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 “난 이 바닥에 들어와서 이미지로 먹고 살려고 해본 적도 없고, 대스타가 되거나 한류스타가 되겠다고 생각해 본 적도 한 번도 없다. 나는 생활 연기자가 되고 싶다.”
– 윤상현, 와의 인터뷰에서
하지만 잘 생겼다. 계속 재벌 2세 역할이 들어왔다. 노래도 잘한다. 생활연기자와 한류스타, 평범함과 신드롬의 양면. 윤상현은 그렇게 살아간다. 꾸준하지만 특별나게.
윤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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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5 : 윤상현이 데뷔를 준비하던 그룹. 윤상현은 가수가 되고 싶어 했지만 오디션에서 평소보다 노래를 못 부르는 징크스로 고생하다 자신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에 올린 노래 파일을 들은 당시 소속사 관계자에게 캐스팅 됐다. 하지만 그는 3개월 동안 가수 데뷔를 고민했다. 넉넉지 않은 집안 살림에 서른이 다 된 나이가 걱정이었기 때문.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수제비나 칼국수만 먹어 지금도 밀가루 음식을 잘 먹지 않을 정도. 그래서 어른이 된 후 광고 회사 직원, 분식집 등 다양한 일을 했고, 동대문에서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옷을 팔거나 안전 장비 없이 아파트 외벽에 동 수를 그리는 일도 했다. 어머니는 그가 가수를 계속하자 그만하라고 말렸을 정도. 그만큼 그는 가수를 하고 싶어 했지만, 정작 소속사에서 연기를 계속 시키자 계약 끝나면 장사나 하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처음에 연기를 하겠다고 한 것도 집에 돈을 갖다드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또한 tvN 의 최원준고세원도 X5였으나 훗날 연기자로 전업했다.

기무라 타쿠야 : 윤상현이 연기자로 데뷔할 때 소속사에서 닮은 꼴이라고 홍보한 일본 최고의 스타. 그만큼 그는 잘 생기고 화려한 이미지로 알려졌다. 데뷔작도 SBS 의 부유한 PD였다.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 혼자 그림 그리고 음악 듣기를 좋아하고, 작은 키로 덩치 큰 아이들에게 위축되던 성격이었다. 게다가 연기도 단 3개월 연기학원 다닌 게 전부. 당시 연출자가 그를 3개월 동안 붙잡고 연습을 시켰지만 대사를 제대로 연기하지 못했고, “여자의 마음을 읽을지 몰라” 과거 여자친구와도 4년 만에 첫 키스를 하던 성격 탓에 상대역 김현주의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결국 연출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계속 이러면 다음 회에 교통사고로 죽인다”고까지 했고, 그가 출연한 신 중 상당수가 통편집 됐다. 하지만 돈은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 “우박이나 떨어져라”하는 심정으로 연기를 계속했다고.

강지환 : MBC 에 함께 출연한 배우. 강지환은 여주인공 한채영과 연인이 되는 인물로, 윤상현은 한채영과 오랫동안 사귀다 성공 후 배신하는 캐릭터였다. 와 SBS 는 상업적으로 실패했고, 윤상현은 두 작품에서 와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연기에 재미도 못 느끼던 때였으니 여러 드라마에서 ‘실장님 전문배우’로 소모됐을지도 모를 상황. 하지만 에서 윤상현이 한채영과 사귀던 시절 볼품없는 모습에 둔한 성격의 남자로 나온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 장면들에서 그는 코믹 연기를 선보였고, 그가 한채영과 강지환을 질투하는 모습 역시 약간은 유치하고 오버하는 듯한 느낌이 섞여 있었다. 그가 MBC 에서 보여줄 연기의 시작점이었을지도. 윤상현은 “그 신의 감정에서 벗어나지 않는 상황이면 되도록 캐릭터를 밝게 하고 싶어 한다. 평범하게 넘어가는 것 보다는 즐겁게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원숙 : MBC 에서 윤상현의 어머니를 연기한 배우. 연기에 어려움을 겪던 그가 NG를 내도 편하게 하라며 ‘아들처럼’ 격려했고, “대본의 지문은 상관하지 말고 그 신을 파악하고 진심으로 연기”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시기에 윤상현은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됐다. 또한 연출자는 그에게 “신성일처럼 멋지게 연기”할 것을 주문했지만, 캐릭터가 “덜 성장한 남자”라는 생각에 “나도 어머니를 사랑하는데, 그 마음을 마마보이처럼 과장해서 끄집어”내면서 마마보이를 연기했다. 여기에 다른 캐릭터가 모두 진지하기에 자신은 재미있는 느낌을 주고 싶어 코믹 연기를 가미했다고. 부유하고, 잘 생겼고, 직업적으로 능력 있지만 유치하고 감정 조절 제대로 못하는 비전형적인 남성 캐릭터의 탄생.

