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고소영 / 사진제공=킹엔터테인먼트

배우 고소영이 ‘걸크러시’ ‘억척 아줌마’ ‘인간적인’ ‘수다쟁이’라는 수식어와 어울렸던 적이 있었나. 단연컨대 지금은 제격이다.

고소영이 돌아왔다. 2007년 SBS ‘푸른 물고기’ 이후 무려 10년 만이다. 그 사이에 고소영은 결혼을 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특유의 고급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대중들에겐 다소 멀게 느껴졌던 그가 복 없는 주부 재복으로 분해 화장기 없는 얼굴로 육아 전쟁에 뛰어들었고 바람난 남편을 회유하며 책임감을 보였다. 힘들어도 일을 놓지 않으며 워킹맘으로서 고군분투했고 집안을 뒤흔드는 문제적 아내 이은희(조여정)를 제압하는 카리스마도 갖췄다. 설레는 로맨스 앞에선 수줍어하며 숨겨진 여성성을 드러내기도 했다.KBS2 ‘완벽한 아내’ 종영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만난 고소영은 고수했던 긴 머리를 짧게 자른 모습이었다. 그는 “재복이를 떠나보내며 스트레스 해소 차 변신을 해봤다. 긴 머리 자르니 시원하다. 매일 머리 말릴 때 번거로웠다”며 웃었다.

스트레스를 느낄 법도 했다. 극은 초반 미스터리한 전개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던 것과 달리 시청률 하락과 더불어 자극적 소재만 넘쳐났고 ‘막장’이라는 비난까지 받아야 했다. 개연성 없는 인물들의 만남이나 일련의 사건들에 휘말려 갈팡질팡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답답함을 안겼다는 혹평을 받았다. 고소영 역시 이런 반응들에 대해 인지했고 누구보다 짙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답답한 마음에 홍석구 PD를 찾아가 눈물까지 보였다고.

“답답함이 많았어요. 계속 씩씩하고 싶은데 내 의지와 달리 캐릭터의 힘이 빠졌죠. 워낙 감정 변화가 많았고 명분 없는 행동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했고, 그런 부분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었죠. 초반엔 시청률을 떠나 자부심이 있었어요. 초심 잃지 않고 웰메이드 드라마로 매듭을 짓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여러모로 외로운 작품이었죠.”아이러니하게 고소영의 연기는 대중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사이코, 야망남 등 강렬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평범하기 그지없는 캐릭터를 제 옷인 양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새침함을 내려놓은 고소영은 다소 억척스럽기까지 한 재복 그 자체였다. 고소영은 “칭찬을 받으면 더 잘하려고 하는 스타일이다. 칭찬이 너무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극 말미 악몽에 시달리며 오열하는 신은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오열 신을 하루에도 몇 번씩 찍었어요. 힘들었냐고요? 아니요. 오히려 촬영 스트레스가 풀리던데요. 하하.”

배우 고소영 / 사진제공=킹엔터테인먼트
10년만의 복귀작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고소영이지만 그는 지나온 것보다 나아갈 것에 대해 생각했다.

“아쉬움이 많아서 그런지 빨리 차기작을 하고 싶어요. 쉬는 동안 아이들을 키우느라 바빴다고 말했지만, 사실 연기적으로 의욕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나간 현장에서 많은 에너지를 받았고 더 잘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엄마 고소영’이 아닌 ‘배우 고소영’으로서 자신감을 찾게 된 데는 남편 장동건의 응원도 있었다. 고소영은 “대중의 입장으로서 ‘완벽한 아내’를 봐줬다. 말 하지 않아도 내가 스트레스 받고 있는 걸 아는지 다른 작품을 어서 만나라고 하더라. 그 자체가 응원이었다”며 고마워했다.고소영과 장동건 슬하의 두 아이는 대중들의 관심 속에 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지만 고소영은 아이들 얘기에 어느 때보다 밝게 웃었다. 여느 엄마와 다름없이 자식 자랑이 쏟아졌다. “딸은 나와 남편을 똑 닮았다. 전형적으로 예쁜 얼굴이다. 혼자 지나가도 사람들이 예쁘다며 쳐다보더라. 아들은 시크하고 매력적인 얼굴을 가졌다”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아이답게 뛰어 놀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굳이 공개하지 않는 편이예요. 그래도 길거리는 아무 거리낌 없이 다녀요. 주변 엄마들이 ‘요즘 힘들죠?’라고 묻는데 전혀요. 최근엔 바자회에서 짜파게티도 엄청 팔았는걸요. 사람 사는 거 똑같아요. 아이들 유치원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데 저와 남편은 빠져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상관없다고 했어요.”

데뷔부터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현재까지도 고소영의 이름 앞엔 ‘대표 미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너무 좋은 수식어죠. 하지만 예쁜 것보단 멋진 게 좋아요. 멋진 삶을 살고 싶어요. 아직도 20대 어린 후배들의 미모를 질투하는 선배들을 많이 봤는데 전 그러고 싶지 않아요. 실제로 어린 후배들을 보면 마냥 귀엽던데요. 나이가 들면 당연히 주름이 생기는 거죠. 뭔가와 비교하기 보단 내면을 잘 가꿔나가고 싶어요. 최근에 ‘20대 젊은 배우를 캐스팅해라’라는 댓글을 봤어요. 그 사람은 몇 살인지 궁금하네. 하하.”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