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얼: “지금 세상이 너무 자극적이잖아요.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게 다. 특히 음악은 너무 많이 변질됐어요. 그것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요. 더 진지하게 파고들게 되는 거죠.” – 나얼, 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해도 사람들이 수긍하도록 만드는 가수의 노래하는 법.
유대얼: 나얼의 쌍둥이 동생인 단편 영화 감독. 두 형제는 어린 시절부터 화가인 이모와 고모를 보며 자랐고, 어머니는 이들에게 네 살부터 바이올린을 가르쳤다. 두 사람 모두 예술을 직업으로 선택하고, 나얼이 음악과 미술 양쪽을 모두 할 수 있는 이유일 듯. 하지만 나얼은 원래 가수를 할 생각이 없었다. “재능이 없”는데다 남 앞에서 노래하는 게 부끄러워서였다고. 실제로 나얼은 음악 실기 시험에서 2,30점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노래방이 생기면서 부끄러워하지 않고 혼자 노래할 공간이 생겼고, 걸어 다니면서도 노래를 부를 만큼 몰입했다. 그 와중에 친구들과 화음도 맞추면서 노래를 즐기다보니 가수까지 됐다. 노력하면 누구나 좋은 가수가 될 수 있다기보다는 나얼의 재능을 발견하지 못한 주변 사람들이 문제였던 듯. 누구나 노력한다고 나얼 같은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앤썸: 나얼이 가수로 데뷔한 그룹. 교회에서 함께 노래하던 중창단 멤버들이 결성한 그룹으로, 나얼은 고교시절에도 블랙커피라는 보컬 그룹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그가 좋아하는 음악은 보이즈 투 맨 등 아카펠라에 능한 보컬그룹들이다. 아카펠라에 능한 친구들이 모인 앤썸은 그가 원하던 형태의 그룹이었다. 훗날 나얼이 브라운 아이즈로 인기를 얻은 뒤, 자신이 앤썸 시절 참여했던 노래가 ‘브라운 아이즈의 나얼’로 홍보되는 것을 보고 서운함을 표현했을 정도. 나얼이 앤썸 이후에 브라운 아이즈와 브라운아이드 소울로 활동하고, 이제야 솔로 앨범을 내놓은 것은 ‘중창단’을 원했던 그의 선택이 낳은 결과일 듯.
브라운 아이즈: 윤건과 나얼이 결성한 듀오. 윤건이 활동했던 그룹 팀이 대중적으로 실패한 뒤 남은 멤버와 다시 음악을 하려는 과정에서 나얼을 만났고, 다른 멤버가 그룹을 떠나면서 결과적으로 브라운 아이즈가 결성됐다. 이 때문인지 브라운 아이즈의 데뷔 곡 ‘벌써일년’은 역시 윤건이 작곡한 그룹 팀의 ‘별’과 비슷한 구성을 가졌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흘러가는 ‘별’과 달리 ‘벌써 일년’에는 나얼의 목소리가 엄청난 호소력을 발휘했다. 윤건이 만들어내는 깔끔한 팝 멜로디에 소울 보컬을 가요의 감성으로 풀어낸 나얼의 보컬은 세련되면서도 대중적이었다. ‘벌써 일년’ 이후 2000년대 초반 수많은 가수들이 미디엄템포+진한(나얼 또는 박효신을 흉내낸) 보컬을 들고 나왔다. 대중보다 정확히 반보 앞선 음악으로 트렌드를 바꿔버린 듀오의 등장.
