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올해 서른다섯. 아이 엄마. TV 드라마를 보며 남자 배우에게 열광하는 여성. 김희선에게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것들. 그리고, 김희선이 돌아온다.
김희선
김희선
신해철: 뮤지션. 김희선은 데뷔 초 신해철이 이끌던 그룹 넥스트와 CF를 찍었다. 이 CF를 찍은 지 얼마 안 돼 김희선은 SBS 의 MC로 캐스팅된다. 가수와 노래를 좋아하던 그가 에 구경 갔다가 한 프로듀서의 눈에 들어 MC 권유를 받았다. 열여섯의 나이에, 이름도 그리 알려지지 않은 CF모델이 배철수와 사회를 보게 됐으니 완전히 파격. 하지만 그는 고1때 에 스스로 참가했고, 코디나 메이크업 없이 입술에 립스틱만 바르고 나가 대상을 받았다. 김희선처럼 생기면 믿을 수 없는 일들도 종종 생기는 법인가 보다.

이민우: 김희선과 KBS 추석특집극 에 함께 출연한 배우. 당시 제작진은 이몽룡과 성춘향을 원작의 나이와 똑같은 배우로 연기시키려 했고, 당시 열일곱이던 김희선을 캐스팅했다. 이전 드라마와 영화 속 춘향이 몽룡만을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여성이었다면, 이 드라마 속 춘향은 자신을 떠나는 몽룡에게 화도 내는 성질 있는 캐릭터였다. 또한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키스신을 찍는 등 여러모로 파격적인 설정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김희선은 예상 이상으로 톡톡 튀는 춘향을 잘 소화했고, 변학도로 인해 매질을 당하는 장면에서는 감정 연기를 위해 실제로 맞아 발에 피멍이 드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을 계기로 연기자로 주목받게 된다. “아슬아슬하고 소악마적인 분위기”에 끌렸다던 제작진의 판단은 정확했다. 드디어, 김희선 비긴즈.

김수현: 김희선이 출연한 KBS 을 집필한 작가. 김희선은 튀는 헤어스타일과 말투로 당시 사회적인 주목을 받던 X세대를 표현했다. 개성 강하고 할 말 다 하는 김희선의 캐릭터는 이 작품을 통해 완성됐다고 해도 좋을 듯. 실제로 김희선은 SBS 에서 친한 연예인인 이승연에게 “이젠 아줌마네 아줌마. 그런데 왜 나이트 갈 때마다 나 불러?”라고 놀렸고, 여성 연예인의 섹스 동영상 유출 사건에 대해서는 “사랑하는 사이에서 찍으면 좀 어떤가. 그걸 입수해서 돌려 보는 사람이 잘못”이라고 말했다. 당시 여배우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캐릭터의 등장. 김희선은 논란의 중심에 서는 동시에, 기존 세대는 예상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새로운 세대의 아이콘이었다. 논란과 인기가 함께 올라가는 여배우의 탄생.

이희명: 김희선의 드라마 데뷔작 SBS 을 비롯 , 를 집필한 작가. 특히 와 는 김희선의 인기를 절정에 올렸다. 에서는 그가 착용한 모든 것이 유행했고, 심지어 가지고 다니던 요요까지 인기 아이템이 됐을 정도. 또한 두 작품에서 김희선은 차분하면서도 당차고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여성을 연기했다. 자신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모습을 연기하면서도 연속된 히트를 기록한 셈. 이는 와 가 착한 여성과 악녀가 대립하고, 결국 착한여성이 성공과 사랑을 모두 갖는다는 트렌디드라마의 전형을 유행시킨 작품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미녀로 인정받는 김희선의 미모는 이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믿게 하는 주인공으로 완벽했다. 현실에서는 아슬아슬하고 소악마적인 언행으로 세상을 뒤집고, 드라마에서는 미녀에 대한 고전적인 판타지를 실현시킨다. 그 때의 김희선은 압도적인 미녀가 가질 수 있는 모든 매력으로 대중을 굴복시켰다.

신현준: 영화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인기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만든 는 김희선에게 시작부터 끝까지 논란 덩어리였다. 당시 김희선은 최고의 스타이자 최고의 이슈 메이커였고, 부터 KBS , 에서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깊은 감정 연기보다는 전형적으로 착하고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에 가까웠다. 원작에서 깊고 복잡한 감정을 보여주는 설리의 캐릭터는 그에게 가장 난이도 높은 시험대였고, 그사이 김희선을 둘러싼 무수한 논란들은 의 결과에 따라 무수한 공격으로 돌아올 상황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김희선은 중국 개봉용 버전 촬영을 이유로 똑같은 장면을 신현준과 한 번, 중국 배우와 또 한 번 찍어야 했다. 결국 개봉 후 김희선의 연기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배우의 연기력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첫 사례. 그리고 김희선이 처음으로 맞이한 고비.

