는 댄서블한 일렉트로 팝이 다양한 어법으로 담겨 있다. 기존의 곡들이 방 안에서 혼자 듣기에 좋았다면, 이번 앨범은 클럽에서 춤추며 듣기에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첫 싱글 ‘Stop Taking My Time’, 섹시한 ‘A Small Piece of Heaven’ 등에서 복고 신스팝의 감성도 느껴지는데, 이 역시 지금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이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넘실대는 리듬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클럽 에잇의 ‘Hot Sun’에서도 무난하게 춤을 출 수 있을 거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사진제공. 디컴퍼니, 미러볼뮤직, 파스텔뮤직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