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흥행사를 새롭게 쓴 ‘명량’이 제23회 부일영화상 최고의 영예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또 1,000만 흥행을 일군 ‘변호인’은 남자 주연상(송강호)을 비롯해 남녀 조연상(곽도원, 김영애) 그리고 부일독자심사단상까지 4관왕에 올랐다.

제23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이 3일 오후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진행됐다. 수상자 위주로만 참석해 간소하게 치러졌던 예년에 비해 올해에는 화려한 레드카펫을 진행하며 영화상의 위상을 한껏 끌어 올렸다.

올해 부일영화상의 최고 영예는 ‘명량’이었다. 최우수 작품상과 미술상, 촬영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최우수 작품상 트로피를 받은 김한민 감독은 “가장 큰 예산이었는데 영화계에 민폐를 끼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상을 받은 것 같다”며 “선조의 강인한 정신과 불굴의 의지, 소중한 인류애적인 가치를 우리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그런 감동과 눈물을 표현할 수 있다면 적어도 민족의 혼을 건드리는 부분에서 욕을 덜 먹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변호인’도 영화 축제에 빠진 부산 해운대의 밤을 수놓았다. 송강호, 곽도원, 김영애 그리고 양우석 감독까지 고루고루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는 “귀한 시간 내서 축하해주러 오신 분들께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겠다”며 “시상식이 재밌을 것 같은데 막상 그렇게 재미가 있는 건 아니죠”라고 여유 넘치는 수상 소감으로 웃음을 만들었다.

이어 “기억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기억이란 말이 나오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기억할 수 있다는 게 아픔일 수 있지만 축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변호인’ 속 주인공의 치열하고 헌신적인 삶을 기억하듯, 또 우리가 참담하게 고통스러워했던 세월호를 기억하듯, 기억하는 순간부터 타인과의 소통이 시작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런 것들이 본질적인 가치가 아닌가 생각해본다”고 의미 깊은 소감을 남겼다. 곽도원은 “영화로는 처음 상을 받는다”고 연신 환호성을 지르며 수상을 기뻐했다.

여우주연상 영예는 심은경이 차지했다. ‘집으로 가는 길’ 전도연, ‘도희야’ 배두나, ‘한공주’ 천우희, ‘우리 선희 ‘정유미 등 그 어느 해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심은경은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20대의 몸을 가진 70대 할머니 역을 맡아 뛰어난 연기력으로 평단과 대중을 사로잡았다. 트로피를 받은 심은경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수상소감을 이어갔다.심은경은 “기쁜 마음보다도 책임감이 더 강해진다.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며 “아직 부족한 게 참 많고, 채워나가야 할 것도 많다”고 겸손을 보였다. 이어 “제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는데 이렇게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이란 큰 상을 받게 돼 어떻게 수상 소감을 이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제가 잘해서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우수 감독상은 ‘우리 선희’ 홍상수 감독이 영예를 안았다. 신인여자 연기상은 ‘인간중독’에서 파격적인 노출로 화제를 모은 임지연이 수상했다. 신인 남자 연기상은 ‘셔틀콕’에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 이주승이 차지했다. 또 신인 감독상은 올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 상영된 ‘도희야’ 정주리 감독에게 돌아갔다.



최우수 작품상 – ‘명량’ / 최우수 감독상 – ‘우리 선희’ 홍상수 감독 / 남자 주연상 – ‘변호인’ 송강호 / 여자 주연상 - ‘수상한 그녀’ 심은경 / 남자 조연상 – ‘변호인’ 곽도원 / 여자 조연상 – ‘변호인’ 김영애 / 신인 여자 연기상 – ‘인간중독’ 임지연 / 신인 남자 연기상 – ‘셔틀콕’ 이주승 / 신인 감독상 - ‘도희야’ 정주리 감독 / 미술상 – ‘명량’ 장춘섭 / 음악상 – ‘군도’ 조영욱 / 촬영상 – ‘명량’ 김태성 / 각본상 - 신연식(‘러시안 소설’) / 유현목영화예술상 - 김동원 감독 / 부일독자심사단상 – ‘변호인’ 양우석 감독

부산=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부산=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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