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 5년 전에는 누나를 찾던 고등학교 연하남이었다. 3년 전에는 철없는 대학생 유부남이었다. 2년 전부터 ‘1박 2일’을 보며 웃다보니 매력적인 허당이 됐다. 그리고 어느 날 돌아보니 대학에 졸업했고, 시청률 40%에 육박하는 드라마에서 팬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이 청년, 언제 이렇게 커버린 거야?

이진성 : 이승기가 다녔던 상계 고등학교 2년 선배인 가수. 이진성은 자신이 보컬로 있던 스쿨밴드 사이퍼의 차기 보컬로 그를 뽑았다. 이승기는 당시 스팅, 브라이언 아담스, 스키드 로우 등을 좋아해 밴드 생활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당시 전교 1~2등을 다퉜던 이승기는 계속 음악을 할 생각은 없었다고.

이선희 : 가수 겸 제작자. 공연장에서 리허설 중이던 이승기를 보고 “깔끔한 남자애가 노래를 아주 잘하는데 알고 보니 공부도 잘해 잡으면 대박”이라는 생각에 이승기에게 가수를 권유했다. 이승기는 결국 이선희의 팬이던 어머니의 설득에 가수가 됐고, 이승기를 2년여 동안 트레이닝해 데뷔시켰다. 이승기는 이선희에 대해 “어떤 장르의 음악도 해석할 수 있다. 내겐 자긍심을 주는 존재지만 누를 끼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사랑 : 이승기의 데뷔곡 ‘내 여자라니까’의 뮤직비디오에 ‘누나’로 출연한 배우. 이 뮤직비디오를 비롯, 이승기는 SBS <인기가요>에 김태희의 사진을 크게 건 채 노래를 부르는 등 연하남 캐릭터를 부각시켰다. 당시 이효리는 이승기에게 사인 CD를 주며 “누난 네 여자니?”라는 글을 적어 주기도 했고, 이승기는 한 인터뷰에서 “연상의 여자들은 어린 남자친구를 사귈 때 그보다 어린 여자들에게 남자친구를 빼앗기지 않을까 두려워한다고 한다. 하지만 남자에겐 연상의 여자도 사랑하는 ‘한 여자’일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하남’ 캐릭터가 자주 등장하기 전, 이승기는 반듯한 이미지의 연하남이 되면서 다른 아이돌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었다.

홍경인 : 배우.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브레인 서바이버’에서 이승기와 결승전을 치렀다. 이승기는 ‘브레인 서바이버’ 우승 후 “학교 망신을 시키지 않았다”고 말했고, 그의 소속사는 그가 ‘전교 학생회장’이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실제로 그는 학창시절 “쓸 필요가 없어서” 휴대폰이 없었고, 그의 어머니의 친구는 인터넷에 “부모를 친한 친구처럼 편한 대화상대로 여겼고, 그런 중에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킬 줄 알던 아이”라는 글을 썼다. 또한 그는 스크린 쿼터 축소에 대해 “논술문제로 나왔는데, 내가 알기론 스크린 쿼터를 늘린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자리가 잡히지 않았는데 축소하면 좀 위험해질 것 같다”고 말하고, 가수가 된 뒤에는 팝 앨범을 사서 악기 세션을 살피고, 해설지를 읽으며 음악을 공부했다. 그가 “사회생활을 해보니까 가장 쉬운 게 공부 같다”고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구혜선 : 배우. 이승기의 연기 데뷔작 MBC <논스톱 5>에 상대역으로 출연했다. 이승기는 <논스톱 5>를 통해 “가수는 무대 위에서 관객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잘못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 있다. 연기는 이런 잘못된 자세를 털어내는 기회였다. 행인들 시선이 쏟아지는 길거리 포장마차에서도, 아무도 없는 숲 한 가운데서도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는 시선이 평등한 것 같다”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웠다. 이승기가 KBS <소문난 칠공주>, SBS <찬란한 유산> 등 많은 중견 배우들과 함께 연기해야 하는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었던 건 이 때문인지도.