김범수: 나얼과 친한 동료 가수. 나얼은 김범수의 보컬을 “노래에 교과서가 있다면 그는 정말 교과서”라고 말했다. 또한 나얼은 휘성과 데뷔 전부터 친한 사이였다. 휘성에 따르면 데뷔 전의 나얼은 “연습하는 거 티를 안 내지만” 사실은 “(원하는 노래를 못하면) 연습실에서 3일 안 나온”다고. 나얼, 박효신, 김범수, 휘성 등은 흑인 음악을 즐겨 듣고 불렀으며,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대중음악계에 R&B/소울 스타일의 보컬이 유행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브라운아이즈의 ‘With Coffee’가 보다 팝적인 감각의 멜로디를 R&B/소울 보컬의 창법으로 소화했다면, ‘점점’은 기존 발라드에 가까운 곡을 R&B/소울 보컬로 불렀다고 할 수 있을 듯. 이 네 사람은 한국 대중음악의 기반이 흑인 음악스타일로 넘어오는 가교 역할을 했다고 할 만하다. 특히 나얼은 “인간이 타락하기 전, 지구가 파괴되기 전 존재했던 사람의 모습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해 흑인을 좋아하고, 흑인을 테마로 한 그림을 자주 그린다. 그래서 “정말 흑인 같은 목소리”를 내고 싶어 엄청난 노력을 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정작 자신은 “목소리 자체가 흑인 같은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이러니. 나얼이 아니면 한국에서 대체 누가 그런 보컬을 가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브라운 아이드 소울: 나얼이 드디어 다시 결성한 중창단. 스스로 전혀 흑인 보컬과 닮지 않았다고 생각한 나얼은 백인이 흑인 음악을 하는 것을 블루 아이드 소울이라 하듯, ‘갈색 눈을 가진 소울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브라운 아이드 소울을 지었다. 원래 브라운 아이즈 시절부터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라는 이름을 쓰고 싶어했다고. 나얼의 바람대로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My everything’처럼 보이즈 투 맨을 연상시키는 음악을 했다. 반면 타이틀 곡 ‘정말 사랑했을까’는 좀 더 발라드에 가까운 음악으로 대중성을 확보했다. 문자 그대로 소울 음악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던 선택. 하지만 애초에 나얼은 팝적인 흑인음악을 좋아했고, 이후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음악도 기존 발라드와 흑인음악의 경계에 있는 곡들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브라운 아이즈’를 가진 나얼의 소울 음악은 이런 스타일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
정엽: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멤버. ‘Nothing better’의 그 남자. ‘나는 가수다’라고 말해도 누구도 토 달지 않는 보컬리스트.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1집은 여러 곡이 히트한 좋은 앨범이었다. 하지만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진짜 영향력은 10여년에 걸쳐 천천히 드러났다. 그들의 성공 이후 많은 보컬 그룹들이 등장했고, 정엽이 그러했듯 그룹에서 실력을 인정 받고 솔로로 나서 성과를 거뒀다. 또한 편곡은 흑인 음악 스타일로, 멜로디는 팝 발라드의 느낌을 담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곡들은 한국에서 그 자체로 장르가 됐다. 브라스와 베이스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소울의 느낌을 내고, 부드럽고 풍부한 사운드를 연출하는 ‘비켜줄게’의 편곡과 레코딩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만의 장르라고 할 만한 그들의 스타일을 확립했다고 할 수 있을 듯.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영광이 온전히 나얼만의 것은 아니지만, 나얼이 추구한 방향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을 통해 가요계 전체로 퍼졌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 없었다면 MBC 의 ‘나는 가수다’나 KBS 의 풍경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한혜진: 나얼의 여자친구. 