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의 심사 VS 이하늘의 가사

이승철의 심사
에 사이먼 코웰이 있다면 Mnet 에는 이승철이 있다. 시즌 1에 이어서 시즌 2에도! “가수는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다. 연습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라는 지론의 소유자, 다소 재수 없지만 반박하기엔 너무 잘난 이 가창력의 황제 앞에 열정과 순수함 따위는 “뭐가 중요하냐면 (상금) 2억을 주긴 내가 너무 아까운 거지”와 함께 스러져 버리고, 평생 1등만 해 왔다는 도전자의 열창 역시 “노래방에서 여자들 꼬실 때 많이 불러본 솜씨”라는 한 마디로 재단된다. 똑같이 예쁘지만 노래는 난감한 도전자에 대해 “얼굴도 너무 예쁘시구요…저는 미안하게 불합격으로, 하지만 춤은 예술이었어요!”(윤미래)와 “얼굴이 너무 예쁘신 거 외에는 장점을 찾을 수가 없네요”(백지영) 등 극과 극의 수사를 동원하는 다른 심사자들에 비해 “어떻게 보면 촌스럽고, 나쁜 표현으론 구려!”, “진짜 노래 못했는데 좋아하네?” 등 폐부를 찌르는 표현으로 눈물 뽑는 데 일말의 주저도 없는 그의 독설은 이미 경지에 오른 것! 물론 “실망인데”를 “신난다”로 잘못 알아들을 만큼 들떠 있는 일반인들의 가슴마다 삼천 원도 아닌 상처를 아로새기는 것에 의문을 던지게 될 때도 있다. 그러나 “일류는,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고 듣는 사람이 감동하는 거고 이류는 둘 다 감동하는 거고, 삼류는 듣는 사람은 감동 안하는데 본인만 감동하는 거예요” 라는 말 역시 재수 없지만 딱히 반박할 말은 떠오르지 않으니……리슨 투 마 핥~ 소리쳐~♬
이하늘의 가사
신라에 처용이 있었다면 대한민국에는 이하늘이 있다. 처용이 “서울 밝은 달밤에 밤 깊도록 놀고 지내다가 들어와 잠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로구나 둘은 내(아내) 것이지마는 둘은 누구의 것인고”라고 노래한지 약 1900년 뒤에 DJ DOC의 7집 앨범 ‘부치지 못한 편지’에는 “그날은 달이 참 밝은 날이었던 걸로 기억해 새벽 2시쯤 됐을 거야 (중략) 내가 형이라 부르던 사람 그 사람과 이세상 하나뿐인 내 사랑이 한방에서 뒤엉켜 있는 그 모습을 그 더러운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해”라는 가사가 실렸다. “그러면 안돼 너 먹고 살자고 이제 와서 그녀를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돼 네 덕분에 그녀를 알지 못하는 진짜 병신 같은 것 들이 그녀에게 삿대질을 해 X 같은 년이라며 댓글을 달어 씨발 (중략) 너는 입이 가벼워 좀 많이 지금 넌 나보다 더 무거워 많이 넌 너를 위해 열지 말았어야 했어 네가 연건 그건 판도라의 상자였어”라는 울분 섞인 표현에 대해 ‘너’란 동료 가수 강원래를 뜻한다는 추측이 일었지만 기자간담회에서 이하늘은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사람은 ‘그’가 아니라 사랑했던 그녀”라고 말했고, 이것이 ‘이하늘 해명’으로 기사화되자 다시 트위터에 “ㅅㅍㅂㅅㄱㅇ기자야 멋대로 해명시키지 말아주세요ㅠㅠ” 라며 이두, 향찰에 이은 차자(借字) 표기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10년 전에도 ‘L.I.E’로 “Fuck you 벌써 2년 지나 공백 기간 동안 우릴 마치 생양아치로 매도시킨 너희 사이비 기자들 잘 들어봐” 라며 “씨발아 집어쳐라 닥쳐라 좆까라 가라 저리 꺼져라”라 외쳤던 ‘하늘이 형’은 오늘도 방송사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이대며 노래한다. “나 이런 사람이야 알아서 기어 아니면 쉬어 알았으면 뛰어”(‘나 이런 사람이야’)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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