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_승리앨범_shot0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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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는 쾌남이었다. 어떤 질문에도 시원시원하고 막힘없는 솔직한 답변이 이어졌다. 승리는 빅뱅의 멤버들 중에서도 가장 친근하고, 솔직한 모습들을 보여줘 왔다. 이런 성향은 음악에서도 나타났다. 지드래곤, 태양의 솔로가 스타일을 중요시했다면, 승리는 멜로디의 힘을 강조했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자발적으로 19금 심의를 신청한 ‘Let’s Talk About Love’의 영상을 봤을 때 충격을 금치 못했지만, 빅뱅이라면, 그리고 승리라면 이 정도 수위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이제 스물네 살이 아닌가? 제목의 ‘Love’가 원래 ‘Sex’가 아니었냐는 질문에 승리는 얼굴을 붉히기는커녕 솔직하고 차분하게 답변을 해줬다. 승리는 더 이상 빅뱅의 막내가 아니었다. 팀을 생각하는 모습에서는 어른스러움도 느껴졌다. 두 번째 솔로앨범 ‘Let’s Talk About Love’를 발표한 승리를 26일 상수동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Q. 앨범 메이킹 영상을 보니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하더라. 구체적으로 어떤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나?
승리: 보통 “어떤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많은 이들이 아픈 것, 아련한 것들을 말하더라. 나는 사랑의 다양한 면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기쁨, 설렘, 이별, 아픔, 그리움, 후회 등등

Q. ‘Let’s Talk About Love’의 19금 티저가 굉장히 화제가 됐다. ‘너무 과하다’, ‘빅뱅 승리라서 어울린다’는 것으로 반응이 갈리는 것 같더라.
승리: 사실 정말 좋은 작품을 들고 나와도 제대로 홍보가 안 되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노래에 어울리는 19금 버전을 만들어봤다. 회사 분들, 촬영 팀과 정말 많은 회의 과정을 거치면서 아슬아슬한 선까지 가 봐도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Q. 그 영상이 나오기까지는 승리의 의견이 많이 반영이 된 것인가?
승리: 그렇다.

Q. 그 영상을 보고나니 노래 제목 ‘Let’s Talk About Love’의 원래 제목이 ‘Let’s Talk About Sex’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
승리: 물론 남녀 관계에 있어서 그런 것들도 있다.(웃음) 나는 다양한 의미를 담고 싶었고, 특히 남자로서 가진 매력을 어필하고 싶었다. 그런데 영상에서 립스틱, 사과 등 빨간 색감이 강조가 되고 여성들이 나와서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 결코 야하고 성적이기만한 영상은 아니다. 그냥 음악에 어울리는 영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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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첫 방송을 했다. 타이틀곡 ‘할말있어요(GOTTA TALK TO U)’에서 수트를 입고 브로드웨이 쇼 같은 느낌을 소화했다.
승리: 성숙한 모습을 강조하고 싶었다. 무대에서는 빅뱅의 막내라는 이미지, 평소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 온 내 이미지를 깨고 싶다. 이미지가 가벼우면 노래도 가볍게 들릴 수 있다. 그래서 내 자신을 누르고 무게감을 실으려 했다.

Q. 자기 자신을 누르려 했다니? 승리가 생각하는 자기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
승리: 나는 내 기분보다는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의 기분을 중요시한다.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것이 좋다. 상대방의 기분을 맞춰주고 싶은 사람?

Q. ‘Love Box’를 들어보니 음색이 달라진 것 같다. 연습을 많이 한 것 같은데. 레슨을 많이 받았나?
승리: 빅뱅의 경우 보컬 레슨과 같은 교육을 받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는 뚜렷해서 교육이 불가능하다. 지금 가진 색을 지우고 뭔가 다른 색을 입히기에는 많은 세월이 흘렀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 자신만이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V.V.I.P’ 때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새 앨범에 수록된 여섯 곡에 걸쳐서 내 목소리를 찾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다. 가령 미성이었던 목소리를 조금 더 낮춰서 굵은 소리를 내보기도 했다.

