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미국시간), 원더걸스는 하루 종일 쉴 새 없는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메이크업과 의상을 준비한 채 인터뷰를 했고, 인터뷰 뒤에는 팬 사인회를 했으며, 팬 사인회가 끝난 뒤에는 곧바로 조나스 브라더스의 공연 오프닝을 준비했다. 조나스 브라더스의 공연이 끝난 뒤 원더걸스가 가진 팬미팅이 끝난 것은 밤 12시가 가까운 시간. 미국에서 신인 그룹 원더걸스는 그렇게 미국인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있었다. 데뷔 2년 반 만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그들은 어떤 마음일까. 팬미팅이 끝난 것은 밤 12시가 가까운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날아간 가 그들의 미국 생활에 대해 들었다.

원래 조나스 브라더스의 공연에 13회만 참여하기로 했다가 45회의 공연에 모두 참여하게 됐다. 어떻게 된 건가.
유빈
: 얘기하려면 한참 걸린다. (웃음)
예은 : 3회 공연 끝나고 그 얘길 들었는데, 이유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오프닝 공연에서 ‘Nobody’ 춤을 가르치는 걸 보고 조나스 브라더스 측이 그렇게 결정했다는 말을 들었다.
예은
: 그게 여러 가지가 잘 맞물렸다. 세 번째였던 밴쿠버 공연에서였는데, 그 날 사실 공연이 지연 되면서 평소 공연과 다르게 한 곡만 해달라고 했다. 관객 연령층이 낮아서 너무 늦게 보낼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살짝 아쉬웠는데 마침 마이크가 제대로 준비 안 됐다. 스태프들은 우왕좌왕하는 상황이고. 그래서 “이때다!”하고 비는 시간동안 관객들에게 ‘Nobody’ 춤을 가르쳤는데 그 때 반응이 너무 좋았다. 게다가 그 때 한국 분들이나 아시아계 분들이 다른 공연보다 많기도 했었고.

“한국에서 행사를 너무 많이 한 게 미국에서 도움이 된다”

외국인들이 가득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선예
: 우리가 한국에서 행사를 너무 많이 해서 (웃음) 그런 상황에 강한 것 같다. 마이크 두 개로 공연을 해 본다든가, 심지어 유선 마이크로도 노래를 해봤으니까.

그런데 공연을 비롯해서 당신들에 관한 요즘 소식은 박진영이 트위터로 알린다. 박진영이 요즘 한국에서 무슨 별명인지 아나?
예은
: 떡고! (웃음)

그래서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대체 박진영은 거기서 무슨 역할이냐고. 원더걸스 팬클럽 회원 같기도 하고. (웃음)
선예
: 떡 홍보 대사! (웃음) 우리가 미국 활동을 하나도 모르니까 우리 매니저 겸, 영어 선생님 겸, 프로듀서 겸 기타 등등 여러 역할을 하고 계신다. 그리고 미국의 교포들 중에 어머님 세대가 박진영 PD님을 너무 좋아한다. 그런 팬층을 끌어들이는 역할도 한다. (웃음)

요즘 JYP 직원들도 박진영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 소식을 안다고 하더라. 2PM 신곡 만든 것도 트위터로 알았다고.
소희
: 맞다. 맨날 방문자 수 늘었다고 자랑하고. (웃음)
선미 : 모니터도 너무 열심히 해서 상처도 많이 받고.

“미국에 오니까 박진영 PD님이 오빠같고 삼촌같다”

유빈이 트위터에 ‘미녀와 야수’로 사진 올린 것도 봤다. (웃음) 그렇게 지내면 박진영이 한국에서와 다르게 느껴지지 않나?
유빈
: 아무래도 나는 다른 멤버들보다 박진영 PD님과 교류가 적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굉장히 가까워지고, 많이 편해졌다. 가까워지고 보니까 유머 감각도 굉장히 많고… 썰렁한 유머긴 하지만 (웃음) 전에는 PD님, 프로듀서 이런 생각이 먼저 들어서 되게 어려웠는데 요즘엔 삼촌이나 오빠같은 느낌이다.

