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소녀를 만나다’ 토 KBS 밤 11시 15분
‘소년, 소녀를 만나다’ 의 가장 큰 미덕은 드라마가 시종일관 착하다는 것이다. 현추(윤희석)가 잠시 몸 담은 회사의 사장을 제외하고 심각한 악의를 지닌 등장인물은 없으며, 설령 악의가 있다 한들 극이 진행되는 동안 다 해소된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가장 큰 구멍 역시 대책 없이 착하다는 점이다. 현추는 지완(서신애)이 행복을 향해 전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만, 정작 자신의 인생은 극이 끝나는 순간까지 제자리 걸음이다. 현추가 소정(김효서) 앞에서 자기 자신을 “무책임한 개똥”이라 불렀던 것은 생계의 모든 짐을 아내 미영(김정란)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완에게 “착하게 살면 주변 사람들이 고생”이라는 훈계까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추는 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 없이 속 편하게 지완과 우유를 마시며 극에서 퇴장한다. 앞으로도 혼자 생계를 책임져야 할 미영은 다시 직장을 잃은 데다가 불륜의 문턱 앞까지 다녀 온 현추를 별 갈등 없이 용서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현추의 노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결말을 긍정해버린 탓에, 기획단계에선 현추와 지완의 동반 성장기였던 이 드라마는 지완 혼자만의 성장기로 끝이 났다. KBS 이후 재회한 윤희석, 서신애, 김정난의 연기는 전작의 모습을 잊게 할 만큼 훌륭했고, 박은영 작가의 대사도 인물에 생동감을 더했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라는 문장의 주어인 ‘소년’이 끝까지 성장하지 못 했다는 점이 더 아쉬운 것은 그 때문이다.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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