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가의 서]인간이 되고자 한 슬픈 이종들의 변천사
방송화면" /><구가의 서> 방송화면

우리 안방이 인간과 이종의 사랑 이야기로 후끈하다. MBC 월화드라마 부동의 1위인 <구가의 서> 속 반인반수, 민간에서는 ‘구미호 새끼’로 의심받는 최강치(이승기)와 인간 소녀 여울(수지)이 그 주인공이다. 사실 이종간의 사랑은 시작부터가 슬프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뤄질 듯 이뤄질 수 없는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회를 거듭할 수록 더욱 극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좀 더 거슬러가면 지난 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 <늑대소년> 역시도 인간과 이종간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비단 이 두 작품 뿐만이 아니다. 인간과 이종의 로맨스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세상 모든 이야기들의 근원이 되는 ‘신화’ 역시도 인간과 다른 종족간의 로맨스가 주된 스토리다. 세월이 흐르며 뱀파이어, 늑대소년, <미녀와 야수>의 야수, 영화 <가위손>의 가위손, <웜바디스>의 좀비R, 긴 역사만큼 종족은 점점 다양해졌다.

이들 다양한 이종들의 공통분모는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진 존재’라는 점과 ‘인간세상과 격리된 채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이다. 이런 월등하고 격리된 존재와의 사랑 이야기는 결국 그 대상자가 되는 여성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형태로 점점 발달돼왔다.

역사가 긴 이종, 신이나 뱀파이어와 같은 존재는 인간보다 월등한 면이 더욱 강조되고, 따라서 더 화려하게 그려진다. 그러나 인간이 되고자 하는 의지는 뚜렷하지 않다. 이종이 인간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는 발상은 사실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시각이기도 하다. 초기의 이종들은 더욱 우월한 존재에 대한 인간의 갈망을 반영한 것이다. 로맨스 보다 우월한 존재의 측면이 강조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오늘날 유행하는 슈퍼 히어로는 이종의 또 다른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종!구가의 서]인간이 되고자 한 슬픈 이종들의 변천사
스틸" /><가위손> 스틸

이종들은 이후 비극적 형태로 변형되기 시작했다. 영화 <가위손> 속 가위손(조니뎁)이 여기에 해당된다. 인간보다 우월한 면 보다는 인간과 다른 모습을 갖게 된 태생의 비극성을 강화하는 형태다. 인간들로부터 배척당하면서 생기는 인물의 내적 갈등이 강조된다. 당연히 사랑 역시도 이뤄지지 못한다.

비교적 최근에 그려지는 이종들은 인간이 되려는 의지가 뚜렷하다. 인간보다 우월한 면을 가지고 있지만 이것은 일종의 장치로 그려진다. 이종이기에 갖는 태생적 비극성도 혼재돼있는데 이 역시도 로맨스에 최적화된 형태로 흘러간다. 여성이 길들일 수 있으며, 그러면서도 여성을 지켜줄 수 있는 존재라는 점도 하나의 특징이다. 로맨스 역시도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흘러간다. <웜바디스>의 좀비R이나 (아직 결말을 맺지는 않았지만) <구가의서> 속 최강치가 여기에 해당되는 존재들이다. 이들의 비주얼이 여성들이 좋아하는 조건들을 갖추었다는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큰 맥락에서 보면 <구가의 서>는 비극적 특성과 로맨스에 최적화된 특성이 혼재돼있다. 최강치의 부모, 구월령(최진혁)과 윤서화(이연희)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이를 극복하고 말 최강치와 여울로 대물림 됐기 때문이다.

아주 오랜 시간 여러 형태로 변형돼왔지만, 인간이 이야기 속에서 이종을 만들어낸 이유는 결국 이종의 존재를 통해 인간 자신을 읽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종을 통해 우리는 때로는 꿈을 꾸기도 하고, 이기적이고 편협한 자신에 대해 처절한 반성을 하기도 하며, 또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대상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MBC 제공,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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