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1년차 배우 염정아. 끊임없이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온 배우로 통한다. 억척스러운 아줌마부터 아이 교육을 위해서라면 뭐든 다하는 엄마 역할까지 늘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왔다.
30여 년이 넘는 활동 기간 동안 사실 염정아를 가장 널리 알린 작품은 바로 JTBC '스카이캐슬'이다. 딸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사랑 때문에 '악'과 손을 잡게 된 한서진 역을 맡으며 말이 필요없는 연기력을 펼쳤다. 남들에게는 과한 교육열로 비칠 수 있었겠지만 염정아의 애절한 연기 덕분에 한편으로는 처량한 감정까지 자아냈다.
첫 회부터 한서진의 욕망을 숨기지 않고 순간마다 변화하는 연기를 보여준 염정아는 강력한 아우라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여기에 김주영(김서형 분)과의 갈등씬은 긴장감을 최고조를 끌어올리기도 했다.부잣집 사모님으로 열연했던 그는 종영 3년 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갑자기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청소복을 입은 채 대걸레질했다. 증권사 미화원 언니들의 예측불허 인생 상한가 도전기인 '클리닝 업'에 출연하게 된 것. 영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여성 서사 케이퍼 물이라는 점도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스카이캐슬'과 비슷한 역할로 밀어붙이며 안전한 길을 택할 법도 한데 염정아는 달랐다. 염정아는 베스티드 투자증권 용역 청소부 어용미 역으로 열연했다. 어용미는 평일엔 청소부, 주말에는 가사도우미로 하루를 25시간처럼 바쁘게 쪼개 사는 인물.
염정아는 삶의 무게를 이겨내는 현실 고증 연기를 보여주며 깊이 있는 연기력을 소화해냈다. '스카이캐슬'에 비해 시청률은 매우 저조했으나 또다시 연기 퀸의 명성을 입증해냈다.
곧 개봉을 앞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자신의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는 아내 세연 역을 맡았다. 엄마, 아내로 희생만 하며 살았던 세연은 어느 날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고 남편 진봉(류승룡 분)은 아내의 청천벽력 같은 암 말기 선고에 남몰래 눈물을 흘린다.
뮤지컬 영화인 만큼 이들 부부의 인생기를 다루며 중간중간 친숙한 대중음악으로 극을 채웠다. 실제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도 한 염정아는 인터뷰에서 1년의 준비기간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타고난 재능에 멈추지 않는 노력까지. 준비가 힘들었음에도 완성된 결과물을 보고 있자니 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염정아다.
데뷔 이래 염정아는 한 이미지만 고수하지 않았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자유롭게 오가며 끊임없이 대중 앞에 나서고 있다. 보통 40대를 맞은 여배우들은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지 않다고들 하지만 염정아는 어떤 아줌마 역할도 완벽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냈다.
30년 넘게 다양한 연기 영역을 넓히며 관록을 쌓아온 염정아는 시청률 혹은 화제성과 상관없이 늘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앞으로도 작품의 구심점이 되는 염정아의 활약을 기대한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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