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 "'전원일기' 촬영 중 속옷 없이 찍기도"

곽현화, 2014년 이성수 감독 소송
2020년 9월 일부 승소 판결

감독과 배우 간 갑을관계 여전히 존재
곽현화, 김혜정(왼쪽부터). 사진=텐아시아 DB, tvN 방송 화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여배우들의 노출신은 필수불가결한 장면으로 인식된다. 배우들의 노출신을 대놓고 광고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예술이란 미명아래 관음을 파는 일들은 정당화 되기 어렵다.

배우 김혜정은 지난 17일 방송된 tvN STORY 예능 '회장님네 사람들'에서 '전원일기' 촬영 비화를 밝히며 속옷 없이 빨래터 장면을 촬영했다고 털어놨다. 이날 박순천이 "브래지어를 안 하고 남자 매리어스를 딱 입고 빨래터에서 막 씻는 장면 촬영이었다. 결혼도 안 했는데 브래지어를 안 하고 촬영할 수 있다는 거 되게 힘들다. 근데 혜정이는 브래지어를 안 했더라"라고 놀라움을 드러냈다.
사진=tvN '회장님네 사람들' 방송 화면

이에 김혜정은 이관희 감독이 속옷을 입지 말라고 했다며 "그 장면 찍기 전에 많이 싸웠다"라며 "(감독님 말씀이) 비키니를 입은 것보다 러닝셔츠가 탁 달라붙어서 젖으면 관능적으로 보인다는 거다. 그리고 씻는 것도 막 씻지 말고 관능적으로 씻으라 했다. 그래서 내가 '어우 나 그렇게 못 한다'고 했는데도 하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감독의 경우 좀 더 임팩트가 강한 장면을 통해 시청률이나 화제성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노출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대중도 밋밋한 장면보다는 과한 애정신이나 노출이 있으면 한 번쯤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배우 입장은 나 몰라라 한 채 자극적인 것만 원한다면 배우들의 인격은 존중받을 수 없다.

감독과 배우 간의 노출 장면에 대한 견해차는 오래 지속돼왔다. 영화 '전망 좋은 집'의 이성수 감독과 배우 곽현화도 마찬가지. 이성수 감독은 2012년 자신이 연출하는 성인영화에 출연하기로 한 곽현화와 계약하면서 구두로 상반신 노출 장면을 촬영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촬영이 시작되자 "흐름에 따라 꼭 필요한 부분"이라며 설득했고, 곽현화는 노출 장면 공개는 나중에 자신이 결정하는 조건으로 촬영에 응했다.
곽현화 /사진=텐아시아 DB

이 감독은 곽현화의 요구대로 2012년 극장 개봉 때는 노출 장면을 삭제했지만, 2013년 11월 문제의 장면을 추가해 인터넷TV(IPTV)와 파일공유 사이트 등에 유료로 제공했다. 이에 곽현화는 노출 장면을 허락 없이 공개해 인격권이 침해됐다며 재산상 손해 3000만 원과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 7000만 원 등 1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6년에 걸친 긴 공방 끝 2020년 9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고(故) 김기덕 감독과 여배우 간의 법정 공방도 있었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여배우가 영화 촬영 과정에서 폭력적인 언사와 촬영 강요 의혹으로 고소한 것. 당시 여배우 A 씨는 시사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영화 속 신체 노출 장면에 대해 노출 부위, 장면의 의도, 촬영 방법 등을 계약 사항에 명시하라는 내용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영비법 개정안)'이 발의됐음에도 여전히 영화 촬영 현장에서는 인권 침해나 성폭력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신인일 경우에는 무리한 요구라 생각되더라도 쉽게 거절할 수 없는 입장일 터. 배우가 사전에 촬영 장면을 고지받지 못한 상태에서 현장의 총책임자인 감독으로부터 당일 노출신을 비롯한 무리한 촬영을 요구받았을 경우 실질적인 제재 수단 역시 없다.

자극적인 콘텐츠만 살아남는 행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콘텐츠 생산 과정에서 갑을관계를 벗어나 모두가 노력해야 할 비교적 어려운 문제임은 틀림없다. 시간은 걸릴 수 있겠지만, 감독과 배우, 대중이 함께 웃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권성미 텐아시아 기자 smkw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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