김조광수: 김희선이 출연한 영화 의 제작자. 김조광수는 김희선에 대해 “사랑받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 “어떤 배우보다 순발력이 좋다. 대신 지구력이 약하다”고 했는데, 에서는 그 지구력까지 갖춘 채 연기했다고 해도 좋을 만큼 의미 있는 결과를 냈다. 김희선은 를 스스로 선택했고, 출연작 중 가장 깊은 감정과 일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작품 안에서 김희선이 우리 곁에 있는 누군가처럼 느껴졌던 유일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촬영 당시 김용균 감독은 연기에 대한 지시를 하는 대신 그가 신마다 철저한 모니터링을 하도록 했고, 스스로 마음에 들 때까지 재촬영을 했다. 열광과 비난이 오가는 대중의 반응에 대해 “나는 다른 연기자 분들에 비해 인식돼 있는 이미지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내게도 문제는 있는 것 같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밑그림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고 싶다던 김희선이 선택한, “가장 아끼는 작품”

고수: SBS 에 함께 출연한 배우. 는 배우로서 김희선에게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의 흥행 성적은 좋지 않았고, 에서는 출연분량이 상당히 삭제되면서 스스로 당황스러워 했다. 영화에 집중하고 싶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고, 그 사이 KBS , SBS 등 히트작이 그의 선택을 기다렸다 흘러갔다. 는 그 때 김희선이 과거로 돌아간 작품. 그가 돈 많은 남자만을 좋아하는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점에서 는 연기 변신을 보여줄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김희선의 캐릭터는 알고 보니 착하고 당찬 여성의 모습으로 바뀌어갔고, 작품은 이전의 트렌디 드라마와 비슷해졌다. 이후 출연한 MBC , SBS 에서도 김희선은 문자 그대로 착한 여성 캐릭터를 연기했고, 모두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드라마의 유행은 변했고, 김희선처럼 톡톡 튀는 후배들도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박주영: 김희선의 남편. 어린 시절 “결혼하면 은퇴할 거야. 예쁠 때 딱 하고 말래”라고 당돌하게 말하던 김희선은 결혼 후 오랜 시간동안 국내 활동을 중단했다. 그 사이 김희선은 딸을 낳았고, 미니홈피를 통해 소소한 일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걸 그룹이 나오면 TV에서 시선을 못 떼는 남편을 구박하고, 자신은 KBS 의 이민호에 열광했다는 김희선의 모습은 X세대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릴 때는 일이 인생의 전부인줄 알았던 스타가 “여자로서의 삶이 조금씩 더 중요”하다고 말하게 됐다. 새로운 세대의 아이콘이 어느덧 자신의 인생을 조금씩 돌아볼 나이가 됐고, 결혼은 “일주일에 드라마, 영화, 광고를 쉴 새 없이 찍으며 주어진 역할과 캐릭터 분석도 제대로 못 한 적도 많”았던 그를 가다듬는 시간이 됐다.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선택.

이민호: 김희선이 TV를 보며 열광한 그 남자. 열 살 어리지만, 김희선의 타고난 외모 때문인지 SBS 에 함께 출연해도 어색하지 않다. 는 김희선에게 중요한 기점이 될 수밖에 없다. 를 제외하면 그는 전형적이지 않은, 진지하거나 일상적인 감정을 다루는 캐릭터를 좀처럼 연기하지 않았다. 또한 대부분의 작품은 남녀 주인공의 멜로라인을 강조해 보다 다양한 이야기와 캐릭터가 등장할 여백이 없었다. 는 김희선과 이민호의 멜로를 다루는 동시에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해 고려시대의 정치에 대해서도 다룬다. 과거 그의 주연작 대부분이 김희선이 알파이자 오메가였다면, 는 김희선이 작품의 중심일 뿐 전부는 아니다. 동시에 “복귀작으로 화제도만 따지면 아이가 있는 이혼녀로 억척스럽게 사는 역할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런 게 싫었다. 자격지심인지 모르겠지만 ‘결혼하고 애 낳더니 저런 역할로 복귀한다’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이었다”고 말할 만큼 자신감도 여전하다. 데뷔 20여년, ‘그’ 김희선이 아이 엄마가 됐다. 그리고, 조금 다른 세상으로 발을 디뎠다. 어쩌면, 김희선 리턴즈.

Who is next
김희선이 출연하는 에 과거 캐스팅 제안을 받았던 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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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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