유빈은 미국에서 트위터를 써보니 어떻던가. 유빈이 글을 올리면 몇 시간 뒤에 한국 언론에 기사가 되곤 한다.
유빈
: 실시간으로 팬과 의사소통 한다는 게 너무 좋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무슨 준비를 하는지, 재밌는 사진 올릴 수 있을 때 바로 바로 올릴 수 있으니까.
선예 : 트위터를 하는 게 너무 재밌다. 바로 반응해주는 팬들도 너무 고맙고. 리플을 읽으면서도 공부도 되니까. (웃음)
예은 : 트위터를 하면서 한국 팬들에게 고마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 우리를 많이 잊고 살 수 있는데 트위터까지 찾아와서 사전을 찾아가며 글을 남겨주는 모습에 너무 감격했다.

예은이 미국 활동 하면서 한국 팬들에게 UFO문자 (아이돌 가수들이 팬들과 직접 문자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답장을 폭풍처럼 보낸 적이 있다. 팬들이 은혜를 받았다며 인터넷에 증거물들을 올리기도 했는데,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예은
: 아마 그 날이 뉴욕 공연 전 날이었던 것 같다. 그 때 다음 날 공연이 없어서 밤을 새서 컴퓨터를 하다 한국 팬들이 너무 보고 싶더라. 여기서는 극소수의 우리 팬들을 제외하면 관객들이 모두 조나스 브라더스를 보러 온 거니까. 그래서 우리를 좋아해서 보러 오는 우리 편이 그리웠다. (목이 조금 메이며) 아 이러니까 또 (감정이) 올라오려고 하네.
선예 : 예은이는 한국 매체하고 인터뷰하면서 계속 이런다. (웃음)

“한국 팬들을 만나면 한 명씩 다 안아주고 싶다”

선미는 활동 초기에 ‘심경고백’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올 만큼 힘들었던 감정을 글로 올리기도 했다. 불안하고 걱정된다는 내용이었는데, 미국 생활이 힘들었나?
선미
: 한국에서도 가족하고 떨어져 있긴 했지만, 다른 나라에 오니까 너무 외로웠다. 다 낯설었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참 힘들었다.
예은 : 그 때 선미가 한국 팬들을 만나면 한 명씩 다 안아주고 싶다고 했었다.
선예 : 미국 팬들은 좀 더 개방적이어서 만나면 껴안곤 하는데, 한국 팬들에게는 그런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선미가 한국 가면 팬사인회부터 하자, 팬미팅 하자는 말을 많이 했었다. 이곳에서 팬미팅을 하면서 한국 팬들이 많이 그리웠다.
선미 : 팬 까페 보면서 울기도 했었다.

하지만 반대로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좋아진 부분은 없나. 이곳에서는 아직 당신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을 텐데.
소희
: 한국에서는 어딜 가도 “원더걸스다!”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우리를 잘 모르니까 우리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 그런 게 굉장히 재밌다. 하루하루 팬들을 알아가고, 우리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보는 게 좋다.

소희는 미국 진출이 결정된 뒤에 더 활발해진 것 같다. 미국 활동이 결정된 직후에도 더 힘이 난다고 했었는데.
소희
: 미국 사람들 문화 자체가 만나면 “오 하이! 와썹!” 이렇게 소리치고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다 보니까 목소리도 한 톤 높아지고, 기분이 달라진다.
선예 : 막내들이 무대 올라가도 더 안 떤다. 무대를 잡아먹으려고 그런다. (웃음)

