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3일) 영화 '올빼미' 개봉
맹인 침술사 된 류준열
류준열 /사진=텐아시아 DB
류준열 /사진=텐아시아 DB
《강민경의 인서트》
영화 속 중요 포인트를 확대하는 인서트 장면처럼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가 영화계 이슈를 집중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배우 류준열이 첫 사극에 도전한 '외계+인'(감독 최동훈) 1부 아픔을 씻고 '올빼미(감독 안태진)'로 돌아왔다. '올빼미' 역시 사극이지만, 역사 한 줄에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시력이 좋다던 그는 3개월간 촬영하면서 오히려 초점 잃고 생활하는 게 편해졌다고 했다.

'올빼미'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조선 왕가의 의문사인 소현세자의 죽음에 새로운 허구의 캐릭터를 가미하여 완성한 영화로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 같았다"고 기록된 역사적 미스터리에서 출발했다.

류준열은 '올빼미'에서 경수를 연기했다. 경수는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맹인 침술사. 류준열이 '외계+인' 1부로 첫 사극에 도전했다면, '올빼미'를 통해서는 맹인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나 '올빼미'는 한국 드라마, 영화 사상 처음으로 '주맹증'을 다뤘다. '주맹증'이란 밝은 곳에서의 시력이 어두운 곳에서보다 떨어지는 증상을 뜻한다.
영화 '올빼미' 류준열 스틸 /사진제공=NEW
영화 '올빼미' 류준열 스틸 /사진제공=NEW
류준열은 경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실제로 주맹증을 앓고 있는 분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고. 안태진 감독에 따르면 주맹증을 앓고 있는 3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눈이 부시기 때문에 낮에는 잘 돌아다니니 않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상태로 주로 집에 있다가 보통 해가 지면 밖으로 나가 생활한다는 것. 안태진 감독은 "'올빼미'는 잘 보이는 기준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류준열이 직접 만나 본 이들은 어땠을까. 그는 "짧게 관찰해봤다. 그분들을 인터뷰한다고 해서 첫날부터 가슴 깊이 있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인생 이야기를 잘 안 하신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깊은 이야기를 하기 쉽지 않지 않나. 제가 만나 본 분들은 유쾌하고 인터뷰하시는 걸 재밌어하셨다. '올빼미'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관객에게 충분히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류준열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병인 '주맹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표현했다. 밝을 때는 시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어디를 보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눈에 초점이 없다. 밤에는 초점이 잡혀 낮과 다르게 반짝반짝하다. 또한 '택시운전사', '봉오동 전투'에 이어 세 번째로 함께 호흡을 맞춘 유해진과 류준열의 케미도 빛난다.
영화 '올빼미' 류준열 스틸 /사진제공=NEW
영화 '올빼미' 류준열 스틸 /사진제공=NEW
'주맹증'을 앓고 있는 경수를 보여주기 위해 스크린의 색은 유독 어둡다. 밝을 때는 초점이 없는 류준열의 눈과 어두울 때 초점이 잡힌 류준열의 눈은 정말 다르다. 스크린 속 류준열은 관객들을 점점 스크린 앞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그만큼 자기 '눈'만을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

'올빼미' 촬영은 지난해 가을쯤 시작해 3개월가량 짧게 촬영했다. 촬영이 끝난 뒤 후반 작업을 거쳐 관객 앞에 선보이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류준열은 "간소하지만, 집중력 있게 몰아서 찍었다"고 했다. 류준열을 비롯해 '올빼미'의 출연진, 스태프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집중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3개월가량 집중해서 경수와 동화된 류준열. 그 여파로 아직도 아침에 일어나서 초점을 잡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류준열은 "아침에 일어나서 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가지 않나. 그때 거의 초점이 잡히지 않는다. 병원에 가서 검사받았는데, 내게 초점을 잡고 보라고 하더라"며 "촬영하면서 억지로 초점을 빼다 보니 편안하다고 해야 하나. 반대로 이야기하면 초점을 잡는데 애를 써야 하기 때문에 안 잡는 게 더 편했다"고 밝혔다.
류준열 /사진=텐아시아 DB
류준열 /사진=텐아시아 DB
초점을 빼고 있다는 게 편하다는 류준열의 시력은 괜찮을까. 류준열은 "초점을 잡으면 시력은 좋다. 1.5다"라고 말했다. 시력은 좋지만, 초점이 잡히지 않은 상태가 더 편하다는 류준열이다. 류준열이 연기한 경수는 쉽게 나온 캐릭터가 아니다. 제작진, 촬영, 조명, 미술 스태프들과 안태진 감독과 함께 그 어떤 작품보다 많은 대화를 나눈 뒤에 탄생했다.

류준열은 '올빼미'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더욱 깨달았다. '올빼미' 속에는 류준열을 비롯해 많은 스태프의 땀이 고스란히 담겼다. 안태진 감독은 "'올빼미'를 온전히 즐기고 싶다면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인해 티켓값이 올라 극장으로 발걸음이 뜸해지고 있긴 하다.

하지만 '올빼미'는 118분 동안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김성철 역시 "영화관에 많이 찾아와주셨으면 좋겠다. '올빼미'를 선택하신다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약속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시력 좋던 류준열의 눈 초점을 잃게 만들고,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올빼미'. 극장에서 직접 경험해보면 어떨까.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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