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이 1월에 열린다고?” 요즘 할리우드에서 신빙성 있게 나도는 소문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오스카)을 관장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협회 (이하 AMPAS)가 빠르면 내년부터 시상식을 1월로 앞당기려 한다는 것. 근래 가장 확실한 할리우드 소식통으로 뜨고 있는 니키 핀크의 ‘데드라인닷컴’에 따르면 AMPAS의 관계자들 중 일부가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는 개최 일정 변경에 대해 제보를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AMPAS 측은 처음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2012년쯤에는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번복했다. 덧붙여 최근 각종 영화 시상식이 크게 늘어나 오스카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졌기 때문에,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최고의 영화제로 다시 한 번 자리매김을 하고자 하는 이유를 들었다.
최고의 시상식을 위해 필요한 것
하지만 지난 1948년부터 2003년까지 3월 말 또는 4월 초에 열렸고, 이후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로 당겨졌던 시상식을 또 1월로 옮기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다. 1월로 앞당길 경우, ABC에서 방영될 예정인 오스카는 NBC에서 방송되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물론 슈퍼볼과도 시청률 경쟁을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1월 말에 개최되는 미국 영화배우조합의 시상식인 SAG 어워드와 2월 중순에 개최되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BAFTA 어워드 등 각종 영화제들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 후보가 된 작품들이 박스오피스에서 큰 이득을 본다는 경제적인 이유로 최우수 작품상 부문 후보를 5편에서 10편으로 2배나 늘렸기 때문에 이는 더욱 어렵다. 많은 후보작들의 홍보 기간은 물론이고, 후보에 오른 작품들을 AMPAS 멤버들이 모두 관람하고, 투표까지 끝내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천 명의 AMPAS 멤버 중 대부분은 이메일조차 보유하지 않은 노장들이 많기 때문에 발 빠른 투표는 기대하기 힘들다.
더구나 오스카 기대작들이 12월 말에 대거 개봉하는 현 할리우드 시스템 또한 하루 아침에 바뀌기는 힘들다. 많은 AMPAS 멤버들은 연말에 개봉된 기대작들을 연말연시 연휴에 대체로 극장에서 직접 관람하고, 영화사 측에서도 이를 권장한다. 그래서 시상식이 1월로 앞당겨질 경우 홍보와 로비를 위해서라면 개봉 전 AMPAS 멤버들에게 DVD 스크리너를 배포해야 하고, 이에 따라 DVD가 유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여기에 영화계 관계자들이나 평론가들 또한 AMPAS의 이번 계획에 대한 역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시상식 투표에 참여하는 AMPAS 멤버들은 물론 이를 보도하는 관련 기자들이나 평론가들 역시 시간이 너무 촉박해 지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오스카가 최고의 시상식임을 입증하려고 한다는 주장도 신빙성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누가 시상식 시즌을 시작했는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두겠냐는 것이다. 시상식을 ‘언제’ 개최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차별화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한 부분이다.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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