나얼이 만날 때마다 노래를 멈추지 않고 부른다는 이유로 노래 좀 그만하라고 핀잔을 주는 엄청난 여자. 한혜진이 아는 라디오 작가에게 소개를 받아 처음 만났고, 만난 자리에서는 말도 거의 하지 않아 서운했지만 그래도 나얼에게 호감이 가서 먼저 연락을 해서 사귀기 시작했다. 기독교 신자인 한혜진은 나얼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신앙고백을 하는 것을 보고 궁금해지기 시작했다고. 그만큼 두 사람은 자신의 믿음에 충실하다. 특히 나얼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노래 중 CCM인 ‘폭풍 속의 주’를 최고의 곡 중 하나로 꼽을 만큼 신앙심이 깊다. 굳건한 믿음을 바탕으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 나얼의 근본적인 감성이라 할 수 있을 듯. 다만 종교적 교리 문제 때문인지, 그는 동성애를 극렬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다. 동성애를 다룬 영화를 본 뒤 “언제부터 동성애가 아무렇지 않은 것이 돼버렸을까”라는 글을 미니홈피에 남겼을 정도. 그의 노래는 종교적 순수함이라 해도 좋을 마음가짐에서 나오지만, 그가 종교적 포용도 가졌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 때는 흑인도 백인과 버스조차 같이 타지 못할 만큼 차별 당하던 시절이 있었다. 에이프릴 샤워: 나얼이 친구들과 결성한 아트 유닛. 나얼이 아트디렉터를, 친구들이 뮤직비디오와 사진, 재킷 디자이너 등을 맡아 앨범을 제작하기도 했다. 평소에는 조용하기로 유명한 나얼도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다소 활발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잘 알려졌듯 나얼은 앨범 재킷 디자인을 하는 등 화가로도 활동중이다. 그는 미술이 음악보다 편하고, 때로는 “(가수는 내게) 되게 안 맞다”는 말까지 했다. 이는 대중 앞에 서는 것을 어려워하는 성격 때문. 나얼은 “사람이 바로 보인”다는 이유로 축가를 부르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고, “똑같은 시스템 안”에서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면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다. 이런 가수가 한국에서 활동하기란 지극히 어렵다. 하지만 나얼은 대체불가능한 목소리를 가졌고, 그가 대중 앞에 나서지 않을수록 그의 노래에 대한 희소성은 높아졌다. 자신의 감정이 차오를 때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는, 그래서 진짜 노래를 듣는다는 기분을 주는 가수. 동시에 흑인 음악의 느낌을 대중적인 멜로디와 함께 결합할 줄 아는 뮤지션. 나얼은 지금 세련되면서도 듣기 어렵지는 않은, 동시에 고급스럽다는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음악을 원하는 어떤 취향을 만족시킨다. 트렌드가 어떻게 흘러가건, 나얼의 곡을 무조건 듣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
김건: 앤썸의 멤버. 리메이크를 제외하면 나얼의 첫 번째 솔로 앨범 의 타이틀 곡 ‘바람 기억’에 출연했다. 또한 연출은 에이프릴 샤워의 송원영이 했다. 은 앤썸부터 지금까지 나얼의 모든 이력을 녹여낸 듯하다. ‘바람 기억’이 스케일 큰 발라드를 나얼의 목소리로 소화했다면 ‘You & me’는 미국에서도 붐을 이뤘던 옛 소울의 재현이고, ‘Stone of zion’과 히든트랙은 그가 신에게 바치는 가스펠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곡에서 나얼은 불가사의할 정도인 목소리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단단하지만 뭉치지는 않고, 넓게 퍼지면서도 명확한 초점을 가지며, 고음에서도 부드러울 수 있는 그의 목소리는 솔로 앨범을 통해 모두 표현된다. 그동안 중창단을 통해 제한적으로, 또는 리메이크를 통해 조금씩 들을 수 있었던 나얼의 목소리가 솔로 앨범을 통해 모든 가능성을 폭발시켰다. 나얼은 긴 시간동안 차분히 걸어 자신의 음악을 집약했고, 대중은 그동안 여러 그룹과 가수들을 통해 조금씩 느끼던 ‘나얼 스타일’을 원없이 들을 수 있었다. 대중 앞에 나서기 싫어했던 가수. 그룹을 통해 노래하던 가수. 대중과 떨어져 그림을 그리던 가수. 그 가수가 드디어 혼자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의 솔로 앨범을 기대하게 만들면서.
Who is next
나얼이 피쳐링한 ‘Air bag’을 부른 타블로와 같은 소속사인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좋아하는 조셉 고든 레빗.
