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파 배우 설경구, 천우희, 오달수, 고창석, 문소리가 학교에 모였다. 학교 폭력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시선을 담은 차별화 된 작품에서 만났다. 배우들 모두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라며 입모아 말했다. 불편하지만 외면해선 안 될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다.
7일 오전 11시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온라인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배우 설경구, 천우희, 고창석과 김지훈 감독이 참석했다.'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동명의 연극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렸다.
특히 현시대와 맞닿아 있는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를 가해자의 시선에서 그려내는 차별화된 시도로 기대를 모은다.
여기에 연기파 배우 설경구, 천우희, 문소리, 오달수, 고창석, 김홍파 등이 열연해 폭발적인 시너지를 선사할 예정이다.
이날 김지훈 감독은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라는 제목 자체에서 분노심이 느껴지지 않나. 제가 담고자 하는 이야기가 함축적으로 표현 된 제목이다"라며 "분노의 정점은 '찾아가서 얼굴 한 번 보고 싶다' 라고 생각한다. 꼭 응징하고, 책임을 묻겠다기 보다 일단 얼굴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극 중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의 아버지이자, 접견 변호사를 맡은 설경구는 "제목의 강렬함에 끌렸다"라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설경구는 "가해자의 입장이라기 보다 그들의 시선을 담은 영화다. 시나리오를 보는 내내 분노했다"라며 "분노, 안타까움과 같은 그런 감정들이 잘 전달 되길 바란다. 이런 이야기가 많이 알려져서 다같이 공감 하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수학 선생님 역할을 맡은 고창석도 "시나리오를 보면서 분노를 느꼈다. 저도 배우이기 이전에 한 아이의 부모다. '나였으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라고 생각해 봤는데, 자신이 없어지더라. 영화를 찍으면서 '과연 우리가 얘기하는 정의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라며 계속해서 생각하고 확인했다. 혼란스러웠지만 뜻깊었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타워' 이후 설경구와 다시 한 번 작업했다. 그는 "설경구 선배가 촬영 하면서 '진짜야? 맞아?'라고 거듭 물어 보셨다. 저 역시 진짜가 뭔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진짜'를 공유해보자는 마음이 컸다"라며 "촬영 내내 상의 했다. 제게 설경구는 버팀목이었다. 의지하고 싶었다"라고 고백했다.
또한 김 감독은 담임 교사 송정욱 역할에 천우희를 캐스팅한 이유로 "극 중 송정욱이 원래 남자 캐릭터였다. 유약한 사회초년생 느낌이어야 했다"라며 "그동안 천우희가 강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많이 했다. 그 이면에 나약한 모습을 개인적으로 보고 싶었고, 설경구, 오달수 등 다른 배우들과의 앙상블도 기대됐다"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천우희를 만나서 애걸복걸했다. 진심으로 부탁했다"라며 "많은 고민을 했고, 시간이 걸렸지만 공감해 줬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우희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낭독공연과 연극을 봤다. 팬으로서 원작의 느낌을 간직하고 싶어서 출연을 고사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천우희는 "설경구 선배가 직접 전화를 걸어 주셨다. '나 설경구인데'라며 설득해 주셨는데 너무 감사했다"라며 "작품을 하고 나서 '안 했으면 어떡할 뻔 했을까' 싶었다. 이 좋은 기회와 인연을 다 놓쳤겠구나 생각했다. 너무 감사했다"라고 했다.
설경구는 "극 중 송정욱 역할이 굉장히 중요했다. 천우희여야 했다"라며 "하지만 논리적으로 설득하지 못했다. 애걸복걸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천우희는 "'그냥 하자'라는 그 한마디에서 진정성 느껴졌다"라며 웃었다.김 감독은 고창석을 캐스팅한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설경구를 통해 고창석을 알게 됐다. 고창석은 영화에서와 사석에서의 모습이 달랐다"라며 "감독으로서 모시고 싶은 배우들이 있다. 술자리에서 만났을 때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프러포즈 했을 떄 흔쾌히 받아주셨다"라고 말했다.
특히 고창석은 "연기하면서 죄책감이 들었다. 지금껏 악역 연기 하면서 죄책감이 든 적이 없었는데, 죄책감이 드는 희한한 영화였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저 역시도 영화를 찍으면서 힘들었다. 그동안 배우들에게 제가 가진 생각을 제시했는데, 이번엔 제시하기 보다 덮고 누르려고 했다"라며 "배우들이 진짜 많이 고민 했다. 죄책감, 부끄러움을 느꼈다. 명쾌한 방향을 찾기 보다, 촬영 하면서 답을 찾아가야 했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어려운 촬영이었다"라고 설명했다.김 감독은 피해자의 엄마 역할로 문소리를 선택했다. 그는 "문소리는 아픔을 가장 영화적으로 표현 할 수 있는 배우다. 마냥 슬퍼하고 분노 하는 게 아니라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연기를 한다"고 캐스팅 이유를 전했다.
연기파 배우들의 호흡이 남달랐다. 천우희는 "첫 촬영 때, 선배들이 서로 친분이 있다보니 '허허허' 하시면서 훈훈한 분위기를 만드셨다. 그런데 절대 대본을 놓지 않으시더라. 촬영할 때 날을 세우고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역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고창석이 우리 심부름을 하느랴 고생했다. 항상 든든하다. 50을 앞둔 막내다"라며 웃었다. 그러자 고창석은 "형들이 예전에도 못 됐는데 지금도 못 됐다. 닭집에서 꼬막이 먹고 싶다고 한다"라며 "이번 촬영은 어릴때 연극할 때 만큼 치열하게 했다. 저녁에 모여서 깊이 있게 이야기하는 시간이 좋았다. 짓궂게 심부름을 시켜도 즐거웠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원작인 연극이 하루동안 교무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이를 영화적으로 표현 하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픔을 온전히 표현해내기가 어려웠다"라며 "시나리오 완성에만 6년이 걸렸다. 작가님이 글을 정말 잘 뽑아주셨다"라고 고마워 했다.
천우희는 "배우들 모두 한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촬영했다. 이 영화가 학교 폭력에 관한 이야기라 불편하지만. 화두를 던져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야 한다. 많은 분들이 봐 주시길 바란다"라고 소망했다.
고창석 또한 "외면해선 안 될 우리 아이들과 부모들의 이야기다"라고 강조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4월 27일 개봉한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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