Q. ‘Let’s Talk About Love’는 지드래곤, 태양 등 형들하고 함께 작업을 했다. 어땠나?
승리: 내 앨범 뒤로 지드래곤, 태양 형들의 앨범이 나올 예정이라 작업실에서 만나는 일이 많다. 형들 목소리가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서 부탁을 했다. 지드래곤 형은 부탁한 날에 바로 랩을 만들어줬다. 태양 형은 여러 번 수정할 정도로 신경을 써줬다. 내가 그린 그림에 형들이 색칠을 해주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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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앨범에서 처음으로 프로듀서에 도전했다. 노래만 부를 때와 많은 것이 달랐을 것 같다.
승리: 처음 해보는 작업이기에 부담이 안 될 수 없었다. 7년 동안 빅뱅으로 활동하면서 쌓은 경험으로 풀어나가면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총괄 프로듀서는 앨범이 나오기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것이다. 음악 외에 뮤직비디오, 앨범 아트워크, 사진, 앨범 재질까지 말이다.

Q. 앨범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가 잘 전달이 됐다고 보나?
승리: 사랑을 할 때 남자가 느끼는 감정들을 전하고 싶었다. 수록곡으로 설명을 하면 ‘지지배’를 통해서는 여자에게 속았던 마음(곡 안에는 여성의 반론도 있다)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 딴 거 없어’에서는 이별 후에 느끼는 남자의 감정, 폭발하는 것들. 사실 남자들은 대놓고 말로 표현 못할 때가 많다. 남자들이 잘 공감할 것 같다. 1번 곡 ‘Let’s Talk About Love’와 2번 곡 ‘할말있어요’는 여성을 유혹하는 곡이다.(웃음) ‘Love Box’는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곡이다. 전부 경험담만으로 채울 수는 없으니.

Q. 경험담이 들어간 노래는 뭔가?
승리: ‘지지베’다. 거짓말을 자주 일삼는 여성에게 지쳐서 사랑이 식어가는 상황을 표현했다. 노래 속 그녀는 내 입에서 먼저 헤어지자는 말이 나오길 바란다. 남녀 관계에 있어서 먼저 차기보다는 차이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지 않나?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을 ‘승리’스럽게 풀어봤다. 카페에 있다고 말해놓고 클럽에서 춤추는 그녀. 왜 항상 검은 차에서 내리는지….

Q. 앨범을 들어보니 사랑 경험이 풍부한 것 같다.
승리: (심각하게)많은 일들이 있었다.

Q. ‘지지베’는 언제 일인가?
승리: 약 1년 전의 일이다.

Q. 그녀는 지금 어떻게 지낼까?
승리: 전혀 알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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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앨범 준비하면서 양현석 대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것 같다.
승리: 처음에 양 사장님이 저를 부르셔서 음악적인 작업을 해보자. 일단 노래를 한두 곡 만들어보라고 하시더라. 첫 곡으로 ‘지지베’를 만들어 들려드렸다. 그 자리에 사장님과 메인 프로듀서 테디 형이 있었다. 5초간 들어보시더니 사장님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하시더라. 난 너무 좋아서 “정말요!”라고 했더니 “너무 좋아하지 마.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거야”라고 하시더라. 특유의 과하지 않은 방법으로 칭찬해주신 거라 믿었다. 그 뒤로 열 곡 정도를 만들었고 좋은 곡들을 우선적으로 앨범에 담았다. 앨범 작업 중에는 “네 생각은 어떠니?”, “어떤 식으로 진행했으면 좋겠니?”라고 내 생각을 물으셨다. 원래 그러실 분이 아니다.(웃음) 비로소 날 아티스트로 존중해주시는 것 같았다. 너무 기뻤다.

Q. 최필강, 강욱진, 함승천 등 작곡 팀과의 팀워크는 어땠는가?
승리: 재밌게도 작곡가 형들이 모두 A형이었다. 서로 다툼 없이 존중하면서 작업했다. 꾸준히 공부를 하면서 실력을 쌓아가고 싶다. 이번 앨범에 공동으로 작곡에 참여하신 분들이 다음에도 나와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하시더라. 그런 것들이 나에겐 감격스런 일이다. 난 멜로디 메이커라고 생각한다. 멜로디를 쓰는 입장에서 인정받는 게 너무 기쁘다.

Q. 승리 앨범을 들어보면 멜로디가 강하다. 다른 멤버들이 힙합적인 면이 강하다면 승리는 멜로디에 중점을 두는 것 같다.
승리: 빅뱅 내에서는 유일하게 나는 팝을 추구한다. 누구나 즐기고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도 전반적으로 대중적인 사운드를 가미했다. 가령 기타, 피아노 등 누구나 접하기 쉬운 소리들을 넣었고, 익숙한 멜로디를 뽑으려 했다. 나만의 색을 고집하기보다는 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에 중점을 뒀다.

