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2차 피해 호소
"누가 또 죽을까봐 고소도 못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스포라이트' 조민기 미투 사건 피해자/ 사진=JTBC 방송 화면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고(故)조민기의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호소했다.

지난 30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는 조민기 '미투' 사건의 피해자들이 출연했다.

조민기의 성추행이 알려진 건 2018년 3월 방송 보도를 통해서다. 당시 조민기는 청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조교수 재직 시절 다수의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폭로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경찰 수사를 받던 도중 서울 광진구 한 오피스텔 지하주차장 옆 창고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조민기는 "학생들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A4 용지 6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고, 해당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이날 방송에서 조민기 사건의 피해자는 "그의 사망 소식을 들은 그 날이 정확하게 기억난다"며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게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를 꼽으라고 하면 조민의 사망 이후 나의 일상"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는 "악플 내용은 다 똑같이 '꽃뱀'이라고 했다"면서 "조민기는 수업 중에 디렉팅이랍시고 허벅지 안쪽을 만졌다. 그걸 피하면 주먹으로 때렸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손을 잡고 다리를 만지고 등을 쓰다듬었다. '너는 나이 많은 남자를 만나봐야 한다'고 했다. '나를 이용해서 그런 것들을 연습해봐라'라고 하는 등 이런 것들이 4년 내내 있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故 조민기 빈소/ 사진=텐아시아DB

이들은 조민기 사망 이후에도 2차 가해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피해자는 "가해자가 자살하고 나서 내가 제일 먼저 본 댓글은 '청주대 X들 이제 파티하겠네'라는 글이었다"며 "그가 죽길 바라서 이 일을 시작한 게 아닌데, 왜 그가 사라져서 우리가 행복해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들은 "정말 매일 같이 24시간 미투가 사람을 죽였다는 댓글을 보고 있으면 '진짜 나 때문에 죽은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협박성 익명의 메시지들을 2차 가해 고소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했다. 그러려면 댓글을 읽을 수 밖에 없고 하루에도 몇백 개, 몇천 개씩 댓글을 보면서 다 모았다. 그런데 결국 2차 가해자들을 고소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누가 또 죽으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가 죽인 게 아니라는 걸 잘 알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내 인생에서 이 사람이 없어졌다는 사실이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스포라이트' 조민기 미투 사건 피해자/ 사진=JTBC 방송 화면

마찬가지로 '미투' 폭로가 불거졌으나 가해자가 사망하면서 공소권이 사라지게 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피해자들은 "박 시장 성폭력 피해자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장을 들었을 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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