강호동 : 이승기를 사랑하는 MC. SBS <일요일이 좋다>의 ‘X맨’을 거쳐 KBS <해피선데이>의 ‘1박 2일’에 함께 출연 중. 강호동은 ‘X맨’에서 반듯하고 노래도 잘하지만 춤과 은 왠지 어설픈 이승기를 ‘어서’라 놀렸고, ‘1박 2일’에서는 그의 허점을 부각시키며 ‘허당’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승기는 단지 ‘허당’은 아니다. 그는 “나 없이 살 수 있겠냐”는 강호동에게 “형 없이 못사는지 살아보고 싶다. 편도 비행기 표 끊어 주겠다”면서 맞받아치며 큰 웃음을 줬다. 은지원과 MC몽이 그러하듯, 엉성한듯 하지만 강호동을 맞받아 칠 만큼 은근히 기도 센 인물. ‘허당’이 그냥 만들어진 건 아니다.

윤미라 : KBS <소문난 칠공주>에서 이승기의 어머니로 출연한 배우. 이승기는 이 드라마에서 철없는 마마보이를 연기하며 자신의 캐릭터를 넓혔다. 그는 자신의 평소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연기하며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그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권상우를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로 꼽기도 했다. 이승기는 <소문난 칠공주>가 끝난 뒤 “농구로 치면 식스맨 역할을 했다. 드라마에서 누구나 지켜야할 자신만의 위치가 있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이런 태도는 이승기가 미니시리즈 대신 중견 배우들이 많은 홈드라마를 선택한 이유일 듯. 그는 <소문난 칠공주>, ‘1박 2일’ 등 선배들이 많은 작품들에 출연하며 안정적으로 경력을 쌓았고, 두 작품의 인기와 함께 전 세대에 걸친 인지도를 얻었다. 주인공으로 열광적인 인기를 얻는 대신, ‘식스맨’으로 시작해 은근하지만 탄탄한 지지층을 쌓은 셈.

나영석 : ‘1박 2일’의 PD. 이승기가 “웃기려고 노력하는데 별로 안 웃기고, 늘 애는 쓰는데 그게 참 어설프고 허술한” 것을 보고 그를 캐스팅했다. 그의 기대대로 이승기는 ‘1박 2일’에서 어설픈 ‘허당’에, 씻는 것에 은근히 집착하며, 온갖 수단을 동원해 낙오된 섬에서 탈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이승기는 모범생이 가질 수 있던 딱딱함에서 벗어났다. 특히 나영석 PD 말대로 “하나에 집중하면 그것에 집착하는 모습”은 이승기의 또다른 면. 이승기는 데뷔 전후 단기 마라톤으로 10kg을 감량했고, 1집 활동을 끝낸 뒤 “이렇게 돈을 벌어도 되나 싶어” 인력시장을 찾아가 일당 5만 4천 원을 벌었으며, “99와 100의 차이는 크다. 99를 향해 달리는 사람은 여유가 있지만, 100을 향해 달리는 사람은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는 게 신조다. 이승기가 데뷔 후 쉬지 않고 연예계 활동을 할 수 있는 건 이런 은근한 강인함 때문일지도.

한효주 : 이승기가 <논스톱 5>를 끝내면서 프로그램 게시판에 남긴 글에 “새 식구지만 밝고 착해서 금새 친해진 효주”라고 했던 배우로, <찬란한 유산>에 함께 출연 중. 이승기는 ‘1박2일’의 본방송과 재방송, <찬란한 유산>을 더해 주말 시청률 70%를 넘겼다. 물론 이 시청률이 모두 이승기의 공은 아니다. <찬란한 유산>은 탄탄한 중견 배우들의 힘이 돋보이고, 그의 리액션이나 표정은 딱딱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1박 2일’을 통해 전세대에 이름을 알린 그가 <찬란한 유산>에 끼치는 대중적인 영향력도 무시할 수는 없다. ‘허당’인 그가 안하무인의 부잣집 손자 선우환을 연기하면서, 시청자들은 선우환이 안하무인으로 활동할 때도 캐릭터에 대한 호감을 가진다. 개성이 튀는 스타들이 가득한 연예계에서, 그는 “잘 자란 아들” 같은 모습으로 폭 넓은 대중의 호감을 사고 있다. 그리고 <찬란한 유산>은 그를 식스맨에서 에이스로 성장시킬 시작점일 것이다. 그가 앞으로도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금 나에게 가장 어울린다”는 마인드를 유지하며 착한 연하남에서 착한 남자로 성장할 수 있을까.

Who is next

이승기와 ‘1박 2일’에 출연 중인 강호동과 SBS 에 출연 중인 닉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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