송재정 : MBC 의 작가. 에서 “모두 진지한 연기를 하는데 윤상현과 박원숙만 시트콤 연기를 해서” 윤상현을 캐스팅했다. “멋진 역할보다 윤대리 역할이 좋다”던 그는 “짠돌이라 학교 다닐 때 밥 얻어먹고 다닐 때의 모습”을 바탕으로 극 중 짠돌이에 치사한 ‘찌질이 윤대리’ 캐릭터를 만들었다. 에서 “주경우의 찌질한 면을 3분의 1 정도만 집어넣고 나머지는 다른 성격을 가미”해 시트콤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연기한 셈. 그러나 에서 그의 유치한 모습은 좋아하는 여자에게 마음을 표현할 줄 모르는 모습과 연결 되면서 코믹하면서도 멜로에 어울리는 모습을 갖췄다. “오버와 디테일은 한 끗 차이니까 거울을 보면서 그 적정선”을 찾으며 자신의 원래 성격과 드라마에서 요구하는 배역의 성격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그리고 ‘태봉이’가 찾아왔다.

김남주 : MBC 에 함께 출연한 배우. 그는 갑작스럽게 이 작품에 들어가 처음에는 대본 리딩을 잘 못해 나오는 신도 많지 않았고, 제작진은 “박신양이나 현빈처럼” 연기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상현은 “태준이는 귀하게 자란 애니까 어떻게 살지” 생각하고, “멋있게 보여야 하니까 멀리서 풀 샷을 찍을 때도 허리를 편 채로 앉아” 연기할 만큼 캐릭터에 몰입했다. 사고뭉치 재벌2세이면서도 자신의 정체를 숨길 때는 편안한 동네 총각이 되고, 진지한 상황에서도 캐릭터의 유쾌함을 잃지 않는 그의 연기는 재벌 2세 캐릭터의 새로운 틀을 만들었다. 데뷔 전 여러 가지 일을 하며 만들어진 자신의 성격에 작품에 들어가기 전 일반적으로 3개월 정도 대본을 파악하며 “작품 전체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을 생각하면서 그 사람에 몰입”하는 스타일의 연기자가 만들어낸 자기만의 캐릭터 완성. 데뷔 시절 연기가 두렵던 윤상현은 이후 “연기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이승철 : 윤상현이 부른 ‘Neverending story’의 원곡을 부른 가수. 자신의 노래 ‘열을 세어 보아요’ 뮤직비디오에 무명시절의 윤상현을 추천했고, 윤상현은 인기를 얻은 뒤 ‘사랑 참 어렵다’에 출연했다. 윤상현은 ‘Neverending story’를 이승철과 비슷한 느낌으로 소화하며 스타성을 각광받았다. 그의 노래는 오리콘 일간 싱글차트 11위에 올랐다. 늦은 데뷔로 무슨 작품이든 많이 하겠다는 “생활형 연기자”를 자처하지만, 인기는 한류스타급이 된 셈. 그건 그가 재벌 2세를 연기하지만 늘 유치하거나 ‘찌질’하고, 동시에 자신의 순정을 숨긴 남자의 일면을 드러내는 것과 비슷하다. 트렌디 드라마의 재벌 2세지만 평범한 일면을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멜로와 코미디의 경계를 없앤다. 그렇게 자기식대로 하다 보니 연기도 하고, 인기도 얻고, 조금 다른 방법으로 가수도 됐다. 참고로 그의 아버지는 노래 자랑대회에 출연한 어머니의 모습에 반해 결혼하게 됐다고.

