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오락 액션극 '특송' 주연
"극 중 인물 간 관계 생각하며 접근"
"행동의 동기 강한 악역, 매력적"
"어려도 내겐 친구, 나이 개의치 않아"
"연기 잘한다보다 좋은 파트너란 평가 듣고파"
"카체이싱 액션 도전? 무서워서 비겁해질 것 같아"
영화 '특송'에 출연한 배우 김의성. /사진제공=NEW


"그동안 맡았던 역보다, 체중이 가벼운 느낌의 역할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치만 제 역할 자체보다 영화 시나리오 전체에 더 끌렸죠. 여성 주인공이 액션을 이끌어가는 모습도 좋았어요. 그동안 여성 액션 영화가 몇 편 있었지만 상상력에 의존하는 면이 컸다면 이번 영화는 좀 더 피부로 와닿았어요. 무엇보다 박소담 씨가 한다고 해서 해야지 싶었죠. 하하."

배우 김의성은 그간 악독하고 비열한 캐릭터로 작품 속 이야기의 굴곡을 더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영화 '특송'에서는 악인도 선인도 아닌 경계점에 있는 인물로 이야기의 변주를 주며 범죄 오락극의 재미를 드높인다.'특송'은 돈만 되면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도 '배송'해주는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박소담 분)가 예기치 못한 '배송사고'로 인해 추격전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김의성은 폐차 처리장으로 위장한 특송 전문 업체 백강산업의 대표 백사장 역을 맡았다. 합법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불법이라고 할 수도 없는 '특송'으로 돈을 버는 간사한 면이 있는 반면, 은하에게는 따뜻한 친구이자 동료, 그리고 아버지가 돼주는 인간적 면모도 지녔다. 백강산업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퉁명스럽게 대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들을 아끼고 살뜰히 여긴다.

"연기는 관계 속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저는 누구에게든 연기에 대해 물어보는데, 예전에 하정우 씨에게 '연기할 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믈은 적 있어요. 그랬더니 인물 간의 관계를 생각하며 연기해보라는 '무책임한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하하. 나중에 생각해보니 좋은 충고였어요. 내가 누구와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나라는 사람이 달라지잖아요. 영화에서도 은하, 외국인 노동자들과 백사장이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영화 '특송' 스틸 / 사진제공=NEW
극도의 악인을 주로 연기해왔기에 입체적 면모가 있는 백사장 캐릭터는 김의성에게 더 새로웠다. 그는 악한 인물과 선한 인물을 연기하는 각각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악역은 악역으로서 매력이 있어요. 배우는 의지와 동기가 강한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데 착한 역보다는 악역이 좀 더 그런 면이 있죠. 그래서 시나리오에서 악역을 보면 가슴이 뛰고 도전 의식을 느끼곤 합니다. 하하. 악역으로 사랑받는 것도 좋지만 제 자신이 가진 그대로의 매력으로도 사랑받고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어요. 다양한 캐릭터 소화해보고 싶어요."

영화 '특송' 스틸 / 사진제공=NEW
이번 영화의 주인공 박소담은 갑상선 유두암 수술 후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이에 김의성은 "경과가 좋고 건강은 순조롭게 회복되고 있지만 워낙 큰 수술을 받아서 시간은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26살 차이지만 평소 돈독하게 지내는 친구 사이. 김의성은 박소담에 대해 "각별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홍보 차 출연한 라디오에서는 박소담을 '독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특송'을 하면서 소담 씨에게 놀라고 감동 받은 일이 많았어요. 첫 원톱 주연이고 나이도 많지 않은데, 주연은 무엇인가, 주연은 작품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더라고요. 그런 책임감을 현장 안팎에서 실천했어요. 촬영이 끝난 후 거의 매일 스태프들과 같이 어울려서 얘기하고 맥주도 한 잔씩 나누고, 그런 시간들을 보내면서 스태프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더군요. 저는 도저히 못할 일을 하더라고요. 카 액션, 격투 액션도 저렇게까지 준비하는 구나 싶을 정도였죠. 완벽하게 준비하고도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독종, 악바리라고 생각했죠. 저도 그런 모습을 배우고 싶은데 좀 늦은 것 같아요. 하하."

영화 '특송'에 출연한 배우 김의성. /사진제공=NEW
김의성은 "젊은 배우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고 좋은 관계를 맺고 우정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꼰대'가 아닌 어린 후배들과도 격 없이 어울리는 면모가 김의성이 다른 배우들과 좋은 호흡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제 마음엔 나이의 개념이 없어요. 하하. 50대 중후반 정도가 되면 촬영장에서 나이로는 가장 고참이에요. 거기다 남자이고 배우면 '강자 중에 강자'죠. 혹여 제가 조금만 날카롭게 농담을 해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무섭고 움츠러들어요. 제가 얌전히만 있어도 다들 제게 지나치게 잘해줘요. 그런 현장에서 꼬투리를 잡는 건 하찮은 짓이죠. 저는 동료들에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보다 같이 일하면 좋은 파트너라는 평을 듣고 싶어요. 거기에 돈 주는 만큼 연기해내는 배우라는 평을 들으면 더 좋고요. 하하. '어려워서 피곤해'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노력해요. 저는 많은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고 싶어요. 현장이 너무 좋거든요."

'친구' 박소담처럼 카체이싱 액션에 도전해보는 건 어떠냐는 물음에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은데 무섭다"며 "액션을 100% 해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 액션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저는 얼굴만 나오는 비겁한 배우가 될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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