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배는 정말 그런 애가 아니거든요.” 동영배 또는 태양의 ‘나만 바라봐’를 작곡한 테디가 그랬다. 태양은 ‘나는 바라봐’처럼 “내가 바람 펴도 너는 절대 피지마”라고 말할 나쁜 남자가 아니라고. 정말이다. 태양은 그런 사람 아니다. 그는 연애를 한 번도 하지 않았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게 아직도 어색하다. 자신을 이상형이라고 말하는 아이유를 비롯한 여자 아이돌이 가득한 SBS 의 ‘영웅호걸’에서도 그는 묵묵하게 노래만 부르고 들어갔다.
대신 그는 음악을 좋아한다. 얼마 전까지 활동 시간을 빼면 스튜디오에서 새 앨범 만 작업했다. 그렇게 만든 음반이 마음에 들지 않아 “엎어버리고” 절반 이상을 새로운 곡으로 채웠다. 어떻게 믿냐고? 인터뷰 내내 그는 새 앨범 의 작업 과정, 노래, 무대에 대해 쉼 없이 말했다. 심지어 태양의 첫 솔로 앨범 은 비평가들에게마저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를 받았다. 에서 그는 매끈하게 뽑힌 사운드와 보컬을 조화시킬 줄 알았고, R&B 보컬의 톤 대신 R&B의 느낌을 전달했다.
음악만으로 이해시킬 수 있는 태양 스타일
노래 잘하는 뮤지션의 장기자랑을 위해서가 아니다. ‘You’re my’를 제외하면 에는 애드립도 많지 않다. 그는 ‘Breakdown’ 같은 곡에서 무심해 보일 만큼 자연스럽게 톤을 바꿔가며 역량을 증명할 뿐이다. 대신 그는 자신이 원하는 세밀한 그림을 그린다. 그건 우아한 바운스라 해도 좋을 만큼 섬세하게 움직이는 리듬이 연출하는 어떤 분위기다. ‘I need a girl’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기분 좋은 바운스. 또는 ‘Move’처럼 나직하게 깔리는 서정적인 멜로디에서도 춤출 수 있을 만큼 이어지는 리듬감. 태양이 음악적 목표를 “아침에는 희망적이고 저녁에는 위로받을 수 있는 음악”이라고 한 건 허세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이상향처럼, 박자와 박자 사이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자신의 목소리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바운스, 멜로디, 스타일을 구축했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로 누구에게나 음악만으로 이해시킬 수 있는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쉽지 않고 가깝지 않은 아이돌이 걸어갈 길
그러나 태양이 에서 거둔 성취는 그의 딜레마일지도 모른다. ‘I need a girl’의 무대는 그의 우아한 바운스를 받아들일 때 즐길 수 있다.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몸을 적당히 흔들게 하는 리듬감은 태양의 보컬과 그 뒤에 깔린 퍼커션이 합쳐진 결과다. 그걸 느낄 수 있어야만 태양이 왜 화려한 스텝 대신 작은 손짓들을 조금씩 끊어가며 하는지 알 수 있다. “박자를 가지고 논다”는 박진영의 평가처럼, 태양은 ‘Where U at’에서 자신이 얼마나 독특한 리듬감의 소유자인지 보여줬다. 평범한 댄서들이 박자에 맞춰 동작을 끊는 것으로 멋을 부리는 사이, 태양은 마치 팽팽한 고무줄을 끊임없이 늘였다 줄이는 것처럼 곡의 리듬을 그대로 유지한 채 수많은 동작들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그렇게 춤을 추지 않는다. 대신 그것들을 뮤지컬 같은 콘셉트의 안무에 녹여낸다. 최근 활동 중인 곡 ‘I`ll be there’에서도 그는 화려한 테크닉 대신 호러 영화 같은 무대 콘셉트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그림의 일부가 돼 필요한 동작만 한다. 그건 도박과도 같다. 