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11│[미리보기] <뱀파이어>, 이와이 슈운지의 화사한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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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일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16:30
브리핑: 여자의 두 팔과 두 다리에 꽂은 주사 바늘을 타고 붉은 피가 서서히 빠져나간다. 더운 피는 고요히 4개의 유리병에 담기고, 남자는 마치 토마토 주스처럼 그 피를 벌컥벌컥 들이마신다. 그렇다, 이 남자는 뱀파이어다. 하지만 그에겐 검은 망토도 날카로운 송곳니도 없다. 후드 티에 안경을 쓴, 길에서 만났다 해도 그냥 스쳐 지나갈 평범한 남자, 고등학교 생물 선생인 사이먼(케빈 지거스)은 자살 사이트를 통해 먹잇감을 유인해 피에 굶주린 본능을 달래면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단체로 자살을 결심한 이들과 함께 승합차에 오른 사이먼은 그곳에서 금발 머리 소녀 ‘레이디 버드’(아델라이드 클레멘스)를 만난다. 소녀는 이내 사이먼의 본능을 눈치 채지만 그로부터 생의 다른 의미를 발견한다. “자살하지 않고 이제 너를 위해 사는 건 어떨까? 대신 원할 때 마다 내 피를 너에게 주면서 말이야.”

관람 포인트: 이와이 슈운지라는 이름만 듣고 교복 입은 일본 소녀들의 싱그러운 웃음소리를 기대했다면 곤란하다. 의 배경이 되는 미국 시애틀은 뱀파이어 코스튬에 기대어 강간을 저지르는 차가운 피의 동물들과 자살 이외에는 어떤 탈출구도 없어 보이는 슬픈 인간들이 뒤섞여 살아가는 절망의 도가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와이 슈운지 특유의 감수성까지 사라지진 않았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몸에 흰 풍선들을 달고, 죽음으로 가기 직전 애벌레의 움직임을 보는 주인공은 분명 악인이지만 “다음 생에는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은” 가련한 짐승이다. 조용히 자살을 꿈꾸는 여고생으로 등장하는 아오이 유우와의 만남은 그리 길지 않다. 물론 이와이 슈운지의 애정 충만한 클로즈업과 그녀의 영어 연기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이와이 슈운지의 핏빛 러브레터 ★★★★
에서 까지 이와이 슈운지는 늘 하얀 설원 속에, 눈부신 벚꽃 아래 죽음을 묻어 놓은 감독이었다. 그의 화사한 절망은 시애틀에서도 슬프게 빛난다.

사진제공. 부산국제영화제

글. 백은하 기자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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