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서, '마인' 종영 인터뷰
"뻔한 신데렐라처럼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차학연 지키기 위해 흑화, 새 메이드 해고까지"
"해피엔딩이지만, 앞으로의 삶 순탄치 않을 것"

'마인' 배우 정이서./사진=조준원 기자


"메이드에서 재벌가 작은 사모님이 된 김유연의 '마인'은 한수혁, 즉 사랑이었어요. 수혁과의 관계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앞으로 유연의 삶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아요.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버티며 살아가지 않을까요?"

지난 27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마인'에서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효원가 메이드로 들어갔다가 재벌 3세 한수혁(차학연 분)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김유연 역을 맡아 열연한 정이서의 말이다. '마인'은 세상의 편견에서 벗어나 진짜 나의 것을 찾아가는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김유연은 전형적인 신데렐라 캐릭터다. 가난한 여자가 재벌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역경을 이겨낸 뒤 신분 상승을 이루기 때문. 정이서 역시 그런 지점에 대해 고민하며 김유연이 '뻔한 신델렐라' 캐릭터로 보이지 않기 애썼다고 밝혔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 작가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작가님이 유연이가 당당하고 당차 보였으면 좋겠다고 해서 너무 불쌍하거나 처연해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김유연은 한수혁의 엄마인 정서현(김서형 분)이 돈 봉투를 건네며 관계를 정리하라고 했을 때도 거절하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정이서는 "김유연 자체가 자존감이 높다. 작가님이 말씀하길 요즘 재벌가에서 메이드로 일하는 사람이 월 500만 원은 번다더라. 유연이 입장에서는 빚을 갚을 수 있는 좋은 직장인거지, 재벌 밑에서 일하는 시녀 같은 입장이라고 여기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정이서./사진=조준원 기자


한수혁과 김유연의 공통점은 불면증이었다. 이에 두 사람은 서로 방을 바꿔 자면서 둘만의 비밀을 만들었고, 서로에게 운명적으로 끌리며 풋풋하면서도 설렘 가득한 로맨스를 선보였다.

이러한 판타지 같은 설정에 대해 정이서는 "나 역시 재벌과 메이드가 방을 바꿔 잔다는 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보는 분들이 덜 불편하게 느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최대한 담백하게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유연이 불면증인 이유는 삶에 대한 걱정이나 고민이 많기 때문이에요. 수혁이도 효원가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서 잠을 잘 자지 못했을 거고요. 그러한 두 사람이 방을 바꾸고, 고민이 존재하지 않는 다른 공간에서 잠을 자기에 숙면을 취했을 거라고 생각했죠. 유연이와 수혁이는 가정환경은 다르지만 비슷한 친구였기에 가까워지지 않았나 싶어요."

차학연과의 로맨스 호흡을 묻자 정이서는 "촬영 전부터 그룹 리딩을 같이 하다보니 많이 친해졌다. 촬영 전에 이미 친해진 상태라 의지를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화제를 모았던 빗속 키스신에 대해서는 "촬영이 새벽 2시에 시작됐다. 해뜨기 전에 다 찍어야 한다고 해서 모든 스텝, 배우들이 몰입하며 찍었다. 근처 물가에서 개구리가 중간중간 울어서 울음소리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찍고, 살수차도 뿌리는 등 여러 가지 합을 맞추느라 힘들었지만 해 뜨기 전에 마무리해서 다행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배우 정이서./사진=조준원 기자


김유연에게 '마인'은 수혁이었다. 그래서일까. 김유연은 차학연과 약혼 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작은 사모님이 된 그는 수혁과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메이드를 해고하는 일도 서슴치 않았다. 이에 정이서는 "약혼 후 미국 유학을 다녀온 설정이었다. 오랜만에 수혁과 재회했는데, 새로운 메이드가 수혁에게 유혹의 눈길을 보내자 그를 해고한다. 자신도 메이드 출신이지만, 그 자리에 올라오니 수혁을 지키기 위해 조금 흑화한거다. 그런 모습이 씁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마인'을 관통하는 큰 줄기는 카덴차 살인사건이다. 이에 시청자들은 카덴차 살인사건 진범이 누구인지 매회 추리력을 가동했다. 한지용(이현욱 분)의 죽음, 그 옆에 쓰러져 있던 서희수(이보영 분)와 흉기였던 소화기를 숨긴 정서현(김서형 분) 등 모두가 의심스러웠다. '마인' 최종회에서 카덴차 살인사건의 진범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주집사(박성연 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지용이 서희수의 목을 조르며 죽이려 하자 주집사가 서희수를 구하기 위해 내리친 것. 정이서 역시 최종회 대본을 보기 전까지 주집사가 범인인 줄 몰랐다고 밝혔다.

"대본을 읽을 때도 '범인은 OOO이다' 라고 적혀 있었어요. 끝에 가서야 대사들을 통해 주집사가 범인이라는 걸 알게 됐죠. 처음에는 누군지 전혀 몰랐어요. 살해된 사람이 한지용이었다는 것도 OOO으로 적혀 있어서 방송 중반에서야 알게 됐고요."

배우 정이서./사진=조준원 기자


김서형, 이보영 등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춘 정이서는 "혼자 대본을 읽을 때는 막연하게 '선배님들이 이렇게 연기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매번 예상의 틀을 벗어나는 연기를 보고 내가 좁은 시야로 대본을 봤다는 걸 깨달았다. 한 가지 감정을 연기하더라도 다양한 표현 방식이 있다는 걸 알게됐다"고 말했다.

"김유연 뿐만 아니라 정서현, 서희수(이보영 분) 등 모든 여자들이 한 단계 성숙해졌고, 배움이 있었다는 것에 만족스러운 결말이 아닐까 싶어요. 그러면서도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점은 씁쓸하게 다가왔고요."

정이서의 필모그래피에는 놀랍게도 영화 '기생충'이 있다. 그는 피자박스를 접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기택(송강호 분)네 가족들에게 갑질하는 젊은 피자가게 사장 역을 맡았다.

당시 촬영 현장을 생각하면 아직도 떨린다는 정이서. 그는 "영화관에서만 보던 선배님들을 대면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메이킹필름 속에 내가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에는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에 대본을 있는 그대로 달달 외워서 갔어요. 막상 현장에 가보니 봉준호 감독님이 대사를 몇 개 추가해보자고 하더라고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걱정했는데, 디테일하게 예시를 들며 알려주셨죠.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는 봉준호 감독님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마인' 배우 정이서./사진=조준원 기자


정이서의 롤모델은 전도연. 그는 전도연과 같이 연기하는 게 작은 소망이라며 "어렸을 때 전도연 선배님이 나온 '인어공주' 작품을 봤는데, 1인 2역 연기를 보고 너무 감탄했다. 한 사람이 같은 작품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게 신기하더라. 그 후로 전도연 선배님이 나오는 작품은 다 찾아봤다"고 밝혔다.

정이서의 차기작은 올 하반기 공개예정인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이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자들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정이서는 "화려한 액션을 위해 액션 스쿨도 열심히 다녔다.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줬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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