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야구에도 신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베이브 루스 신 같은…. 이런 신들이 매일 야구장 와서 야구를 보는 거예요. 대충한다는 거요? 신을 모독하는 거죠. 이건 기독교인이 하나님을 모독하는 거하고 같은 거예요. 먼 나중엔 우리도 신이 생길 겁니다. 이만수 신, 선동열 신 같은…. 그 신들이 어디 가겠어요? 야구장 오겠지. 전 스타라고 설렁설렁 뛰는 선수 인정 안합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이 되었다.
양준혁
양준혁
양일환: 양준혁의 사촌 형.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이하 삼성) 투수 코치. 선수 생활도 삼성에서 했다. 양준혁은 양일환과 함께 자주 야구 구경을 하면서 야구선수가 되길 바랐다. 집안이 가난해 처음에는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았지만 “동냥해서라도 야구하겠다”고 말해 결국 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투수로 활약하며 노히트노런을 기록할 만큼 활약했지만 혹사로 어깨가 약해졌고, 고교 진학을 앞두고 대구상고에서 투수가 아닌 타자에 주력하며 ‘타자 양준혁’의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된다. 하지만 오른쪽 다리를 활짝 열고 치는 양준혁의 타격 폼은 당시 국내 지도자들의 이론과는 대치된 것이어서 종종 선배와 코치들에게 “무지하게 혼났”다고. 하지만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타격이 안 되자 “에라 내 스타일대로 간다”고 다짐하고 뜻을 밀어붙인다. 그리고 양준혁은 고교 최고의 타자가 됐다.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뜻을 밀고나가는 그의 인생의 시작.

박영길: 전 삼성 감독. 대구에서 자라고 삼성에서 뛰는 사촌 형이 있던 양준혁은 고교 졸업 직후 삼성 입단을 원한다. 하지만 박영길 감독은 당시 삼성에 좋은 선수들이 워낙 많아 대학에서 경험을 쌓고 올 것을 권했다. 하지만 양준혁이 대학을 졸업하자 그를 지명한 팀은 삼성이 아닌 쌍방울 레이더스였다. 양준혁은 곧바로 스카웃 제안을 거절하고 군복무 뒤 다시 신인 지명에 참여, 결국 삼성에 입단한다. “내 몸에는 푸른 피(삼성의 유니폼 색깔)가 흐른다”는 양준혁의 다짐은 이때부터 시작된 셈. 그는 데뷔 당시부터 “삼성 유니폼을 입고 명예롭게 은퇴하자”고 다짐했다.

정민태: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투수코치. 현역 시절 최고의 투수였지만, 양준혁에게 가장 많은 안타를 맞기도 했다. “워낙 선구안과 맞히는 능력이 좋고 힘까지 가져 상대하기 어려웠”던 타자였다고. 양준혁은 안타 중 잡아당긴 타구가 52%, 나머지가 그 외의 방향일 만큼 다양한 방향으로 타구를 보낼 수 있었고, 동시에 그의 수많은 기록 중 최다 사사구(볼넷+몸에 맞는 볼) 기록을 가장 아낄 만큼 볼을 골라내는 능력도 탁월했다. 잘 칠뿐만 아니라 투수가 공을 던지면 눈 대신 무릎으로 공의 궤적을 따라 “무릎으로 공을 본다”고 할 만큼 어떤 공이든 잘 대처했으니 투수들이 어려워했던 것도 당연한 일. 메이저리그의 뉴욕 메츠에서도 그의 “아웃되지 않고 1루로 갈 수 있는 능력”을 주목해 스카웃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준혁이 사사구 기록을 아끼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안타나 타율에 기록되지는 않지만 내 욕심을 버리고 다음 타자로 기회를 이어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야구관은 오랫동안 그를 오해하게 만든 이유가 됐다.

이승엽: 양준혁이 “이렇게 열심히 야구하는 선수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한 야구선수. 원래 1루로 뛰던 양준혁이 어느 날 갑자기 짧은 거리에서 공을 원하는 곳으로 던질 수 없는 스티브 블래스 신드롬에 걸리며 이승엽이 1루수가 됐다. 공을 치든 보든 어떻게든 살아나가는 출루 능력까지 갖춘 양준혁과 최고의 홈런타자였던 이승엽으로 이뤄진 삼성 타순은 모든 투수들의 악몽이었다. 그러나 이승엽을 비롯 우즈, 심정수 등 40홈런 이상을 치는 홈런타자가 등장하자 늘 20홈런 정도는 충분히 칠 수 있는 뛰어난 장타력에도 스스로를 “홈런타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는 홈런타자의 시대에 ‘2인자’로 인식됐다. 또한 화끈한 홈런에 매료된 사람들은 나쁜 공은 보내고, 좋은 공을 치는 그를 “성적에만 신경쓴다”는 말로 매도했다. 그는 오해받고 있었다. 팬들에게도, 그리고 구단에게도.

송진우: 한 팀에서만 던져 역대 최다승 투수가 됐고, 양준혁이 “야구를 즐기면서 한다는 점에서 나보다 한 수 위”라고 말한 또 다른 신. 하지만 스스로 “죽기 살기로 한다”는 양준혁의 노력도 엄청나다. 그는 후배 진갑용이 “제일 선참이면서도 누구보다 훈련을 열심히 한다”고 말할 만큼 많이 연습하고, 술, 담배도 하지 않는다. 여기에 대학 시절에는 100m를 11초 8에 끊은 타고난 주력과 선수 생활 말년의 발목부상 외에는 하체 부상을 당한 일 조차 없던 타고난 몸이 더해져 18년 동안 정상의 선수로 남았다. 그러나 그의 자기관리가 빛난 것은 몸보다 정신이었다. 그는 선수들이 구단에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만든 선수협을 주도, 구단으로부터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회장 송진우가 “온 정열을 다”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 것에 대해 뜻을 꺾지 않았”다고 할 만큼 활약했다.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어려운 일에 나서는 순간부터 양준혁은 ‘2인자’가 아닌 야구팬의 존경의 대상이 되기 시작한다.

