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 브레이크는 없나 연초 급락 이후 조정 양상을 보이던 환율이 25일 다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서 닷새 연속 총 1조5천억원(15억달러) 어치의 주식순매수를 기록하면서 달러 공급요인에 대한 두려움이 장을 지배했다. 일평균 거래량이 47억달러 수준인 서울 외환시장에서 분산출회는 된다지만 15억달러 상당의 매물은 적지 않은 부담 요인임에 틀림없다. 글로벌 달러 하락 기대로 가뜩이나 역외의 매도공세가 꾸준한데다 설을 앞둔 네고물량까지 가세하면서 공급매물이 꼬리를 무는 형국이다. 968원대로 하락하며 연중 저점을 경신함과 동시에 8년2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한 환율이 낙폭을 어디까지 키울지 주목받고 있다. 다음주 FOMC를 앞두고 달러/엔이 반등 국면으로 진입했으나 달러/원은 이와 무관하게 추가하락 기대가 강해지고 있다. 엔/원 환율도 심리적 지지선인 850원 붕괴에 이어 841원대로 낙폭을 키웠고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어차피 볼 레벨을 봐야 돌아서는 시장의 속성을 감안하면 2월초까지 950원 수준은 봐야 급락세가 다소 진정되지 않겠느냐"면서 "엔/원도 850원이 무너지면서 손절매물이 급하게 쏟아지는 등 단기적인 추가하락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달러/원 950원, 엔/원 830원 수준이 다음 지지선으로 제시되고 있다. ▲ 환율하락 재료 '즐비' 최근 외국인 주식순매수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다 월말과 설을 앞둔 수출네고 물량 부담 등으로 시장 수급은 단연 공급우위 기대가 강하다. 게다가 다음달 초에 상장되는 롯데쇼핑의 해외 주식공모자금(최대 28억달러 예상) 부담까지 가세하고 있어 자칫 공급매물이 홍수를 이룰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2월부터 롯데쇼핑 IPO 관련 매물이 가시화될 수 있어 달러/원 상승은 어느 정도 캡이 씌워졌다고 보는 분위기"라면서 "최근 상대적으로 매물출회가 공격적이지는 않았지만 수출 기업들도 990원 이상에서는 언제라도 대기매물을 쏟아낼 수 있어 매물부담이 강하다"고 말했다 전일 발표된 지난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2%에 달하는 호조를 보인 점도 지속적인 원화 절상 기대를 뒷받침한다. 내수 회복이 가시화된 가운데 수출도 여전히 호조를 보이면서 지난해 4분기 '쌍끌이' 성장세를 주도했다. 견조한 경제지표로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고 원화가치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5일자 보고서를 통해 "내수가 전반적인 성장을 견인하고 있으며 수출은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연내에 50-75bp 정도 인상하고 원화가치는 추가로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당국의 딜레마 당국은 24일 오후와 25일 오전 두 차례나 구두개입성 발언을 통해 환율하락에 대한 경계심을 심어줬지만 정작 시장에서 실질적인 움직임은 거의 감지되지 않았다. 일중 6천억원 이상의 외국인 주식순매수 앞에 당국도 '아연실색' 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다른 시중 딜러는 "일중 외국인 주식순매수가 급증했고 전일까지 순매수했던 주식자금 공급도 쏟아지는데 당국도 도리가 없었을 것"이라며 "구두개입으로 오전까지 시장 숏커버링은 마무리된 상태에서 오후들어 네고든 주식자금이든 매물이 실리는대로 낙폭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개입으로 레벨을 올릴 경우 외국인 주식순매수자금을 높은 레벨에서 소화시킨다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고 개입 재원 또한 충분치 않다는 측면에서 한 마디로 역부족인 승부였던 셈이다. 소나기는 일단 피하는 심정으로 개입에서 발을 뺄 수 밖에 없었고 외국인 주식순매수자금 등 매물홍수가 어느 정도 걷혀야만 당국도 개입 명분이 서고 속도조절이든 뭐든 대응책을 세워보지 않겠냐는 지적이 우세하다. ** 본 한경브리핑 서비스는 거래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또한, 정보의 오류 및 내용에 대해 당사는 어떠한 책임도 없으며, 단순 참고자료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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