새로운 환경에서 멤버들의 관계에도 변화가 있나? 한국하고 다르게 모든 걸 다시 시작하는 건데.
선예
: 지금은 공연 때문에 호텔에서 묵지만, 뉴욕에서 숙소 생활을 할 때는 우리가 청소, 빨래, 설거지를 다 하면서 같이 생활했다. 월요일 5시 이후로는 집안일 하는 시간이었고. 그 때 정말 즐거웠다. 청소할 때 정말 단합 잘 되더라. 애들이 모든 걸 빨리 빨리 하려는 성격이라. (웃음)

“미국에선 목소리도 한 톤 높아지고, 기분이 달라진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서서히 원더걸스에 대한 반응이 생기는 것 같다. 한 팬이 길거리를 걷는 원더걸스를 보면서 소리지리는 영상도 돌던데. 미국에서 본인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걸 느끼나?
선예
: 조나스 브라더스의 팬들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굉장히 커서 공연 후기가 계속 올라온다. 그 때마다 우리 이야기도 같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 팬들 사이에서 우리를 아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 같다.

어느 동영상에서 보니까 미국 10대들이 알고 있는 춤 다섯에 ‘Nobody’도 들어있더라
유빈
: 정말?
선예 : 누구나 따라 하기 쉬운 춤이라고 생각하고 즐기는 것 같다. 그리고 그들 입장에서는 새롭다는 말도 들었다. 아시아계 다섯 친구들이 이런 드레스를 입고 이런 메이크업을 하고 ‘Nobody’처럼 중독성 있는 노래를 부르니까… 그리고 여기서는 이렇게 안무를 맞춰서 추는 춤이 없는데 귀엽게 보는 것 같다.
유빈 : 귀엽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열심히 영어도 배우려고 하고 다섯 명이 뭉쳐서 으샤으샤 하는 게. (웃음)

그렇게 활동을 하면서 미국 연예계에도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폭스 TV의 웬디 윌리암스 쇼 출연이 화제가 됐는데,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가?
소희
: 그 쪽에서 우리에게 갑자기 연락이 왔었다.
선예 : 이유를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냥 “감사합니다. 당장 가겠습니다” 이랬으니까. (웃음)

미국 예능 프로그램은 어떻던가.
유빈
: 토크쇼 개념이다. 그래서 토크마다 파트가 나눠지고, 거기서 우리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공연 타임에 출연했다.
소희 : 미국은 관객 분들과의 호흡이 더 열정적이고, 친밀하다. 같이 즐긴다는 게 좋았다.

“미국에선 ‘Nobody’처럼 안무를 맞춰서 추는 게 새롭다더라”

그런데 웬디 윌리암스 쇼도 그렇고, 공연 때 유빈의 랩 파트에서 함성 소리가 커지더라.
유빈
: 내 생각엔 어린 동양인이 복고 옷을 입고 노래하다 뜻밖의 랩을 하니까 놀라는 것 같다.

유빈이 미국에서 한 인터뷰 중에 아시아인은 멜로디를 좋아하지만 미국인은 그루브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유빈
: 요즘엔 그런 차이가 많이 없어지긴 했는데, 기본적으로 한국인들은 가사와 멜로디를 통해 감수성이 풍부한 걸 즐기는 것 같고, 미국인들은 몸으로 즐길 수 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공연에서 보면 일어서서 춤을 추기도 하고.

미국에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
선예
: 데뷔 2년 반 만에 이런 기회가 찾아온 게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2년 반 동안 좋은 일도 정말 많았지만 그만큼 아픔의 시간도 있었는데,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준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항상 우리에게 무언가 주어지고,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모든 게 다 오는 게 아니라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것 같다. 딱 우리가 뭔가 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만큼만 오는 것 같기도 하고. 항상 그런 걸 느끼면서 나 혼자가 아니라 다섯 명이니까 서로 격려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뭔가 목표를 이룬다기 보다는 지금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리고 일단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다. (웃음)

* 원더걸스와의 소소하고 즐거운 수다는 다음 주 수요일 [스타ON]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글. L.A.=강명석 (two@10asia.co.kr)
글. L.A.=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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