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누운 채 손에 쥔 리모콘으로 TV 채널을 이리 저리 돌려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딱히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마음에 뭐 재미있는 거 없나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심야에 방송되는 프로그램들은 당연히 프라임 시간대에 비해 시청률이 낮지만 반면에 시청률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참신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본 드라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드라마의 파워가 많이 줄었다고는 해도 매 분기마다 기획되는 드라마를 보면 여전히 최고의 스타들과 스태프가 총출동해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한다. 그래서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그런 드라마들은 왠지 좀 더 각 잡고 앉아서 보게 된다. 하지만 심야 방송은 좀 다르다. 편하게 누워 가볍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보다가 잠들어도 별로 아쉽지 않은 프로그램을 선호하게 된다. 오늘 소개할 이 바로 그런 드라마다.

국수 배달하는 꽃미남, 고민도 해결해 준다면

니혼TV에서 토요일 밤 12시 50분에 방송되는 은 제목 그대로 이케맨(꽃미남)인 소바(국수) 가게 점원이 탐정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다. 일본판 원조 영화에서 루이 역으로 연예계에 데뷔했을 만큼 자타공인 이케맨인 배우 후지키 나오히토가 주인공 히구치 준타로 역을 맡았다. 히구치는 배달을 갈 때도 마치 하이킹을 가는 듯한 세련된 복장으로 나선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요즘은 소바 가게의 배달도 이정도 차림을 하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어”서란다. 이처럼 잘생긴 남자가 배달을 와 직접 소바를 삶아 주면서 긴 시간 동안 머물러 주기 때문에 손님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고 이것이 바로 이케맨 소바 가게의 영업 전략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히구치를 찾는 이유는 따로 있다. 히구치가 거짓말을 간파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사건 해결을 의뢰하기 위해 히구치를 찾아 오고 그는 졸지에 탐정을 겸업하게 된다.사실 은 이라는 프로그램의 스핀 오프다. 일명 라 불린 은 2007년 4월부터 1년간 지방 방송국에서 방송된 시트콤이다. 작은 예능 프로덕션을 무대로 한 이 시트콤은 사장 이케다 마사히로(후루타 아라타)와 악덕 매니저인 쿠로다 킨조(나마세 카츠히사)에게 각종 고민을 안고 있는 유명 게스트들이 찾아오고, 이들이 말도 안 되는 엉뚱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었다. 비록 지방 방송국에서만 방송되었지만 특유의 분위기와 재미로 인기를 끌었던 가 니혼TV의 눈에 띄어 도쿄의 중앙 방송국까지 진출한 것이 바로 이다. 스태프들은 물론 후지키 나오히토를 비롯하여 후루타 아라타, 나마세 카츠히사 등 출연진들도 에 함께 한다. 특히 매니저였던 나마세 카츠히사가 에서는 실종된 쌍둥이 동생을 대신해 경찰이 되어 나타났다.

보다 한 술 더 뜨는 황당함

은 기존 탐정물을 비튼 캐릭터나 정통 드라마 문법에서 탈피한 전개와 헛웃음이 나오게 하는 개그 등 과 비슷한 면이 많다. 보다 더 짧은 23분 동안 방송되는 은 황당함으로 보자면 보다 더한 것 같기도 하다. 특히 1,2회의 게스트로 출연한 타케나카 나오토의 모습은 이 추구하는 바를 잘 보여준다. 타케나카 나오토는 전설의 휘파람 기타리스트 호이스라 호소구치 역으로 출연해 히구치에게 도둑맞은 기타 스트랩을 찾아줄 것을 의뢰한다. 충격적인 등장 신은 물론 말보다 휘파람으로 이야기하고 가발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감정을 표현하는 타케나카의 모습은 를 괴작의 반열에 올려 놓기 충분하게 만든다. 류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에도 역시 끌릴 것 같다. 또는 고된 하루 일과에 지쳐 무거워진 어깨를 몇 번의 헛웃음으로 가볍게 한 뒤 잠자리에 들고 싶은 이들에게도 이 드라마는 꽤 추천할 만 하다.

글. 김희주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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