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 앞에서 자신의 실패한 연애담을 늘어놓는 바보 후보 신미래와 세상에서 제일 영악한 천재 정치가 조국이 만들어내는 SBS <시티홀>의 이야기는 리얼한 판타지다. 인주시청에서 벌어지는 온갖 부정과 음모는 너무나 진짜 같지만, 그것들을 극복해 나가는 신미래의 존재는 동화에나 등장할 것처럼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시티홀>을 끌고 나가는 김선아와 차승원은 한 회 안에서도 코미디와 정치극, 멜로와 드라마 등 온갖 장르를 다 보여주고 있다. 도무지 이들이 아니고서는 이루어 질 수 없었을 것 같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는 두 배우를 6월 9일, 일산 SBS 드라마 제작센터에서 만났다. 이들과 함께한 공동 인터뷰를 공개한다.

드라마 찍으면서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김선아
: 촬영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신이 워낙 많아서 다른 드라마를 찍을 때 보다 힘들다. 한 신에 서너 시간씩 걸리기도 하고, 밖에서 찍는 시간도 많아서 손이 다 시커멓게 탔다. 드라마를 찍으면서 살이 빠진 경험은 처음이다. 대사가 너무 어렵다. 대본을 이렇게 많이 본 적이 없었다. 쉬는 시간, 밥 먹는 시간, 자는 시간에도 대본을 본다. 그래서 초반에는 몸이 적응하는데 힘들기도 했다.
차승원 : 영화에 비해서 대사가 많다. 5만 배는 많은 것 같다.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로 이렇게 암기력을 발휘 한 건 처음이다. 내가 신우철 감독님께 물었다. ‘이게 대사가 많은 건가요? 온에어 때보다?’ 그랬더니 ‘많죠’ 하시더라. 그래서 ‘얼마나 많은가요?’ 물었더니 그러시더라. ‘굉장히 많죠’

“조국은 남들보다 열심히 해야 된다는 것 때문에 여유가 없는 것 같다”

대사도 많지만 조국은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보니 리액션도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
차승원
: 그런 부분이 힘들다. 막연하니까. 대본에 리액션에 대해서는 말줄임표나 느낌표로 나와 있다. 사람의 표정이라는 게, 얼마나 많이 있겠는가. 그리고 6, 7부를 보면서 나도 조국에 대해서 ‘얘의 진짜 속내는 뭘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건 그가 상처받은 인물이기 때문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의 속마음도 들키면 안 되고, 정치를 하니까 냉정해야 하고, 모자란 면이 있으니까 남들보다 열심히 해야 하고 그만큼 여유가 없는 거다. 그게 사람들에게는 카리스마 있고 주도면밀하게 보여 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인터넷에서는 ‘차간지’가 화제다. 스타일에 신경을 많이 쓸 것 같다.
차승원
: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전체적인 모습에 대해서는 의견을 냈지만, 매번 의상에 대해 간섭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지금 입고 있는 이런 색깔은 원래 싫어하는 색이다. 제작발표회 때 입었던 그런 스타일이 좋은데…… 조국의 모습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했다. 리얼하게 해야 할지, 스타일을 살릴지. 사실 수염을 기르는 것도 대한민국 부시장으로서는 말도 안 될 일이다. 그런데 잘 봐주셔서 다행이다.

처음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가졌던 기대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것 같은가.
김선아
: 기대를 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작품적으로 만족하고 있다. 작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연기적으로는 지금까지 해 온 장르와 비슷할지 모르지만 캐릭터가 다르기 때문에 힘도 나고,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전체적인 호흡이 정말 잘 맞는다는 것을 매시간 느낀다. 모두가 만들어 낸 것이 하나가 되는 느낌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차승원 : 시놉시스와 98% 정도가 일치하고 있다. 작가의 기획 의도, 감독의 연출 방향, 작품 시작하기 전에 들었던 캐릭터 설명과 거의 똑같이 진행되고 있는 드라마는 처음이다. 그런 면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있다.

불일치하는 2%는 어떤 부분인가.
차승원
: 캐릭터가 처음의 모습대로 일관되게 쭉 나가지 못한 부분이 있다. 15부부터 본격적으로 멜로가 나오는데, 솔직히 대본을 보고 당황한 상태다. 좀 더 일찍 나오거나, 아니면 아주 후반에 나올 것이라고 예상 했었는데.

