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까까오톡》
연예인 2세의 수월한 연예계 진출
후광과 능력 사이
기회 쉽게 얻는 이들의 모습이 주는 상대적 박탈감
사진=웨이브 '잠만 자는 사이' 영상 캡처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부모를 잘 만나는 것도 능력인가 보다. 유명 연예인의 자녀라는 '후광' 덕택에 남들보다 쉽게 자리를 꿰찬다. 한 번의 기회도 절실한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유다.

지난 4일 첫 공개된 웨이브 예능 '잠만 자는 사이'에는 8명의 출연자가 등장한다. 이 프로그램은 MZ세대인 남녀 8명이 '밤 데이트'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연애 리얼리티. 각 참가자들의 잠옷 위에는 '연애 시크릿 넘버'가 쓰여있다. 개인정보가 공개되기 전 참가자들은 서로를 번호로 불렀다. 이중 시크릿 넘버 7번의 여성은 단발머리에 단아한 외모로 시선을 끌었다. 매칭된 남성과 데이트를 나간 여성은 자신의 이름이 바다와 하늘의 앞 글자를 딴 것이라 설명했고, 성은 특이하게도 '표'라고 밝혔다. 표바하, 표인봉의 딸이었다.
사진=tvN '둥지탈출3' 방송 캡처


표바하는 2018년 방영된 tvN 예능 '둥지탈출3'에 출연한 바 있다. 현재 뮤지컬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표바하는 어릴 적 아버지 표인봉이 제작한 뮤지컬에서도 연기를 선보인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뮤지컬 '블루헬멧 : 메이사의 노래'에 캐스팅돼 무대에 올랐다. '잠만 자는 사이'에서 표바하는 "연애를 쉬는 스타일이 아니다. 헤어진 지 네 달 됐다. 슬슬 만날 때가 됐다"며 "피부가 까만 사람이 좋다. 남자 볼 때 가슴과 엉덩이를 본다"며 솔직하게 이상형을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일반인이 출연하는 예능들에서는 폭력 전과, 성폭행, 음주운전, 가품(짝퉁) 착용 등 출연자들이 논란을 일으킨 경우가 있다. '출연자 선정 기준'에 시청자들도 주목하는 이유. '잠만 자는 사이' 제작발표회에서 김동욱 PD는 출연자 선정 기준에 대해 "지인들의 추천을 받은 분도 있고 인스타그램 DM을 보내서 섭외를 추진하기도 했다. 잡지 등에 나온 분들을 컨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섭외된 출연자들이 연예인과 관련된 사람이라는 덕을 봤다는 이야기. 표바하의 출연이 '아버지가 표인봉'이라는 연관성과 무관하긴 어렵다고 판단되는 이유다.
사진=SBS '아빠를 부탁해' 방송 캡처


연예인 자녀들의 연예계 진출은 남들보다 수월하다. 시청자들은 연예인 자녀라는 '후광'에 남들보다 더 주목하고, 연예인들은 아는 선후배의 자녀라는 까닭에 더 힘을 실어주기 때문. '현대판 음서제'라고 칭해도 될 정도.

최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복귀한 조혜정 역시 배우 조재현의 딸이다. 조혜정의 경우 2018년 조재현이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활동을 중단했어야 했다. 이에 '연좌제 피해자'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조혜정의 복귀가 시청자들에게 불편감을 준 이유는 조혜정이 아버지 덕분에 연예계에 좀 더 수월하게 입문했기 때문. 조혜정은는 2015년 가족 예능 SBS '아빠를 부탁해'에 조재현과 함께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이후 2015년 말 방영된 MBC에브리원 드라마 '상상고양이'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지만 '발연기'로 뭇매를 맞았다.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역도요정 김복주' 등 드라마에도 조연으로 출연했지만 연기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진 못했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조재현 딸 복귀'로만 초반에 '반짝 화제'가 됐을 뿐, 연기로는 돋보이지 못했다.

반면 이경규의 딸 이예림의 경우, 데뷔 초에는 '금수저'라는 말이 따라붙었지만 연기에 대한 열의와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는 성실함으로 인정받았다. 이예림은 2018년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역할을 위해 체중을 8~10kg 증량했다. 드라마 종영 후에는 다시 감량했다. 이경규마저 이예림을 보고 "살을 찌우는 모습에 '노력하는구나. 배우를 하려면 저래야 한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드라마 끝나니까 바로 빼더라. 그때 지독하다고 느꼈다"고 칭찬했다.

연예인 2세라는 후광을 받는데 머물지 않고 자신의 길을 닦아가는 노력을 보여주고 역량을 키우고 성과를 낸다면 시청자들도 '금수저'라는 비판을 멈출 것. 연예인 자녀라는 이유로 남들보다 쉽게 기회만 얻어가는 이들의 모습은 씁쓸함을 남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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