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SBS 수-목 밤 9시 55분
은 해체된 텍스트 같다. 해석하기에 따라 현실 정치를 심각하게 대입할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선악 구도라는 큰 틀 위에서 권모술수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토리가 난립하는 중년남성 버전의 막장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다. 세력을 키우기보단 청렴하고, 비리가 판치는 권력유착형 정치 세태를 벗어나고자하며, 갖은 역경과 맞서 무엇보다 도민들을 위한 행정을 펼치고자 서혜림(고현정) 캐릭터는 박근혜 의원보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환기시킨다. 도지사로 당선되자마자 호화청사나 판공비에 대한 자정, 전시행정 토목공사의 일제 중단 및 사업 재검토 방침과 무상 급식 논쟁 등의 디테일은 보는 이에 따라 현 정부에 대한 날 선 태도라 여길 여지도 있다. 하지만 을 진짜 정치 드라마라고 부르기 곤란한 까닭은 ‘정의’에 대한 과도한 요구 때문이다. 이런 징후는 현실 세계에서는 논란이 많은 검찰이 드라마 내에서 정의의 사도로 그려지는 순수함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큰 틀에서 볼 때도 하도야(권상우)의 개인적 복수와, 서혜림의 정치적 올바름 모두 정의를 쫓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멀리 왔다는 것이다. 하도야(권상우)의 비극을 통해 정의의 당위를 추구하려는 것은 알겠으나 원작에 있는 두 명의 캐릭터를 퓨전하다보니 드라마는 갑자기 이 되어버렸다. 대통령은 곰탕 타령만 하고 있고, 하도야는 아버지의 그 맛이 안 난다면서 자책한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에 오지랖이 넓은 바쁜 몸이라 주방에서 일할 시간이 도통 안 보이는 데도 말이다.

글. 김교석(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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