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이혼 위기 외치던 김승현 부모, 이제는 며느리 향한 '환장'할 무례함
백옥자, 김언중 부부./사진제공=KBS2
백옥자, 김언중 부부./사진제공=KBS2
≪태유나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우리는 여행 권장 프로그램이 아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박나래의 말대로 KBS2 예능 '걸어서 환장 속으로'(이하 '걸환장')은 그야말로 효도 여행 비권장 프로그램이었다.

배우 김승현네 가족, 일명 '광산김씨 패밀리'의 파리 여행이 공감과 부러움이 아닌 불편함을 자아내고 있다. 시부모님부터 시동생, 시삼촌, 시고모까지 이끌며 일정을 설계하는 며느리의 모습은 짠함을 넘어 안쓰럽기까지 하다. 여기에 눈치 없는 남편과 설정이라고 믿고 싶은, 편함을 가장한 시부모님의 무례한 시집살이는 보는 이들의 분노를 일으키기 충분했다.
'걸환장' 포스터./사진제공=KBS
'걸환장' 포스터./사진제공=KBS
지난 22일 첫 방송된 '걸어서 환장 속으로'는 여러 사연을 지닌 스타 가족들의 드라마틱한 여행 버라이어티를 담은 예능. 짐을 싸는 순간부터 집으로 귀환할 때까지의 가족간의 불협화음을 담는다.

그러나 '불협화음', '환장'이라는 키워드를 너무 의식한 걸까. '걸환장'은 첫 회부터 김승현 부모의 선 넘은 무례함으로 경악을 불러일으켰다. 실제 상황이 아니라 예능을 위해 연출된 상황이길 바랄 정도다.
사진=KBS '걸환장' 방송 화면.
사진=KBS '걸환장' 방송 화면.
이날 김승현과 방송작가 장정윤 부부의 집에는 김승현의 어머니 백옥자, 아버지 김언중 등 시댁 식구들이 방문했다. 예정에도 없던 시삼촌, 시고모가 들이닥친 데 이어 시어머니는 오자마자 냉장고 검사를 했고, 다른 가족들은 침실에 막무가내로 들어가 침구를 만지고 드레스룸의 옷들을 뒤지기까지 했다.

이어 시어머니는 제집인 양 며느리가 새로 장만한 옷들을 입어보며 자신의 옷인 것처럼 행세했다. 이에 장정윤 작가는 "벗어서 몇 번 드린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는 법. 김승현 부모는 이미 '살림하는 남자들2',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등 예능을 통해 욕설부터 폭력, 이혼 위기까지 자극적인 갈등들을 많이 보여준 바. 이 역시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위한 자극적인 설정이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지는 이유다. 그런 게 아니라면 이는 상상 이상의 무례함이기 때문.
사진=KBS '걸환장' 방송 화면.
사진=KBS '걸환장' 방송 화면.
이러한 상황들은 프랑스 파리에 가서도 계속됐다. 며느리에게 모든 것을 맡겼음에도 입맛이 안 맞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불만을 터트린 것. 당혹스러워하며 음식을 챙기려 애쓰는 장정윤과 달리 태연하게 음식을 먹는 남편 김승현의 모습은 '남의 편' 그 자체. "속 편하게 살아서 좋겠다"고 아내의 서운함이 폭발한 이유다.

여기에 왕복 8시간이 걸리는 몽생미셸에 가는 길에도 휴게소에서 아들 김승현에게 경량 패딩을 사달라며 단식 선언까지 하는 것도 모자라 장시간 이동에 불만을 터트리는 시삼촌과 언성을 높이는 시어머니의 모습은 피로함 마저 자아냈다.
사진=MBC '결혼지옥' 방송 화면.
사진=MBC '결혼지옥' 방송 화면.
다른 가족들보다 김승현 가족이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유는 이미 다른 예능을 통해 다투는 장면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기 때문. 특히 '결혼지옥'에서는 "X발", "내 몸이 병X 될 것 같아" 등의 험한 욕설부터 남편을 향한 폭력, "인간도 아냐" 등의 막말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방송이 나간 지 반년 만에 김승현 아버지는 귀여운 사랑꾼으로 둔갑해있었다. 프로그램의 의도에 따라 가족의 분위기를 달리하는, 방송의 맛을 제대로 본 김승현 가족. 진정성이 없으니 그들이 하는 모든 행동과 말들이 불편하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리고 이들의 이미지를 팔아 자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는 '걸환장'이 제일 '환장' 스럽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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