10 Line list
탑 – 김정은 – 윤종신 – 김종국 – 최지우 – 휘성 – 박찬호 – 이효리 – 장서희 – 최양락 – 다니엘 헤니 – 이수근 – 권상우 – 소지섭 – 이민호 – 최명길 – 정형돈 – 김남주 – 박진영 – 손담비 – 김태원 – 신해철 – 송강호 – 김아중 – 김옥빈 – 이경규 – 김혜자 – 고현정 – 길 – 원빈 – 이승기 – 닉쿤 – 지진희 – 박명수 – 김혜수 – 신동엽 – 현빈 – 윤은혜 – G드래곤 – 하지원 – 타블로 – 김C – 유승호 – 양현석 – 강호동 – 김태희 – 김연아 – 장동건 – 장근석 – 김병욱 감독 – 정준하 – 손석희 – 정보석 – 고수 – 이병헌 – 이수만 – 김현중 – 김신영 – 장혁 – 김수로 – 이선균 – 신정환 – 김태호 PD – 강동원 – 송일국 – 노홍철 – 조권 – 김제동 – 문근영 – 손예진 – 김수현 작가 – 하하 – 이미숙 – 전도연 – 유영진 – 강지환 – 김구라 – 박지성 – 탁재훈 – 오연수 – 최민수 – 유재석 – 유진 – 크리스토퍼 놀란 – 이하늘– 신민아 – 장미희 – 이휘재 – 믹키유천 – 조영남 – 송승헌 – 엄태웅 – 안내상 – 이승철 – 김성근 감독 – 유아인 – 토니 안 – 류승범 – 싸이 – 윤상현 – 김희철 – 심형래 – 정우성 – 하정우 – 진중권 – 박신양 – 배용준 – 임성한 작가 – MC몽 – 나탈리 포트만 – 김희애 – 이소라 – 염정아 – 김건모 – 유세윤 – 양준혁 – 임재범 – 이지아 – 차승원 – 박정현 – 김수미 – 성유리 – 윤계상 – 정재형 – 김범수 – 김여진 – 에릭 – 김선아 – 테디 – 최강희 – 김영철 – 인순이 – 박영규 – 박원순 – [iLine] 스티브 잡스 – 한석규 – 수애 – 유희열 – 윤미래 – 신하균 – 김어준 – 주병진 – 오다기리 죠 – 보아 – 김병만 – 안성기 – 김광수 – 김영애 – 세븐 – 공지영 – 한가인 – 차인표 – 김수현 – 신화 – 조지 클루니 – 레이디 가가 – 이종범 – 안철수 – 배두나 – 이건희 – 이상민 – 김재철 – 장동건 – 손현주 – 신현준 – 백지영 – 김민종 – 김상중 – 이적 – 전지현 – 김희선 – 이준기 – 최동훈 – 홍명보 – 은지원 – 김기덕 – 채시라 – 나얼
글. 강명석 기자 two@
이런 말을 해도 사람들이 수긍하도록 만드는 가수의 노래하는 법.
유대얼: 나얼의 쌍둥이 동생인 단편 영화 감독. 두 형제는 어린 시절부터 화가인 이모와 고모를 보며 자랐고, 어머니는 이들에게 네 살부터 바이올린을 가르쳤다. 두 사람 모두 예술을 직업으로 선택하고, 나얼이 음악과 미술 양쪽을 모두 할 수 있는 이유일 듯. 하지만 나얼은 원래 가수를 할 생각이 없었다. “재능이 없”는데다 남 앞에서 노래하는 게 부끄러워서였다고. 실제로 나얼은 음악 실기 시험에서 2,30점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노래방이 생기면서 부끄러워하지 않고 혼자 노래할 공간이 생겼고, 걸어 다니면서도 노래를 부를 만큼 몰입했다. 그 와중에 친구들과 화음도 맞추면서 노래를 즐기다보니 가수까지 됐다. 노력하면 누구나 좋은 가수가 될 수 있다기보다는 나얼의 재능을 발견하지 못한 주변 사람들이 문제였던 듯. 누구나 노력한다고 나얼 같은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앤썸: 나얼이 가수로 데뷔한 그룹. 교회에서 함께 노래하던 중창단 멤버들이 결성한 그룹으로, 나얼은 고교시절에도 블랙커피라는 보컬 그룹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그가 좋아하는 음악은 보이즈 투 맨 등 아카펠라에 능한 보컬그룹들이다. 아카펠라에 능한 친구들이 모인 앤썸은 그가 원하던 형태의 그룹이었다. 훗날 나얼이 브라운 아이즈로 인기를 얻은 뒤, 자신이 앤썸 시절 참여했던 노래가 ‘브라운 아이즈의 나얼’로 홍보되는 것을 보고 서운함을 표현했을 정도. 나얼이 앤썸 이후에 브라운 아이즈와 브라운아이드 소울로 활동하고, 이제야 솔로 앨범을 내놓은 것은 ‘중창단’을 원했던 그의 선택이 낳은 결과일 듯.
