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추석 대전 '복병'
이정현X김성오X양동근X서영희,이미도
연기파 배우 총출동
'시실리 2km' 신정원 감독 8년 만의 신작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포스터./ 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포스터./ 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눈을 감고 곤히 잠든 모습이 가장 예뻐서일까? 남편 만길(김성오 분)은 쌔근쌔근 자고 있는 아내 소희(이정현 분)에게 입맞춤을 건넨다. 이어 만길은 자신이 정성껏 차린 아침식사로 세상 다정한 남편 코스프레를 한다. 급기야 밥을 먹다 말고 뜨겁게 달아오른 욕구를 분출하며 가감없이 애정을 표현한다. 소희는 행복하다. 신혼의 단꿈에 빠져있다. 모임에서 만난 동창생들도 믿지 못할 만큼 완벽(?)에 가까운 남편과 알콩달콩 살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예측불허다. 한순간 모든 것이 무너져 버렸다. 남편을 둘러싼 비밀을 알게 된 소희는 충격에 빠진 것도 잠시, 배신감에 휩싸인다. 그리고 충격적인 비밀을 가진 만길이 자신을 죽이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역공을 준비하기에 이른다.

소희는 고등학교 때 절친인 '센언니' 세라(서영희 분), 뜻밖에 복수에 가담하게 된 양선(이미도 분), 그리고 남편의 모든 비밀을 파헤친 미스터리 연구소 소장 닥터장(양동근 분)과 힘을 합쳐 반격에 나선다. 여기에 만길의 정체가 지구를 차지하러 온 외계인 언브레이커블임이 밝혀지고, 정부요원까지 합세하면서 점점 전대미문의 상황으로 번져간다.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김성오./ 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김성오./ 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근래 영화를 관람하면서 눈물 날 정도로 웃어 본 기억이 있나 싶다. 이 오묘한 영화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빵 터지게 만든다. 이미 지나간 장면이 다시 떠올라서 자신도 모르게 '풉'하고 웃음을 터트리게 된다.

신정원 감독 특유의 연출력에 연기파 배우들의 힘이 더해지면서 'B'급 코드에 가까운데도 A급 코미디물의 위력을 보인다. 심지어 조-단역으로 등장하는 인물들도 놀라운 연기로 배꼽을 잡게 만드니 흠 잡을 데가 거의 없다. 신 감독은 "매우 진지하고 심각한데 상황들이 웃기는 톤 앤 매너의 영화를 목표로 했다"고 했고, 양동근도 "나는 웃기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진지하게 상황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욕심이 과해서 작정하고 웃기려다 '망작'이 된 작품들이 여럿 있는 반면,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 황당한 일이 벌어져 웃기는 관찰 예능처럼 억지스럽지 않아 재미있다.
[TEN 리뷰]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A급 웃음 유발하는 B급 코드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스틸./ 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스틸./ 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웃음'을 유발하는 구간은 자연스러운데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전체를 놓고 보면 산만하고 부자연스럽다. 장르의 벽을 허물고, 코미디부터 스릴러, 액션, SF를 다 담아냈기 때문이다. 자칫 연출력과 연기력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말 그대로 '유치뽕짝' 3류 영화가 됐을 수도 있다. 남편이 알고보니 외계인이고 여고 동창생들이 그를 죽이기 위해 분투한다는 이 이상한 이야기를 감독과 배우들의 능력을 무기로, 신박하고 독특한 작품으로 완성시켰다.

마치 대학로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소동극 한 편을 연상케 한다. 독특한 상상력으로 구현한 'B급 코드' 영화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기 보다, 가볍운 마음으로 스크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웃다가 울다가 상영관을 나올 것이다.

오는 29일 개봉.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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