Q. 빅뱅 멤버들과 구별되게 ‘승리스럽다’라는 말을 정의한다면?
승리: 난 빅뱅에서 유일하게 유쾌하고, 재치 있고, 붙임성 있고, 사람 만나는 것 좋아하고 그런 사람이다.(웃음) 다른 멤버들은 낯을 가리는 편이다. 난 유쾌한 것이 좋다. 인터뷰도 웃으면서 즐겁게 하는 게 좋지 않나? 이것도 다 추억이 아닌가? 음악도 재치 있게 풀어나가고 싶다. YG 소속 가수들은 방송 출연을 잘 안한다는 이미지 있는데, 난 여러 통로를 통해 빅뱅을 그리워하는 분들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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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본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최근에 일본 예능프로그램에 많이 나오더라. 일본어를 상당히 능숙하게 하던데?
승리: 일본어를 잘 하게 된 계기가 있다. 약 4년에 빅뱅이 일본 데뷔를 할 때다. 당시 한류열풍이 시작되서 케이팝 뮤지션들이 일본에 하나둘 진출하는 시점이었다. 앨범 홍보 차 아침 정보 방송에 나가서 내가 간단한 일본어로 인터뷰를 했다. ‘요로시쿠 오네가이시마스’와 같은 간단한 일본어였다. 그런데 멤버 중 한 명이 “너 일본어 못 하면 조용히 있어! 창피해!”라고 하더라. 난 그때 생각했다. ‘열심히 일본어를 공부해서 실력을 보여주겠어!’라고. 지금은 일본어 가지고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못한다. 오히려 나에게 물어보곤 한다. 난 이제 권력을 쥐게 된 것이다!(웃음) 일본에 가면 리더는 지드래곤 형이지만 모두들 나에게 의지를 한다. 작년에는 일본에서 탤런트로 활동했고 내 이름으로 레귤러 프로그램을 세 개 정도 하고 있다. 웬만한 현지 연예인들도 함께 하기 힘든 일본 국민 엠시 아카시아 산마, 다운타운(개그 콤비)과 함께 방송을 하기도 한다.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의 그런 개인적인 활동이 빅뱅에도 큰 도움이 된다.

Q. 승리의 야망은 여전한 것 같다.
승리: 야망이 컸다. 그런데 현실과 부딪혀보니 야망만으로 되지 않더라. 열정과 바람만으로는 안 된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들. 나에게 맞는 일들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빅뱅의 이름이 중요하다.

Q. 빅뱅과 솔로활동에 있어서 승리의 음악은 어떻게 다른가?
승리: 우리는 기본적으로 빅뱅이라는 큰 음악의 틀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멤버들이 같은 의견이다. 내가 솔로를 한다고 해서 갑자기 록을 한다든지 정통 힙합, 알앤비를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제껏 빅뱅의 울타리에서 커왔기 때문에 거기에 익숙해져 있다. 빅뱅 안에서 음악을 보고 배웠다. 물론 내가 가진 역량을 다 발휘해서 나만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솔로활동을 하는 것 아니겠는가? 멤버 각자들이 자신의 색을 추구하다가 다시 빅뱅으로 뭉치면 그 시너지가 대단할 것이다.

Q. 빅뱅 형들의 음악들을 평한다면?
승리: 지드래곤 형의 음악은 꼭 스시 같다. 고급스러우면서 다양한 맛을 낸다. 부위에 따라 맛도 다르고, 어느 정도 익히느냐에 따라 음악이 변한다. 태양 형은 햄버거다. 햄버거가 가진 특유의 맛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치킨버거, 불갈비버거, 새우버거가 있듯이 다양한 맛을 낸다. 탑 형은 스테이크다. 어떤 와인과 먹느냐가 중요하다. 대성 형은 얼큰한 해장국!

Q. 다들 솔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빅뱅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나?
승리: 연말쯤에는 다섯 명이 뭉친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꼭 신곡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방송이나, 공연을 통해 팬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이번 솔로앨범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승리: 차트 성적보다는 나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한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처음 프로듀싱을 했기 때문에 정말 좋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이제 지드래곤, 태양 형들의 솔로 앨범이 나온다. 이렇게 한 팀에서 솔로 앨범이 연달아 나오는 것이 이례적인 일이다. 내가 좋은 스타트를 끊어서 형들에게도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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