브라운 아이즈: 윤건과 나얼이 결성한 듀오. 윤건이 활동했던 그룹 팀이 대중적으로 실패한 뒤 남은 멤버와 다시 음악을 하려는 과정에서 나얼을 만났고, 다른 멤버가 그룹을 떠나면서 결과적으로 브라운 아이즈가 결성됐다. 이 때문인지 브라운 아이즈의 데뷔 곡 ‘벌써일년’은 역시 윤건이 작곡한 그룹 팀의 ‘별’과 비슷한 구성을 가졌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흘러가는 ‘별’과 달리 ‘벌써 일년’에는 나얼의 목소리가 엄청난 호소력을 발휘했다. 윤건이 만들어내는 깔끔한 팝 멜로디에 소울 보컬을 가요의 감성으로 풀어낸 나얼의 보컬은 세련되면서도 대중적이었다. ‘벌써 일년’ 이후 2000년대 초반 수많은 가수들이 미디엄템포+진한(나얼 또는 박효신을 흉내낸) 보컬을 들고 나왔다. 대중보다 정확히 반보 앞선 음악으로 트렌드를 바꿔버린 듀오의 등장.
김범수: 나얼과 친한 동료 가수. 나얼은 김범수의 보컬을 “노래에 교과서가 있다면 그는 정말 교과서”라고 말했다. 또한 나얼은 휘성과 데뷔 전부터 친한 사이였다. 휘성에 따르면 데뷔 전의 나얼은 “연습하는 거 티를 안 내지만” 사실은 “(원하는 노래를 못하면) 연습실에서 3일 안 나온”다고. 나얼, 박효신, 김범수, 휘성 등은 흑인 음악을 즐겨 듣고 불렀으며,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대중음악계에 R&B/소울 스타일의 보컬이 유행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브라운아이즈의 ‘With Coffee’가 보다 팝적인 감각의 멜로디를 R&B/소울 보컬의 창법으로 소화했다면, ‘점점’은 기존 발라드에 가까운 곡을 R&B/소울 보컬로 불렀다고 할 수 있을 듯. 이 네 사람은 한국 대중음악의 기반이 흑인 음악스타일로 넘어오는 가교 역할을 했다고 할 만하다. 특히 나얼은 “인간이 타락하기 전, 지구가 파괴되기 전 존재했던 사람의 모습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해 흑인을 좋아하고, 흑인을 테마로 한 그림을 자주 그린다. 그래서 “정말 흑인 같은 목소리”를 내고 싶어 엄청난 노력을 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정작 자신은 “목소리 자체가 흑인 같은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이러니. 나얼이 아니면 한국에서 대체 누가 그런 보컬을 가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브라운 아이드 소울: 나얼이 드디어 다시 결성한 중창단. 스스로 전혀 흑인 보컬과 닮지 않았다고 생각한 나얼은 백인이 흑인 음악을 하는 것을 블루 아이드 소울이라 하듯, ‘갈색 눈을 가진 소울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브라운 아이드 소울을 지었다. 원래 브라운 아이즈 시절부터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라는 이름을 쓰고 싶어했다고. 나얼의 바람대로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My everything’처럼 보이즈 투 맨을 연상시키는 음악을 했다. 반면 타이틀 곡 ‘정말 사랑했을까’는 좀 더 발라드에 가까운 음악으로 대중성을 확보했다. 문자 그대로 소울 음악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던 선택. 하지만 애초에 나얼은 팝적인 흑인음악을 좋아했고, 이후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음악도 기존 발라드와 흑인음악의 경계에 있는 곡들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브라운 아이즈’를 가진 나얼의 소울 음악은 이런 스타일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
정엽: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멤버. ‘Nothing better’의 그 남자. ‘나는 가수다’라고 말해도 누구도 토 달지 않는 보컬리스트.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1집은 여러 곡이 히트한 좋은 앨범이었다. 하지만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진짜 영향력은 10여년에 걸쳐 천천히 드러났다. 그들의 성공 이후 많은 보컬 그룹들이 등장했고, 정엽이 그러했듯 그룹에서 실력을 인정 받고 솔로로 나서 성과를 거뒀다. 또한 편곡은 흑인 음악 스타일로, 멜로디는 팝 발라드의 느낌을 담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곡들은 한국에서 그 자체로 장르가 됐다. 브라스와 베이스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소울의 느낌을 내고, 부드럽고 풍부한 사운드를 연출하는 ‘비켜줄게’의 편곡과 레코딩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만의 장르라고 할 만한 그들의 스타일을 확립했다고 할 수 있을 듯.