김성근: 야구를 “8팀이 치고받다 결국 SK가 우승하는” 경기로 만든 SK 와이번스 감독. 2001년 LG 트윈스에서 양준혁과 함께 했다. 양준혁은 1998년 당시 구단에게 선수 대표로 보너스를 요구하는 등 구단과 마찰을 빚다 해태 타이거즈로 트레이드 됐고, 1년 뒤 다시 LG 트윈스로 트레이드 되는 등 파란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김성근은 그의 경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구단 버스타지 말고 구단까지 뛰어오라”고 하고, “후배들 앞에서 내가 너를 야단치지 않도록 알아서 해라”라는 말로 양준혁의 정신을 바짝 차리게 만들었다. 김성근 감독을 만나며 양준혁은 “야구에 대한 깊이를 느꼈”다. 양준혁이 은퇴를 앞둔 2010년, 올스타전 감독이었던 김성근은 양준혁을 선발했고, 그는 올스타전의 마지막 홈런을 때렸다. 양준혁은 과거 올스타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도 MVP를 못 타자 “내 복이 여기까지인 걸 어떻게 합니까”라며 웃었다.

김응룡: 프로야구 통산 10번 우승, 은퇴 후 삼성 야구단 사장이 된 야구계의 신화. 해태 타이거즈 감독 시절 트레이드를 거부하던 양준혁을 설득해 뛰게 했고, LG트윈스와 계약이 끝난 뒤 선수협 활동 문제로 갈 곳 없던 그를 삼성으로 불렀다. 김응룡은 양준혁을 “나보다 더 영리한 사람”이라고 할 만큼 높게 평가했고, 양준혁은 그를 “내 존재 가치를 느끼도록 나를 인정해준 분”이라 고마워한다. 삼성으로 돌아온 양준혁은 안정감 속에서 자기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밖에 나가면 모두가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았”던 두려움 속에서도 특유의 타격 폼을 바꾸며 시대에 적응했고, 슬럼프가 올 때마다 경기장의 땅을 고르고, 볼을 줍는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정신을 다잡았다. 양준혁은 은퇴 한 해 전인 2009년에도 부상 전까지 3할의 타율을 기록했다. 코치들이 “개 폼이야”라고 할 때도 타격 폼을 고치지 않을 만큼 뜻을 꺾지 않던 남자가 “해마다 신상품을 내놓아야 진정한 명품이 될 수 있다”고 할 만큼 변화를 받아들였다. 그는 그렇게 ‘신’이 되고 있었다.

한효주: 양준혁의 이상형이자 삶의 활력소. 일본 지진 당시 일본에 있던 한효주의 안전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양준혁은 몇 번씩 부케도 받았고, 후배들에게는 좋은 인연을 소개해주기도 하지만 정작 자신은 야구에 전념하느라 결혼을 못했다. 그러니 그가 MBC 를 보고 김민정을 이상형으로 삼았고, 더 과거에는 MBC 의 이나영을 보기 위해 경기가 빨리 끝나길 바랐다고 해도 이해하자. 그도 야구장 바깥에서는 평범한 드라마 팬이 될 수 있다.

김광현: SK 와이번스의 투수. 김광현의 프로 첫 등판에서 양준혁이 홈런을 때렸다. 그리고 양준혁의 은퇴 경기 마지막 투수도 김광현이었다. 은퇴경기에는 그를 보기 위해 수많은 야구팬이 하루 전부터 줄을 서서 시합을 기다렸고, 삼성은 은퇴경기에 1억 원을 들여 성대한 은퇴식을 치렀다. 양준혁은 은퇴 한 해 전에도 3할을 쳤고, 2010년 시즌에는 개막 직후부터 대타로 뛰는 일이 잦아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만큼 양준혁이 지난해 은퇴해야만 했는가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는 은퇴 경기를 통해 모든 야구팬의 존경을 받는 ‘양신’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김광현은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는 공언대로 양준혁에게 삼진 세 개를 잡았다. 그게 야구다.

이경규: KBS 의 ‘남자의 자격’에 함께 출연 중인 MC. 그는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에 당해 하프 마라톤을 완주할 처지가 됐다. 그는 “야구하면서 이렇게 뛰어본 적 없다”며 힘겨워했고, 아직 주말 버라이어티 쇼에서 활발한 멘트를 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원하는 팀에 가기 위해 2년을 기다렸고, 그렇게 뛰고 싶었던 구단으로부터 버림받았고, 평생 ‘2인자’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모든 과정을 거친 뒤에야 ‘양신’으로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그저 1루까지 열심히 뛰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하는 남자다. 예능의 마라톤은 이제 시작됐다. 그러나 양준혁의 인생은 늘 스스로 한 발 한 발 딛지 않으면 끝날 수 없는 마라톤이었다. 양준혁은 결국 완주할 것이다.

Who is next
양준혁과 ‘남자의 자격’에 함께 출연하는 김태원의 그룹 부활에서 함께 활동했던 김종서가 새 보컬로 참여한 그룹 시나위의 1대 보컬리스트 임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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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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