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마마무(위쪽)와 여자친구

올 여름 걸그룹 대전에서 가장 성공을 거둔 그룹은 누구일까. 의외의 큰 성과로 ‘복병’이란 수식어를 단 걸그룹, 마마무와 여자친구다. 마마무는 ‘음오아예’의 인기와 더불어 걸그룹 최단기간 팬미팅 개최, 걸그룹 최단기간 팬카페 회원수 3만 명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여자친구는 지난 1월 데뷔곡 ‘유리구슬’에 이어 ‘오늘부터 우리는’까지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2연타 히트에 성공했다. ‘무한도전’, ‘쇼미더머니4’ 등 음원폭격 속에서도 20위권을 꾸준히 유지했다. 신인으로서 이례적인 선전이다.

두 그룹 모두 대형기획사 소속이 아니다. 마마무는 에스나, 오브로젝트, 베이식 등이 소속된 레인보우브릿지월드, 여자친구는 신생 기획사 쏘스뮤직 소속이다. 대형 기획사의 내리사랑, 물량공세가 무서운 아이돌 시장 속 개천에서 용이 난 것. ‘개룡 아이돌’이 탄생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무엇일까. 이들은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되 실력과 음악을 일정 수준 이상 담보한 ‘기본’에서 출발했다.마마무와 여자친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선 공통적인 반응이 있다. 그룹 이름에 호기심을 드러낸다. 마마무라는 특이하면서 쉽게 옹알거리게 되는 친근한 느낌에 이유를 묻게 되고, 여자친구는 너무도 평범하면서 직관적으로 와닿는 일상어가 호기심을 자아낸다.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그룹명인 것이다.

뇌리에 남는 그룹명을 진짜 관심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음악의 힘, 그룹이 가진 매력이다. 마마무는 데뷔 초부터 신인답지 않은 라이브 실력과 무대 매너로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 ‘Mr. 애매모호’, ‘피아노맨’에서 보여준 네 멤버와 조화와 탄탄한 기본기, 여유로운 무대매너가 실력파 걸그룹 이미지를 쌓았다. ‘실력파 걸그룹’이란 수식어 속에는 조금은 올드한 느낌이 가미돼 팬덤 형성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마마무는 데뷔 1년 만에 걸크러쉬 콘셉트와 상큼해진 비주얼, 비글돌로 불리는 친근함까지 비주얼 아이돌에 버금가는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그동안 쌓아놓은 실력파 이미지와 시너지를 일으켰다. 일단 ‘입덕’하면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무서운 그룹이 된 것이다. 마마무는 ‘선실력 후입덕’을 선보이며, 아이돌로서 걸그룹의 또 다른 지평을 제시했다. 마마무를 대체할 수 있는 또 다른 비주얼 실력파 걸그룹이 나타나지 않는 한 무서운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자친구는 콘셉트의 승리다. 마마무가 스스로 쌓아온 실력 위에 시너지를 일으킨 것이라면, 여자친구는 기획사의 철저한 ‘기획’ 아래 여자친구의 매력과 노력이 더해져 효과를 본 아이돌의 ‘정석’이다. 여자친구의 데뷔 콘셉트에는 소녀시대, 에이핑크 등 팬덤형 걸그룹의 특징을 면밀히 분석한 흔적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억지로 짜낸 매력이 아니라 그 나이대의 소녀들이 펼칠 수 있는 매력을 가장 예쁘게 담아냈다. 콘셉트를 표현하는 여자친구 멤버들이 자신의 끼를 십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다. 무대 위 여자친구의 칼군무와 상큼한 표정은 그룹명에 대한 궁금증을 감탄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요소다.

마마무와 여자친구의 성공이 반가운 것은 콘텐츠와 실력이 받쳐준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어중간한 콘셉트, 어중간한 실력으로 요행을 바라면 성공을 거두기 힘들다. 국내 아이돌은 처음부터 완벽한 상태로 데뷔하기보다 팬덤과 함께 성장하면서 완성형으로 나아가는 특징을 지녔다. 실력, 비주얼, 콘셉트 중 분명한 한 가지를 정하고, 부족한 나머지를 채워나가는 성장형 그룹이 가능성을 지녔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받쳐줄 수 있는 좋은 음악이 있어야 콘텐츠의 힘은 강력해진다.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에서, ‘개룡돌’ 마마무와 여자친구가 던지는 메시지를 음미해볼 때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레인보우브릿지월드, 쏘스뮤직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