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영광이 온전히 나얼만의 것은 아니지만, 나얼이 추구한 방향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을 통해 가요계 전체로 퍼졌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 없었다면 MBC 의 ‘나는 가수다’나 KBS 의 풍경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한혜진: 나얼의 여자친구. 나얼이 만날 때마다 노래를 멈추지 않고 부른다는 이유로 노래 좀 그만하라고 핀잔을 주는 엄청난 여자. 한혜진이 아는 라디오 작가에게 소개를 받아 처음 만났고, 만난 자리에서는 말도 거의 하지 않아 서운했지만 그래도 나얼에게 호감이 가서 먼저 연락을 해서 사귀기 시작했다. 기독교 신자인 한혜진은 나얼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신앙고백을 하는 것을 보고 궁금해지기 시작했다고. 그만큼 두 사람은 자신의 믿음에 충실하다. 특히 나얼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노래 중 CCM인 ‘폭풍 속의 주’를 최고의 곡 중 하나로 꼽을 만큼 신앙심이 깊다. 굳건한 믿음을 바탕으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 나얼의 근본적인 감성이라 할 수 있을 듯. 다만 종교적 교리 문제 때문인지, 그는 동성애를 극렬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다. 동성애를 다룬 영화를 본 뒤 “언제부터 동성애가 아무렇지 않은 것이 돼버렸을까”라는 글을 미니홈피에 남겼을 정도. 그의 노래는 종교적 순수함이라 해도 좋을 마음가짐에서 나오지만, 그가 종교적 포용도 가졌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 때는 흑인도 백인과 버스조차 같이 타지 못할 만큼 차별 당하던 시절이 있었다. 에이프릴 샤워: 나얼이 친구들과 결성한 아트 유닛. 나얼이 아트디렉터를, 친구들이 뮤직비디오와 사진, 재킷 디자이너 등을 맡아 앨범을 제작하기도 했다. 평소에는 조용하기로 유명한 나얼도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다소 활발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잘 알려졌듯 나얼은 앨범 재킷 디자인을 하는 등 화가로도 활동중이다. 그는 미술이 음악보다 편하고, 때로는 “(가수는 내게) 되게 안 맞다”는 말까지 했다. 이는 대중 앞에 서는 것을 어려워하는 성격 때문. 나얼은 “사람이 바로 보인”다는 이유로 축가를 부르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고, “똑같은 시스템 안”에서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면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다. 이런 가수가 한국에서 활동하기란 지극히 어렵다. 하지만 나얼은 대체불가능한 목소리를 가졌고, 그가 대중 앞에 나서지 않을수록 그의 노래에 대한 희소성은 높아졌다. 자신의 감정이 차오를 때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는, 그래서 진짜 노래를 듣는다는 기분을 주는 가수. 동시에 흑인 음악의 느낌을 대중적인 멜로디와 함께 결합할 줄 아는 뮤지션. 나얼은 지금 세련되면서도 듣기 어렵지는 않은, 동시에 고급스럽다는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음악을 원하는 어떤 취향을 만족시킨다. 트렌드가 어떻게 흘러가건, 나얼의 곡을 무조건 듣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
김건: 앤썸의 멤버. 리메이크를 제외하면 나얼의 첫 번째 솔로 앨범 의 타이틀 곡 ‘바람 기억’에 출연했다. 또한 연출은 에이프릴 샤워의 송원영이 했다. 은 앤썸부터 지금까지 나얼의 모든 이력을 녹여낸 듯하다. ‘바람 기억’이 스케일 큰 발라드를 나얼의 목소리로 소화했다면 ‘You & me’는 미국에서도 붐을 이뤘던 옛 소울의 재현이고, ‘Stone of zion’과 히든트랙은 그가 신에게 바치는 가스펠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곡에서 나얼은 불가사의할 정도인 목소리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단단하지만 뭉치지는 않고, 넓게 퍼지면서도 명확한 초점을 가지며, 고음에서도 부드러울 수 있는 그의 목소리는 솔로 앨범을 통해 모두 표현된다. 그동안 중창단을 통해 제한적으로, 또는 리메이크를 통해 조금씩 들을 수 있었던 나얼의 목소리가 솔로 앨범을 통해 모든 가능성을 폭발시켰다. 나얼은 긴 시간동안 차분히 걸어 자신의 음악을 집약했고, 대중은 그동안 여러 그룹과 가수들을 통해 조금씩 느끼던 ‘나얼 스타일’을 원없이 들을 수 있었다. 대중 앞에 나서기 싫어했던 가수. 그룹을 통해 노래하던 가수. 대중과 떨어져 그림을 그리던 가수. 그 가수가 드디어 혼자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의 솔로 앨범을 기대하게 만들면서.
