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원대 주식 자산가라고 알려진 백종원이 ‘국민 술’ 소주를 탐구한다.
침샘을 자극하는 화려한 영상미와 방대한 인문학적 지식으로 세계에 한식의 가치를 알린 푸드 인문 다큐멘터리 랩소디 시리즈. 2020년 ‘삼겹살 랩소디’를 시작으로 ‘냉면 랩소디’, ‘한우 랩소디’, ‘짜장면 랩소디’, ‘치킨 랩소디’에 이은 그 6번째 이야기 ‘소주 랩소디’가 오는 23일과 30일 베일을 벗는다.랩소디 시리즈, 6번째는 왜 ‘소주’일까?
마실 음(飮), 밥 식(食). 예로부터 마시는 것은 먹는 것보다 앞에 있었고 음(飮)의 정점에 있는 것은 술, 그중에서도 ‘소주’였다. 한국인에게 술 한잔하자는 말은 ‘소주 한잔하자’는 의미이며 축하나 위로를 ‘소주 한잔해’라는 말로 대신하기도 한다. 한국인들은 맑고 차가운 소주와 희로애락을 나눴으며 소주의 역사는 굴곡진 한반도의 역사이니 K FOOD, 한식을 이야기하는 랩소디 시리즈에서 빠질 수 없는 소재이다.
소주는 불의 예술이다. 불사를 소(燒), 술 주(酒)를 쓰는 소주는 이름 그대로 발효주를 끓여서 만든 술. 1,000℃가 넘는 가마에서 만든 도기로 내린 소주는 불과 땀이 어우러진 정점의 한 방울이다.
백종원, 배우 이장우, 허영만 화백이 떠나는 소주 여행
이번 랩소디 시리즈의 프리젠터도 백종원이 맡았다. 음식 못지않게 술을 사랑하는 애주가이자 직접 술을 빚는 양조인이기도 한 그가 마음 맞는 술친구, 배우 이장우와 함께 소주를 부르는 장소인 을지로 철공소 거리에서 소주 한잔을 나누는 것으로 1부 ‘초록병의 힘’이 시작된다.
소주를 상징하는 초록색 병은 사실 전통 소주가 아닌 희석식 소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증류주 브랜드이기도 한 한국의 희석식 소주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우리 곁에 있는 가장 친근한 존재다. 우리는 언제부터 희석식 소주를 먹게 되었을까. 주정 공장과 소주 공장을 찾아 희석식 소주의 역사와 제조 과정을 살펴본다.소주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소맥과 폭탄주이니, 소문난 포항의 폭탄주 이모를 찾아가 즐거운 놀이가 된 폭탄주 제조 현장을 만나본다. 또 소주를 마신 다음 날 꼭 찾게 되는 것이 해장국. 숙취를 해소해 주는 음식 ‘해장국’이 메뉴명으로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는데, 지역별로 다양한 해장국 메뉴를 만나보고 서민들의 안식처였던 포장마차의 추억을 떠올려본다.
제1부 – 초록병의 힘
이장우 “초록색 병에 담긴 소주에는 제 스토리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오늘 나에게 어떤 스토리가 있었는지. 내가 정말 땀 흘려가며 열심히 일하고, 일이 끝났을 때 동료들과 한잔하는 것. 우리 삶에 너무 녹아 들어와 있는 것 같아요.”기쁨을 나누며 한 잔, 슬픔을 달래며 두 잔, 한국인과 함께해 온 서민의 술, 소주. 절로 소주를 부르는 공간, 을지로 철공소 골목에서 소주 랩소디 1부 ‘초록병의 힘’은 시작된다. 1,000여 개의 작은 철공소가 모여있는 이곳 사람들에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마시는 한 잔의 소주는 최고의 위안. 이 골목을 찾은 백종원 프리젠터는 세트장을 찾은 영화배우가 된 것 같다며 소주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때 등장한 깜짝 술친구. 소문난 애주가인 배우 이장우는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는 낮술의 매력과 함께 다른 술과 달리 초록병 소주에는 ‘내가 오늘을 어떻게 살았는지, 나의 스토리가 담겨있다’며 애주가다운 명언을 남겼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증류주 브랜드는 한국의 한 희석식 소주 브랜드이다. 2023년에 약 24억 4000만 병을 판매해 1초당 77병을 판매했으며 1966년부터 지금까지 59년간 판매한 병을 이어서 놓았을 때 지구를 342바퀴 돌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 한국인에게 초록병 소주란 지난 50년 격동의 세월을 함께 나눈 친구였으며 ‘소주 한잔하자’는 말 안에는 그 모든 희로애락이 담겼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희석식 소주를 마시게 된 걸까. 집집마다 술을 빚던 가양주의 나라였던 우리가 주정을 물에 희석한 ‘희석식 소주’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일제강점기이다. 일본은 1909년 주세법을 제정해 주류 제조 면허제도를 시행하고 세금을 부과하면서 우리 술을 통제했다. 또 1919년 최초의 희석식 소주 공장이 평양과 인천에 지어졌으며 당시에는 신식 소주, 기계식 소주라고 불렀다. 희석식 소주는 경제개발과 고도성장으로 급격히 산업화가 진행되던 1960, 70년대 주머니 가벼운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을 달래주며 점차 서민의 술로 자리 잡았다.소주의 역사는 우리가 지나온 근현대사의 역사이기도 하다. 최초의 CM송을 사용한 광고가 소주 광고였으며 소주 광고를 보면 누가 가장 인기 있는지 알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했다. 소주의 처음 도수는 무려 30도로 당시에는 남자 모델이 주를 이뤘고 도수가 점점 낮아지면서 이영애, 이효리와 같은 여성 모델이 주를 이뤘다.
와인이나 위스키에 주도가 있듯 우리 소주에도 주도가 있다. 우리는 어른과 술을 마실 때 고개를 돌리고 자연스럽게 두 손으로 술을 받으니 여기에는 한국인의 배려가 담겨 있다. 또 하나 우리 소주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폭탄주. 폭탄주의 시작은 과거 막걸리와 소주를 섞은 ‘혼돈주’였으니 그야말로 혼돈의 세계로 가는 술이었다. 흔들고 섞고 던지는 우리의 폭탄주 문화는 단순히 술이 아닌 그곳의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게 하는 매개체이자 즐거운 놀이가 아닐까.
‘풀 해(解)’, ‘숙취 정(酲)’의 뜻이 담긴 메뉴 해장국. 해장국이라는 메뉴를 가진 곳은 오직 우리뿐이니 지역마다 다양한 팔도 해장국 문화가 있다. 서울 선지해장국, 부산 복국, 충청도 올갱이해장국, 전주 콩나물해장국까지! 술꾼의 비타민, 해장국의 깊은 맛은 자칫 해장술을 부르기도 한다.
초록병에 담긴 희석식 소주는 한국의 음식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자 우리의 산업화를 담아놓은 술이다. 희석식 소주는 경제를 일으켜야 했던 힘든 시기와 함께해 온 술이기에 우리는 소주에게 고백하고 소주에게 위로받았던 것은 아닐까. 소주가 있어 우리는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소주 랩소드' 1부 - 초록병의 힘은 오는 23일 오후 10시 KBS 1TV 첫 방송된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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