그렇다면 조국은 끝까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남았으면 하는가.
차승원
: 사실 원래 조국이라는 캐릭터는 지금보다 훨씬 딱딱한 인물이었다. 잘 웃지도 않고. 첫 리딩을 하고 나서 이런 인물로 20부를 끌고 나가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님과 조국을 바꾸는 쪽으로 얘기를 한 거다. 앞으로도 아마 조국에게 거대한 일이 닥치고, 그에게도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신미래처럼 나도 정치에 대해 배워나가고 있다”

평소에 정치에 관심이 있는 편이었나.
김선아
: 전혀. (웃음)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가질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대사에 등장하는 용어나 단어가 어렵다. 평상시에 쓰는 말이 아니니까. 모르는 말이 나와서 대본 읽다가 찾아보기도 한다. 처음에 김은숙 작가님이 이 드라마가 ‘정치드라마가 아니다’라고 하신 것처럼 우리 드라마가 꼭 정치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로맨틱 코미디로서 시청 안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인데, 그 과정 안에 정치가 있는 거다. 나는 이 캐릭터대로 잘 모르면서 진심으로 뭔가를 얘기 할 때 신미래와 똑같은 것을 느끼면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잘 모르지만 정은 많은 시장님으로서 신미래처럼 나도 정치에 대해 배워 나가면서 인물과 동일화 하고 있다.

상대역에 대한 생각은?
김선아
: 최고의 파트너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대사를 할 때 중간에 어색하게 뜨는 사이가 없이 호흡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좋다. 마치 내가 신미래인 것처럼 평소에도 많이 귀여워 해 주신다. 그런 것들이 연기를 하면서도 도움이 많이 된다.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애기 아빠라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든다. (웃음) 자상함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유부남인거? (웃음) 농담이다.
차승원 : 대단한 친구다. 나보다 대사가 1.5배 많다. 그걸 해낸다.

조국과 러브신이 있는데.
김선아
: 사람들이 볼 때는 내가 저 여자였으면 좋겠다는 만족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국이 미래의 머리를 털어주거나 뒤에서 안아주는 장면이 있는데, 작가님이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디테일들을 잘 찾아내시는 것 같다.

그래서 조국이 여자를 이용하는 나쁜 남자로 보이기도 한다.
차승원
: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점이 조국의 매력이다. 워낙 능수능란한 사람이지만 거기에 아마 30% 정도는 진심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 한다.

드라마를 찍으면서 이상적인 정치에 대해 생각했을 것 같다.
김선아
: 커피와 정치의 공통점이나, 연애했던 남자들과 밀고 당기기를 못해서 차였지만 나는 여러분을 차지 않겠다고 말하는 장면들을 연기 할 때 특히 많은 것을 느꼈다. 그리고 조국이 준 연설문을 연습하다가 바닷가에 가서 시민들에게 울면서 죄송하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것이 정말 신미래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장면을 찍을 때는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대본을 볼 때부터 되게 좋았던 신이었다.
차승원 : 조국은 사실상 결론 지상주의자다. 과정이 어떻게 되던, 그는 결론을 추구하고, 그 끝은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신미래를 만나서도 정치관이 아니라 인생관이 바뀌니까 정치적으로도 영향을 받는 것뿐이다. 그래서 나는 신미래보다는 조국 같은 사람이 대권을 차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옆에 신미래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좋은 거지. 개인적으로 정치가 가장 먼저 바꿔야 하는 분야는 교육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조국은 아마 교육 문제에는 관심이 없을 것 같다. 경제라면 모를까.

시청률이 정체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기대를 갖고 있나.
김선아
: 주변에서 내용이 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 그런데 나는 신미래와 비슷한 사람이다. 조국은 결과가 중요하지만 미래는 과정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숫자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차승원 : 말랑말랑한 얘기만은 아니니까 시청자들이 힘들어 하시는 것 같다. 특히 TV를 시청하는 여성분들이 정치 이야기나 시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그런 부분에서 아킬레스건이 있지 않나 싶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되나.
차승원
: 송윤아 씨와 찍어 둔 영화가 9월에 개봉한다. 스릴러다. 그리고 또 영화를 한편 더 할 것 같다.
김선아 : 일단 좀 쉬고. 연애 할 거다. 남자 찾아 삼만리! (웃음)

사진제공_SBS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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