한국에서는 처음부터 귀에 확 들어오는 멜로디를 내세우지도, 자극적인 전자음도, 한 컷만 봐도 실력을 알 수 있는 테크닉도 없는 노래와 무대에 쉽게 열광하지 않는다. 는 한정판 3만 장이 매진될 만큼 앨범 판매량은 좋았다. 하지만 음원성적은 기대 만큼이라고 하기엔 다소 아쉬웠다. 대중성과 음악성, 또는 자기 세계가 있는 뮤지션과 대중을 바라보는 아이돌의 거리. 지금의 태양은 대중이 다가서기 쉽지 않은 아이돌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반전. 는 미국 아이튠즈에서 전체 앨범차트 100위 안에 올랐고, 캐나다에서는 아이튠즈 R&B/소울 앨범 1위를 차지했다. ‘웨딩드레스’부터 그의 춤을 따라 추며 팬이 된 외국인들은 에 환호했다. 그들에게는 보컬의 세밀한 감성과 바운스로 승부하는 태양의 노래가 오히려 대중적이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의 뜻과 대중의 취향이 일치되는 곳은 지금 그가 있는 자리가 아닌 것일까. 음악은 잘하지만 예능에는 소질 없는 아이돌, 가장 유명한 아이돌이면서도 자기 색깔을 고집하는 뮤지션. 한국에서 다소 아쉬운 반응을 얻은 음악들로 해외에 자신을 알린 독특한 성공의 주인공. 마치 태양처럼, 어디에도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것 같은 이 진지한 청년의 앞길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대신 그는 음악을 좋아한다. 얼마 전까지 활동 시간을 빼면 스튜디오에서 새 앨범 만 작업했다. 그렇게 만든 음반이 마음에 들지 않아 “엎어버리고” 절반 이상을 새로운 곡으로 채웠다. 어떻게 믿냐고? 인터뷰 내내 그는 새 앨범 의 작업 과정, 노래, 무대에 대해 쉼 없이 말했다. 심지어 태양의 첫 솔로 앨범 은 비평가들에게마저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를 받았다. 에서 그는 매끈하게 뽑힌 사운드와 보컬을 조화시킬 줄 알았고, R&B 보컬의 톤 대신 R&B의 느낌을 전달했다.
음악만으로 이해시킬 수 있는 태양 스타일
‘I need a girl’은 ‘나만 바라봐’와는 다르게 한 명의 아티스트가 추구하는 감성을 일관되게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는 그가 그렇게 좋아하는 음악을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 싱글의 무게만으로 본다면 의 ‘I need a girl’은 ‘나만 바라봐’를 넘어서기 힘들다. 하지만 의 놀라움은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한국에서 손에 꼽을 만큼 세련된 R&B의 느낌을 소화한다는데 있었다. 반면 는 한 명의 아티스트가 추구하는 감성을 일관되게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문제는 장르나 보컬의 스타일 같은 것에서 리듬과 리듬, 또는 음정과 음정을 어떻게 조절하느냐로 바뀌었다. ‘나만 바라봐’는 여백이 없을 만큼 촘촘하게 채워진 소리들이 리듬을 만들었고, 태양은 리듬을 따라 세련되게 노래했다. 하지만 ‘I need a girl’은 비어 보일 만큼 사운드가 심플하다. ‘You`re my’는 건반 연주가 편곡의 전부다. 곡을 이끄는 건 태양의 몫이다. 그는 리듬과 리듬 사이, 음정과 음정사이에서 보컬을 다양하게 바꾼다. 태양이 “엎은 뒤에 다시 만든” 곡이라고 한 ‘Solar’부터 ‘Breakdown’까지의 곡들이 모두 시종일관 미디엄템포를 유지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느슨한 리듬 사이에서, 태양은 자유롭게 자신의 뜻대로 곡을 이끈다. 노래 잘하는 뮤지션의 장기자랑을 위해서가 아니다. ‘You’re my’를 제외하면 에는 애드립도 많지 않다. 그는 ‘Breakdown’ 같은 곡에서 무심해 보일 만큼 자연스럽게 톤을 바꿔가며 역량을 증명할 뿐이다. 대신 그는 자신이 원하는 세밀한 그림을 그린다. 