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일라이, 지연수가 관계 개선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살벌하게 싸웠던 부부의 뜬금없이 달달해진 분위기가 이 조짐이 '연출'인지 의심하게 한다.
지난 6일 방송된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에는 재결합에 대한 속마음을 터놓는 일라이, 지연수의 이야기가 펼쳐졌다.일라이는 "촬영을 통해 연수와 오해를 풀고 대화하게 됐다. 방송이 없었다면 민수만 만났을 것"이라며 "솔직히 미국 안 가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일라이와 지연수는 연애할 때 자주 갔던 춘천을 찾아 닭갈비집에 갔다. 일라이는 "옛날에 행복한 기억은 없지만 앞으로 행복한 기억을 만들면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지연수는 "우리 둘이 만들자고?"라고 어이없어 하는 듯하면서도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지 않았다. 지연수가 "나와 잘해보고 싶냐"고 묻자 일라이는 "행복한 기억이 아니라도 그때보다는 나은 기억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했다. 일라이가 닭의 뼈를 발라주자 지연수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지연수는 일라이에게 "언제가 제일 행복했냐"고 물었다. 일라이는 "매일이 좋았고 행복했다. 싸우긴 해도 어쨌든 같이 있었지 않나. 같이 있었을 땐 행복했다"고 답했다. 지연수는 "넌 나와의 감정이 좋았구나. 난 감정을 잃어버린 거 같다. 사랑 받을 때 사랑할 때 감정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숙소로 돌아온 두 사람은 재결합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일라이는 미국에서는 일자리가 있어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지만,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백수가 되는 것이 고민이었다. 지연수는 "난 50살 전에는 재혼하려고 했다. 이혼한 전 남편과 사는 여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 감정 없는 남자와 사는 건 시간만 버리는 것 같다. 난 네가 돌아오면 민수 아빠로만 받아주진 않을 거다. (아내로서) 내 자리를 다시 찾든지 받아주지 않든지 둘 중 하나다. 네가 또 다시 떠나면 다시 일어날 힘이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지연수가 "날 좋아하냐"고 묻자 일라이는 "응"이라고 답했다. 지연수가 "왜?"라고 묻자 일라이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나"라고 했다. 일라이 역시 "날 좋아하냐"고 물었지만 지연수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라이는 "난 떠나지 않는다. 다시 오면 떠나지 않을 거다"고 말했다. 지연수는 "네가 우리 집에 있었던 며칠 동안 아무 간섭도 없이 우리 세 식구가 이렇게만 살았으면 우리 평생 행복했겠다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결혼 생활 6년을 한 만큼 둘 사이가 '막역'하긴 하겠지만 방송 1주 만에 갑작스레 태도가 달라졌다. '좋아한다'고 고백하며 갑작스러운 '연애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일라이는 '직진'하고 지연수는 튕기는, '밀당 커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춘천 여행 다음날 아침, 테이블에 마주앉은 두 사람은 발을 꼼지락대다 슬쩍 맞댔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지연수가 "커플끼리 오면 아침에 일어나서 어색하겠나"고 하자 일라이는 "전날 뭐 했느냐에 따라 다른 거 아니냐. 왜, 어색하냐"며 멋쩍게 웃었다. 지연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일라이는 "그럼 우리 커플 같다"며 쑥쓰러워했다.
지난 회차 방송 때만해도 두 사람은 갈등의 골이 깊었다. 지연수는 "너희 엄마가 나한테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장님 3년으로 9년 살라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얘기했다"며 오열하자 일라이는 "엄마가 그런 말을 했을 리 없다"며 언성을 높였다.
'우리 이혼했어요2'는 이혼한 부부가 얼마간 함께 지내는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며 새로운 관계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게 기획 의도다. '재결합이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프로그램 상에서는 계속해서 이혼 부부의 '재결합' 기류를 연출하고 있다. MC들도 "프로그램 이름을 '우리 다시 사랑할까요'로 바꾸자", "처음부터 좋아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등 두 사람의 재결합을 부추긴다.
이처럼 이혼한 부부를 연인처럼 몰고 가는 장면은 의아함을 자아냈다. '방송을 통해 오해를 풀고 재결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게 목적인지 의심 가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인스타그램에 모든 게시글을 지우고 쇼핑라이브 홍보글을 달랑 올린 지연수의 모습은 '재결합 분위기'를 홍보 수단으로 쓰고 있는 게 아닌지, 방송 속 모습을 불신하게 한다. 쉽게 다뤄선 안 될 결혼, 육아, 이혼 문제를 단순히 '재미'를 위해 드라마틱하게 만들어내는 '연출'은 지양해야 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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