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조건은 있지만 필요조건은 없는 KOSPI...우리투자증권 연말에 이어 연초 증시도 산뜻하게 출발하면서 비관보다 낙관론이 늘어나고 있다. 적어도 두 달전에 KOSPI가 500~700p까지 하락할 것이라던 극도의 불안심리가 가라앉고 투자자들이 냉정을 되찾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기술적으로도 추가 상승신호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20MA가 60MA를 돌파하는 단기 골든크로스가 발생하면서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유동성 랠리가 좀 더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최악의 경기지표와 대규모 구조조정 발표에도 불구하고 투자심리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것도 악재에 대한 내성이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다 악재가 나오면 나올수록 어쩔 수 없이 더 강한 경기부양책과 유동성 지원책이 나올 것이라는 점도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점검할 지표가 남아 있으며, 추세반전을 위한 필요조건이 불충분하다. 한마디로 말해 최근의 주가 상승은 충분조건은 있지만, 필요조건은 부족한 상태이다. 첫째, 글로벌증시 중 가장 선행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중국증시가 불안하다. 주요증시 중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빠진 다음 2008년 10월말을 저점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던 중국증시가 12월 중순경 한국과 비슷한 골든크로스가 발생한 다음 오히려 60MA를 하회하는 조정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기술적 상승신호가 단기 조정의 빌미가 된 점과 4조 위안이 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희석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둘째, 두 달이 넘는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경기지표상 소순환사이클의 회복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2007년 8월 이후 16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는 미국 경기선행지수, 2007년 11월 이후 12개월 연속 하강하고 있는 한국 경기선행지수 등은 경기와 금융지표간에 아직 괴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이며, 경기 소순환 지표의 반전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지수 상승도 추세적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마지막으로 금융위기의 2차 충격 또는 여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리먼브러더스 사태에서 불거진 미국발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손실은 상당부분 인지하고 있지만, 관련된 유럽 쪽 리스크는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의 경우 미국 모기지와 관련된 서브프라임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했다는 점과 대부분 반기마다 결산을 한다는 점에서 지난해 10~11월에는 의외로 조용하게(?) 넘어갔지만, 결산기 효과가 나타날 1~2월에는 금융 불안감을 키울 소지가 남아 있다. 결국 현재의 주식시장은 투자심리 개선 및 기술적 골든크로스 발생 등 충분조건은 있지만, 추세반전 신호 및 금융위기의 선결조건들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필요조건은 불충분한 상태이다. 따라서 아직은 추세 회복을 겨냥한 비중확대는 부담스럽다고 판단되며, 수익이 나지 않는 주식에 대한 현금화 전략 및 일정부분 방어적인 포지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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