그건 우아한 바운스라 해도 좋을 만큼 섬세하게 움직이는 리듬이 연출하는 어떤 분위기다. ‘I need a girl’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기분 좋은 바운스. 또는 ‘Move’처럼 나직하게 깔리는 서정적인 멜로디에서도 춤출 수 있을 만큼 이어지는 리듬감. 태양이 음악적 목표를 “아침에는 희망적이고 저녁에는 위로받을 수 있는 음악”이라고 한 건 허세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이상향처럼, 박자와 박자 사이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자신의 목소리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바운스, 멜로디, 스타일을 구축했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로 누구에게나 음악만으로 이해시킬 수 있는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쉽지 않고 가깝지 않은 아이돌이 걸어갈 길
그러나 태양이 에서 거둔 성취는 그의 딜레마일지도 모른다. ‘I need a girl’의 무대는 그의 우아한 바운스를 받아들일 때 즐길 수 있다.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몸을 적당히 흔들게 하는 리듬감은 태양의 보컬과 그 뒤에 깔린 퍼커션이 합쳐진 결과다. 그걸 느낄 수 있어야만 태양이 왜 화려한 스텝 대신 작은 손짓들을 조금씩 끊어가며 하는지 알 수 있다. “박자를 가지고 논다”는 박진영의 평가처럼, 태양은 ‘Where U at’에서 자신이 얼마나 독특한 리듬감의 소유자인지 보여줬다. 평범한 댄서들이 박자에 맞춰 동작을 끊는 것으로 멋을 부리는 사이, 태양은 마치 팽팽한 고무줄을 끊임없이 늘였다 줄이는 것처럼 곡의 리듬을 그대로 유지한 채 수많은 동작들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그렇게 춤을 추지 않는다. 대신 그것들을 뮤지컬 같은 콘셉트의 안무에 녹여낸다. 최근 활동 중인 곡 ‘I`ll be there’에서도 그는 화려한 테크닉 대신 호러 영화 같은 무대 콘셉트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그림의 일부가 돼 필요한 동작만 한다. 그건 도박과도 같다. 한국에서는 처음부터 귀에 확 들어오는 멜로디를 내세우지도, 자극적인 전자음도, 한 컷만 봐도 실력을 알 수 있는 테크닉도 없는 노래와 무대에 쉽게 열광하지 않는다. 는 한정판 3만 장이 매진될 만큼 앨범 판매량은 좋았다. 하지만 음원성적은 기대 만큼이라고 하기엔 다소 아쉬웠다. 대중성과 음악성, 또는 자기 세계가 있는 뮤지션과 대중을 바라보는 아이돌의 거리. 지금의 태양은 대중이 다가서기 쉽지 않은 아이돌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반전. 는 미국 아이튠즈에서 전체 앨범차트 100위 안에 올랐고, 캐나다에서는 아이튠즈 R&B/소울 앨범 1위를 차지했다. ‘웨딩드레스’부터 그의 춤을 따라 추며 팬이 된 외국인들은 에 환호했다. 그들에게는 보컬의 세밀한 감성과 바운스로 승부하는 태양의 노래가 오히려 대중적이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의 뜻과 대중의 취향이 일치되는 곳은 지금 그가 있는 자리가 아닌 것일까. 음악은 잘하지만 예능에는 소질 없는 아이돌, 가장 유명한 아이돌이면서도 자기 색깔을 고집하는 뮤지션. 한국에서 다소 아쉬운 반응을 얻은 음악들로 해외에 자신을 알린 독특한 성공의 주인공. 마치 태양처럼, 어디에도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것 같은 이 진지한 청년의 앞길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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