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전부터 치열한 경쟁 시달려
단체 숙소 생활 문제점도 극심
악플 및 루머에 크게 다치는 마음
빼곡한 스케줄로 인한 육체적 피곤도 문제
 그룹 뉴이스트 아론 /사진 = 텐아시아 사진DB
그룹 뉴이스트 아론 /사진 = 텐아시아 사진DB
아이돌이 아프다. 몸이 아니고, 마음이다. K팝의 위상은 날로 드높아지지만, 일부 아이돌은 엔터 산업의 구조적 모순에 엮여 벼랑끝에 내몰리고 있다.

12일 뉴이스트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멤버 아론이 심리적 불안 증세로 안정과 휴식이 필요하다는 전문의 소견을 받았다"며 "아론의 정규 2집 활동을 유동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많은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심리적으로 불안감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활동을 잠정 중단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아론 외에도 앞서 가수 강다니엘, 그룹 트와이스 정연, 미나, 이달의소녀 하슬, 몬스타엑스 주헌, 우주소녀 다원 등이 정신 건강 이상을 이유로 활동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아이돌이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활동 중단까지 이르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연습생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의 중심마음의 병은 공장처럼 아이돌을 찍어내는 엔터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반한다. 아이돌 연습생들은어린 나이부터 치열한 경쟁의 중심에 서게 된다. 데뷔조에 들기 위해, 그리고 데뷔의 문턱을 넘기 위해 남들보다 좀 더 연습해야 하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린다.

데뷔조에 들어간다 한들 바로 무대에 서는 것도 아니다. 회사의 사정에 따라 데뷔도 못한채 허송세월하는 연습생들은 상암동, , 청담동에 차고 넘친다. 정상에 선 많은 아이돌에게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물으면 열이면 아홉 이상 연습생 시절을 꼽을 만큼 연습생 시절의 경쟁은 심한 스트레스로 남는다.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단체 생활은 어려워또, 데뷔조에 들게 된 아이돌들은 단체 숙소 생활을 하게 되는데,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 숙소 생활을 하는 것은 적지 않은 어려움이 동반된다. 어딜 가나 사람이 둘 이상 모이면 서로 다른 점이 생기고 조율해야 하는 점이 생긴다.

10대 중후반의 청소년이 적게는 4-5명 많게는 9-10명 이상의 멤버들을 배려하며 집단 생활한다는 것은 분명 여러 가지 문제가 따른다. 잊을 만 하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그룹 내 따돌림도 여기에서 파생되는 문제다.
그룹 트와이스 정연, 미나-이달의소녀 하슬-몬스타엑스 주헌-가수 강다니엘/ 사진 = 텐아시아 사진DB
그룹 트와이스 정연, 미나-이달의소녀 하슬-몬스타엑스 주헌-가수 강다니엘/ 사진 = 텐아시아 사진DB
쏟아지는 관심 속 악플도…공격에 노출된 아이돌꿈에 그리던 데뷔를 하고, 인기를 누리게 된 상황에서도 아이돌에게도 심리적인 어려움은 찾아온다. 바로 악플이다. 99개의 선플이 있어도 1개의 악플에 신경 쓰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의도치 않은 실수라도 하면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고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오랜 시간 그저 아이돌 데뷔와 성공의 꿈만을 꾸며 정신없이 달려왔고, 아직도 어린 나이의 아이돌 멤버들에겐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마인드 컨트롤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 상황에서 실시간 악플에 노출된 아이돌은 여지없이 무너지기 쉽다.

악플로 인한 병폐는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였고, 지난해부터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기사 등에 댓글 폐지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형성된 악플과 루머 형성은 고질적으로 아이돌을 괴롭히는 요소다. 눈코 뜰 새 없는 스케줄, 몸이 힘드니 마음도 힘들다지나치게 빽빽한 스케줄 소화도 아이돌의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친다. 코로나19로 공연 및 행사가 많이 없어 그 정도가 많이 줄었지만, 아이돌 컴백 전 연습부터 컴백 후 프로모션 활동을 생각하면 적어도 2-3달은 충분히 자지 못하면서 활동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눈코 뜰 새 없이 빼곡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아이돌에게 평안하고 여유로운 정신이 깃들기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소속사들은 아이돌의 상황은 알지만, 수익 구조상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티스트와 최장 계약 기간인 7년 사이에 연습생 때부터 들어간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빽빽한 활동을 돌릴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중소형 기획사 같은 경우 흥행에 성공한 아이돌 한 팀이 회사 살림을 모두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돌의 인기가 언제 식을지 모르는데 연습생부터 회사 식구들까지 생각하면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데뷔 전부터 체계적인 정신 관리 필요아이돌 멤버들이 정신-육체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것은 예전에도 분명 있었을 것이나, 그 뜻을 받아들여 활동을 쉬게 해주는 경우는 최근 들어 바뀐 추세다. 소속사에서 멤버들의 건강 상태를 세심하게 돌보고 의견을 존중하는 케이스가 많아진 것은 좋은 신호로 읽힌다. 악플 문제에 있어서도 아이돌을 대신해 소속사에서 발 벗고 나서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고 있다.

다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데뷔 전부터 소속사의 체계적인 교육과 정신 관리가 필요하다. 아이돌의 세계에서 경쟁은 불가피한 것이겠으나 그 상황 속에서 건강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게 도와주고, 숙소 생활 역시 차근히 들여다보며 문제점을 미리 포착해 해결 및 중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스케줄 역시 멤버들의 상황을 세심히 고려해 조정해 주는 배려가 요구된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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