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워너비 故 채동하 10주기
'타임리스' '살다가' '아리랑' 등 명곡 남겨
역주행 인기로 재조명
故 채동하
故 채동하
≪우빈의 리듬파워≫
목요일 아침마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알려주는 흥미진진한 가요계 이야기. 모두가 한 번쯤은 궁금했던, 그러나 스치듯 지나갔던 그 호기심을 해결해드립니다.

옛날 사람(?)은 다 아는데 요즘 친구들은 잘 모르는 가수가 있다. 매일 그의 노래를 듣고, 그의 얼굴이 메인인 앨범 재킷을 보는데도 잘 알지 못한다. 비밀은 아니었지만 꺼내놓는 것조차 슬퍼서 결국 흐릿해진 이름. SG워너비 원년 멤버였던 고(故) 채동하다. SG워너비의 재주행으로 채동하가 다시 선명해진 게 기뻐 그의 인생을 다시 돌아보기로 했다. 지금의 SG워너비는 김진호, 김용준, 이석훈이지만 채동하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더해.

채동하는 2002년 데이빗이라는 예명으로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를 발표하고 솔로 가수로 데뷔했다가 2004년 SG워너비에 합류해 재데뷔했다. SG워너비의 명반으로 꼽히는 1집부터 4집까지 함께했기에 현재 음원차트에서 재주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노래 '타임리스(Timeless)' '살다가' '죄와 벌' '광(狂)' '내 사람' '아리랑' 등에서 채동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타임리스' 앨범 재킷은 채동하다.
[우빈의 리듬파워] SG워너비는 4명…故 채동하를 기억하시나요
소몰이 창법으로 소울 시대를 연 SG워너비이지만, 세 명의 멤버들의 보컬 컬러가 뚜렷해 들으면 들을수록 좋았다. 채동하는 감미롭지만 어딘가 모르게 처연함이 느껴지는 허스키한 음색으로 리스너의 마음을 아리게 만드는 보컬을 지녔다. 찬란하게 슬픈 감성과 애절한 목소리, 단정하게 잘생긴 외모는 채동하를 스타의 길로 이끌었다.

SG워너비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채동하는 4집을 끝으로 2008년 5월 팀을 탈퇴했다. 당시 소속사는 채동하가 배우를 꿈꿔 SG워너비를 떠났다고 했지만, 이는 모두 거짓. 채동하는 SG워너비로 5년 가까이 쉬지 않고 활동하면서 간절하게 '휴식'만을 원했고, 계약 종료 시점 소속사를 나오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SG워너비를 떠난 뒤 은퇴까지 생각했던 채동하는 뮤지컬 '안녕, 프란체스카'를 하면서 무대에 다시 서기로 결심했고, 팀 탈퇴 1년 6개월 만인 2009년 11월 첫 정규 앨범 '에세이(Essay)'를 발표했다.

'에세이'는 인간 채동하, 가수 채동하의 인생이 담긴 앨범이다. 자작곡도 수록했고 수년간 써온 일기의 일부를 발췌해 에세이 형식으로 하고 싶은 말을 담았다. 채동하는 SG워너비 탈퇴를 두고 나오던 '불화설' '연기자 겸업설' 등 오해를 깨고, 스스로 하던 고민에 대한 해답을 내리고 싶었다. 채동하의 '에세이'는 '진심'이었다.
사진=채동하 '에세이' 재킷
사진=채동하 '에세이' 재킷
'에세이' 후에도 미니앨범 ‘디데이(D Day)‘와 V.O.S.출신 박지헌과 듀엣을 결성해 냈던 싱글 ‘어제 같은데‘까지 내며 잘 지내는 것 같았던 채동하는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팬들의 곁을 떠났다. 채동하는 2011년 5월 27일 서울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떠난 원인을 생활고와 우울증으로 추측했다.

SG워너비의 명성에 비해 턱없이 적었던 정산, 골든디스크 3번의 대상에도 손에 쥐지도 못했던 상금, '타임리스'의 성공에도 버스 요금 1000원도 없었을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려 새벽에 신문과 우유 배달을 했다던 그의 인터뷰들이 뒷이야기를 대신했다.
그룹 SG워너비
그룹 SG워너비
사진=텐아시아DB
사진=텐아시아DB
채동하의 SG워너비 탈퇴 후 이석훈이 합류하면서 지금의 SG워너비를 쭉 유지하고 있다. 그 시절을 함께 살아왔던 대중은 채동하를 기억하지만, SG워너비 2기의 무대만 본 이들은 채동하를 알지 못한다. 채동하가 너무 일찍 떠난 탓에 그의 이름은 희미해졌지만, MBC '놀면 뭐하니?'의 MSG워너비 프로젝트로 인해 그가 다시 선명해졌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채동하의 생전 무대 영상이 재조명됐고, 레전드 영상 중 하나로 꼽히는 무반주 '아리랑' 무대도 많은 사람들이 봤다. 김진호가 KBBS2 '불후의 명곡'에서 '살다가'를 부른 영상도 화제가 됐다. 김진호는 채동하 파트에서 노래를 멈췄고, 영상으로 채동하의 모습과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인간극장'에서 채동하가 SG워너비에 마치 2004년으로 돌아가 함께 화음을 맞추는 듯한 이 무대는 팬들을 울렸다.
사진=KBS2 '불후의 명곡'
사진=KBS2 '불후의 명곡'
SG워너비의 재인기로 채동하의 고화질 영상도 많이 올라오는 중. 특히 KBS 유튜브 채널 중 하나인 '인물사전'은 채동하가 2002년 '글루미 선데이'를 발표했을 때 출연했던 KBS2 '윤도현의 러브레터' 무대를 고화질로 올리며 '세상의 어떤 누군가는 당신보다 당신을 더 사랑합니다'라는 멘트를 넣어 채동하의 팬들을 찡하게 만들었다.

SG워너비는 김진호, 김용준, 이석훈 그리고 고 채동하다. 10년이 지났지만 그의 목소리가 잊히지 않길 바라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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