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유진 기자]
배우 김아중 / 사진제공=SBS ‘원티드’
배우 김아중 / 사진제공=SBS ‘원티드’


‘미녀’ 김아중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 이후 10년이 흐른 지금, 김아중은 ‘원티드’를 통해 자체 액션 연기부터 아이를 잃은 엄마의 처절함까지 소화해내며 ‘장르물 여신’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아중은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에서 아이를 유괴 당한 엄마이자, 톱스타 정혜인 역을 맡았다. 그는 ‘원티드’로 세 번째 장르물에 도전했다. ‘싸인'(2011)으로 시작돼 ‘펀치'(2015)를 거쳐 ‘원티드’에 이른 그는 매회 호연을 보여주며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싸인’ 전까지만 해도 김아중의 장르물 연기는 상상되지 않았다. ‘미녀는 괴로워'(2006)를 통해 알려진 후 작품 속 사랑스러운 모습이 대중에 각인됐고, 이후에도 로맨스 위주로 작품을 선택해 지금과 같은 강렬함은 떠올리기 힘들었다.

배우 김아중 / 사진제공=SBS ‘원티드’
배우 김아중 / 사진제공=SBS ‘원티드’


때문에 김아중이 ‘싸인’ 출연을 확정지었을 때 대중의 기대는 약했다. 연기파 배우 박신양과 전광렬에 묻힐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김아중은 신참 법의학자 고다경 역을 훌륭하게 해냈다. 넘치는 정의감에 때로는 민폐를 안기는 캐릭터이지만, 밉지 않고 사랑스럽게 소화해내며 우려를 호평으로 뒤바꿨다.

그리고 김아중은 ‘펀치’를 통해 조금 더 묵직한 연기를 보여줬다. 강력부 검사 신하경 역을 맡은 그는 동료 검사이자 시한부 판정을 받은 남편 박정환(김래원)과 치열한 권력 다툼 속 강렬한 카리스마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고, 일곱 살 딸을 향한 애틋한 모성 연기도 처음 선보였다.

1년 후 그는 ‘원티드’를 통해 장르물 배우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세 번째 장르물에 연이은 모성 연기였음에도 완전히 다른 색깔을 보여주며 또 다른 가능성을 드러냈다. 그가 맡은 정혜인 캐릭터는 아들이 납치된 상황에서도 범인이 제시한 미션을 수행하고 냉철하게 판단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현실적으로는 이성을 잃고 충격과 눈물 속에 지내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지만, 김아중이 보여주는 정혜인은 의문이 들 정도로 냉정하고 침착하다. 아들 잃은 엄마의 절실함과 모성은 아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드러난다.

배우 김아중 / 사진제공=SBS ‘원티드’
배우 김아중 / 사진제공=SBS ‘원티드’
‘원티드’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 역시 가슴 절절한 모성애가 아니다. 비극적 상황에 처한 이들을 이용하려는 미디어의 세태와 그것을 소비하는 대중의 이면, 또 이들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말도 안되는 상황에 동참해야만 하는 주인공의 처절함 등이다.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이는 복잡한 설정에도 김아중은 이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누구보다 용감하게 범인과 싸우다가도 곧 위기에 맞닥뜨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들은 시청자들에게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몰입도를 높여주고 있다. 작품성과 재미에 비해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긴 하지만, 김아중의 선택은 이번에도 옳았고, ‘원티드’를 통해 진정한 ‘장르물 여신’으로 거듭났다는 점 역시 확실하다.

‘원티드’ 관계자는 “사실 장르물 연기에 여배우가 도전하기 쉽지 않다. 다른 작품에 비해 장면도 많고 액션 연기도 소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힘든 부분이 많은데 김아중은 잘 소화해내며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제작진의 신뢰도도 높아 선호도 높은 배우로 손꼽힌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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