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메인 포스터 / 사진제공=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탄탄하고, 기대치에 모자라지도 않았다.

‘닥터 스트레인지'(감독 스콧 데릭슨)는 역대 마블 히어로들 중 가장 강력한 능력을 지닌 ‘닥터 스트레인지’를 그린 영화다. 1963년 마블의 ‘스트레인지 테일즈’에 처음 등장한 ‘닥터 스티븐 빈센트 스트레인지’는 천재 신경외과 의사였지만 불의의 사고로 두 손을 크게 다친 후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고, 손을 치유하기 위해 동양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후 마법사 ‘에인션트 원’을 만나 모든 것을 초월하는 히어로로 거듭나게 된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러한 원작 속 캐릭터의 설정을 크게 바꾸지 않은 채 가져오고, 스토리 전개도 큰 이변 없이 진행된다.히어로가 지구를 위협하는 악을 무찌르는 직선적 전개이지만, ‘닥터 스트레인지’만의 ‘킬링 파트’는 바로 양자역학적 세계관이 빚어내는 영상미에 있다. 사고를 당한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네팔 카트만두에 있는 비밀의 사원 ‘카르마-타지’까지 가서 만난 ‘에인션트 원’(틸다 스윈튼)은 지금까지 그가 알고 있던 ‘현실’에 대해 되묻는다. 단지 손을 고쳐보려는 생각 뿐이었던 닥터 스트레인지는 세계가 그가 살고 있는 현실로만 구성된 ‘유니버스(uni-verse)’가 아니라 여러 개의 타임라인과 스토리 라인이 동시에 존재하는 평행 우주, ‘멀티버스(multi-verse)’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관객들이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가 안내하는 환상적 세계로 빠져드는 순간이기도 하다.

오만했던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 ‘멀티버스’ 속 우주 공간을 비롯해 정신 세계 속의 무수한 이미지까지 순간 여행을 하게 되고 관객 또한 새로운 차원을 경험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매트릭스’나 ‘인셉션’같은 환상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지금껏 마블 영화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색다른 매력이다. 스콧 데릭슨 감독은 이에 대해 “관객들이 스케일이 큰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을 한 차원 높이려는 시도를 했다. 좀 더 창의적이고 놀라움이 가득한 특수효과들을 보여주고자 했다. 나의 커리어를 통틀어 기술적으로 가장 복잡한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스틸컷 / 사진제공=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닥터 스트레인지’의 백미는 그가 빌런 ‘도르마무’와 대적하는 신이다. ‘도르마무’는 또 다른 차원인 ‘다크 디멘션’의 군주인 불멸의 마왕으로, 끝없는 굶주림에 휩싸여 지구까지 흡수하려고 한다. 즉, 도르마무가 시간을 초월한 세상에 살고 있다면, 역으로 시간은 닥터 스트레인지가 실존하는 세상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를 이용하여 ‘도르마무’를 뒤엎는 흥미롭고도 짜릿한 반전을 일으킨다.

예상하지 못했던 지점에서 치고 나오는 유머 코드 또한 영화를 한층 흥미롭게 만든다. 완벽한 실력을 갖춘 외과의사로서 부러울 것 없이 살았던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남은 것은 깨진 예거 르쿨트르 시계 밖에 없다는 설정이나, 마법으로 유체 이탈을 하며 적과 싸우는 장면들은 자칫 현실과 동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마블 특유의 위트와 이를 완벽하게 살려낸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다른 배우들 간의 유머 앙상블이 이를 무색하게 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나오는 쿠키 영상 속 닥터 스트레인지와 토르와의 티 타임에서까지 마블은 깨알 같은 웃음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다.

마블 스튜디오 대표 케빈 파이기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로운 측면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마블 단독 캐릭터 사상 최고의 탄생 스토리가 될 것이다”이라며 야심찬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그의 말마따나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보통의 존재에서 초월적 존재로 거듭난 닥터 스트레인지가 다른 히어로들과 보여줄 ‘마블 2.0’을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다. 25일 전야 개봉.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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