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황금의 제국’ 캡쳐.
SBS ‘황금의 제국’ 캡쳐.
SBS ‘황금의 제국’ 캡쳐.

SBS ‘황금의 제국’ 15, 16회 8월 19, 20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민재(손현주)는 동휘(정욱)에게 주주총회 전까지 태주(고수)가 김의원(이원재) 살해사건의 진범임을 밝혀 내라고 지시한다. 모든 증거들이 태주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서윤(이요원)은 이를 불안해하지만 태주는 설희(장신영)의 희생과 동휘와 협상을 통해 혐의에서 벗어난다. 한편 정희(김미숙)를 압박하기 위해 서윤은 성재(이현진)를 검찰에 고발하고, 정희는 결국 민재와 공동의결권을 설정하기로 하기로 약속한다. 경영권을 두고 지분 싸움을 벌이던 태주와 서윤은 민재를 궁지로 몰지만 민재는 이들의 예측을 빗나가며 오히려 정희와 서윤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리뷰
모든 인물들이 각자 마음속에 담아왔던 욕망의 임계점을 지난 지금, 이제는 그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길로 폭주하고 있다. 태주는 모든 것을 잃어본 경험이 있는 자신의 삶을 들어 민재를 싸울 수 없는 ‘애완견’에 비유했지만, 그 역시도 이제는 그 어떤 것도 잃을 수 없기에 수 많은 약점을 노출시켰다. 이는 서윤도, 정희도 예외 일 수 없다. 때문에 이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고, 수시로 서로의 힘을 가늠하고 견제하기 위해 이합집산을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다소 무리한 방향으로 흐르던 힘의 균형은 아무것도 혹은 그 누구도 가지지 못한 최민재가 ‘히든’의 패를 뒤집으며 다시금 팽팽한 균형을 잡게 됐다. 반전을 위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무게가 실렸던 한정희를 뒤집어 주도권을 몰고 온 민재는 비로소 이야기의 방향을 제대로 돌려 놓는데 성공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처럼 모두가 욕망을 향해 폭주하고 있는 동안 ‘황금의 제국’을 지배하는 원동력은 기이한 곳에서 분출된다는 점이다. 반전이 거듭되는 동안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됐다. 가장 가깝게 믿었거나, 혹은 가장 공고한 동맹을 맺었다고 생각되는 인물들 조차 언제 돌아설 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핏줄도 예외는 없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이 호시탐탐 뒤통수를 노리는 과정에서 아이러니하게 이들에게 가장 큰 신뢰를 주는 인물들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이다. 서윤의 가장 약한 점을 건드리는 것은 따지고 보면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동생 성재(이현진)고, 설희(장신영)는 태주를 위해 살인죄의 누명까지 뒤집어 썼다. 정희 조차 강상무(박지일)를 통해 지금까지 모든 반전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민재는 아버지 세대가 그토록 매달려 왔던 가족을 통해 게임의 주도권을 잡았다. ‘남의 손’에 들려줄 것이나, 아니면 그래도 ‘가족의 손’에 들려 준 뒤 다시 기회를 노릴 것이냐. ‘황금의 제국’이 그 자체로 혈연으로 대물림 될 수 밖에 없는 ‘제국’인 것은 결국 이처럼 가장 잔인하고 치열한 방식으로 전쟁을 벌이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들 만의 게임일 수 밖에 없다는 반증이다. 한정희와 태주가 가장 강력한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 있어서 민재와 서윤은 ‘성진’이라는 제국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민재는 태주에게 ‘황금의 제국으로 함께 가자’고 했지만 결국 태주는 그 제국에 다다르기 위한 적토마에 불과하고, 정희 또한 황금의 제국에 들어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미끼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황금의 제국’은 거대한 가족 밀실극 같은 구도를 띤다. 드라마 자체부터 야외 촬영이 거의 없이 세트로 구성된 밀실에서 끊임없이 빚어지는 갈등들과 배신, 은유, 반전들은 바깥 세계와는 철저히 차단된 회사와 성진가 집 안의 일이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입지를 살리기 위해 버둥대면서 밀실극은 완성된다. 밀실은 외부인의 출입도 허용하지 않지만, 밀실 안의 사람들도 ‘죽음’이 아니고서는 밀실을 벗어날 수 없다.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공간은 좁다. 과거 유럽의 왕실이 가장 안정적인 방식으로 권력과 부를 승계하기 위해 친척들끼리의 혼인을 추진했던 것처럼 ‘황금의 제국’은 결국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이라는 원동력으로 제국을 지켜나간다. 최민재가 태주에게 “서윤이 물잔에 물이나 따르라”고 한 말은 결국 이 치열한 밀실극의 본질에 대한 선언과 다름없다. 과연 밀실의 문은 열릴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희생 위에 더욱 단단하게 그 문을 잠그고 제국을 완성할 것인가. 이 밀실극의 본질은 이제 온전히 드러났다. 이제 ‘황금의 제국’의 남은 과제는 이 변할 수 없는 ‘제국’의 본질 앞에선 밀실 밖 인물들의 마지막 반격이다.

수다 포인트
- 그러니까, 이제 겨우 3분의 2란 말입니까?
- 교훈: 세상에 역시 믿을 놈은 하나도 없다
- 과연 15~16회를 합쳐서 야외 촬영은 몇 건이나 있었을까~요?

글. 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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