Who is next
나얼이 피쳐링한 ‘Air bag’을 부른 타블로와 같은 소속사인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좋아하는 조셉 고든 레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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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 김정은 – 윤종신 – 김종국 – 최지우 – 휘성 – 박찬호 – 이효리 – 장서희 – 최양락 – 다니엘 헤니 – 이수근 – 권상우 – 소지섭 – 이민호 – 최명길 – 정형돈 – 김남주 – 박진영 – 손담비 – 김태원 – 신해철 – 송강호 – 김아중 – 김옥빈 – 이경규 – 김혜자 – 고현정 – 길 – 원빈 – 이승기 – 닉쿤 – 지진희 – 박명수 – 김혜수 – 신동엽 – 현빈 – 윤은혜 – G드래곤 – 하지원 – 타블로 – 김C – 유승호 – 양현석 – 강호동 – 김태희 – 김연아 – 장동건 – 장근석 – 김병욱 감독 – 정준하 – 손석희 – 정보석 – 고수 – 이병헌 – 이수만 – 김현중 – 김신영 – 장혁 – 김수로 – 이선균 – 신정환 – 김태호 PD – 강동원 – 송일국 – 노홍철 – 조권 – 김제동 – 문근영 – 손예진 – 김수현 작가 – 하하 – 이미숙 – 전도연 – 유영진 – 강지환 – 김구라 – 박지성 – 탁재훈 – 오연수 – 최민수 – 유재석 – 유진 – 크리스토퍼 놀란 – 이하늘– 신민아 – 장미희 – 이휘재 – 믹키유천 – 조영남 – 송승헌 – 엄태웅 – 안내상 – 이승철 – 김성근 감독 – 유아인 – 토니 안 – 류승범 – 싸이 – 윤상현 – 김희철 – 심형래 – 정우성 – 하정우 – 진중권 – 박신양 – 배용준 – 임성한 작가 – MC몽 – 나탈리 포트만 – 김희애 – 이소라 – 염정아 – 김건모 – 유세윤 – 양준혁 – 임재범 – 이지아 – 차승원 – 박정현 – 김수미 – 성유리 – 윤계상 – 정재형 – 김범수 – 김여진 – 에릭 – 김선아 – 테디 – 최강희 – 김영철 – 인순이 – 박영규 – 박원순 – [iLine] 스티브 잡스 – 한석규 – 수애 – 유희열 – 윤미래 – 신하균 – 김어준 – 주병진 – 오다기리 죠 – 보아 – 김병만 – 안성기 – 김광수 – 김영애 – 세븐 – 공지영 – 한가인 – 차인표 – 김수현 – 신화 – 조지 클루니 – 레이디 가가 – 이종범 – 안철수 – 배두나 – 이건희 – 이상민 – 김재철 – 장동건 – 손현주 – 신현준 – 백지영 – 김민종 – 김상중 – 이적 – 전지현 – 김희선 – 이준기 – 최동훈 – 홍명보 – 은지원 – 김기덕 – 채시라 – 나얼
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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