조권 : SBS 의 ‘패밀리가 떴다’에 함께 출연한 가수. 그는 “평소 등산도 많이 한다”며 여행가듯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했지만, 첫 녹화를 마친 뒤 “머릿속에서 재미있게 하려고 했지만 실제로는 하나도 재미있지 않았다”고 했을 만큼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자신의 생각과 달랐다. 제작진은 조권과 자신을 무리하게 앙숙으로 묶으려는 등 계속 문제를 일으켰고, ‘패밀리가 떴다’는 조기종영됐다. 또한 KBS 는 시청률이 아주 부진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 자신도 “시간적인 여유가 아예 없었다”고 할 만큼 어려운 제작환경으로 인해 의 분위기를 이어가기 힘들었다. KBS 가 제작되지 않은 뒤 곧바로 선택한 작품들에서 위기를 겪은 셈. 계속 열심히 활동하는 건 그의 미덕이지만, 이 때문에 ‘패밀리가 떴다’처럼 자신이 에서 쌓은 이미지를 금세 희화화 시키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 물론, 스스로 ‘신비주의’와 먼 다작배우라고 말하는 그에게는 큰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실패한 작품은 성공한 작품으로 덮으면 그만이니까.

현빈 : SBS 에 함께 출연 중인 배우. 그가 연기하는 한류스타 오스카는 길라임(하지원)을 두고 김주원(현빈)과 갈등하고, 윤슬(김사랑)의 옛사랑이다. 김주원과 몸을 뒤바뀐 길라임이나 게이 뮤지션 썬(이종석)과 동성커플 같은 분위기도 연출한다. 그리고 그는 현빈과 키스했다. 윤상현은 모든 캐릭터의 연결 고리고, 그들과 각각 다른 모습을 연출하며 멜로와 코미디를 보다 풍성하게 한다. 오스카는 유치하고 웃기기도 하고, 느끼하게 호피무늬 가운을 입기도 하지만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를 때는 멋있고, 팬들에게는 친절해 한류스타라는 사실을 납득시킨다. 윤상현은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와 연기력을 결합시켜 그만이 설득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그는 어떤 배역이든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을 극대화 시킨다. 돈 때문에 연기를 시작했고, 되는 대로 연기했고, 열심히 연기했다. 그러다보니 연기도 늘었고, 스타도 됐다. 언젠가 그는 정말로 생활형 연기자의 자세를 가진 한류스타가 되지는 않을까.

Who is next
윤상현과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한 김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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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윤종신김종국최지우휘성박찬호이효리장서희최양락다니엘 헤니이수근권상우소지섭이민호최명길정형돈김남주박진영손담비김태원신해철송강호김아중김옥빈이경규김혜자고현정원빈이승기닉쿤지진희박명수김혜수신동엽현빈윤은혜G드래곤하지원타블로김C유승호양현석강호동김태희김연아장동건장근석김병욱 감독정준하손석희정보석고수이병헌이수만김현중김신영장혁김수로이선균신정환김태호 PD강동원송일국노홍철조권김제동문근영손예진김수현 작가하하이미숙전도연유영진강지환김구라박지성탁재훈오연수최민수유재석유진크리스토퍼 놀란이하늘신민아장미희이휘재믹키유천조영남송승헌엄태웅안내상이승철김성근 감독유아인토니 안류승범싸이 – 윤상현

글. 강명석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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