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청년경찰’ 포스터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청년경찰’ 포스터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2000년대에 성행하던 남성 투톱의 액션 버디물이 2017년식 B급 개그를 안고 돌아왔다. 재미는 물론 현실과 닿은 소재로 공감까지 잡았다. 영화 ‘청년경찰’ 얘기다.

‘청년경찰’은 청춘 수사 액션극이다. 경찰에 꿈이 없던 경찰대생 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은 납치 사건을 목격해 신고한다. 하지만 복잡한 절차와 부족한 증거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자 학교에서 배운 대로 직접 수사에 나서고, 그 과정에서 예측 불가한 상황들을 마주하며 성장한다. 대한민국 대표 청춘배우 박서준과 강하늘의 조합으로 눈길을 끌긴 했지만 처음부터 기대치가 높진 않았다. 스토리 전개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남성 투톱 액션 버디물’이라는 장르인 데다 대작들이 즐비한 여름 극장가에 도전장을 내미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영화여서다.

뚜껑을 연 ‘청년경찰’은 편견을 뒤집고 여름 극장가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경찰이 아니라 준비생들이 벌이는 수사극은 어딘지 어설프지만 날 것의 냄새가 났다. 코미디가 극을 이끄는 힘이지만 마냥 가볍지는 않다는 점이 극의 매력이다. 이러한 변주를 풍성하게 채우는 박서준과 강하늘의 열연 역시 빛났다.

‘B급 감성김주환 감독, 박서준X강하늘 콤비 빛났다

행동파와 이론파, 극과 극의 캐릭터가 조화를 이루는 설정은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김 감독의 유머와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니 신선하게 변모한다. 극 중 기준과 희열은 경찰대생이다. 실제 경찰들이 수사에 이용하는 위치 추적이나 무기 등을 사용할 수 없는 처지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실전에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욕이 충만한 기준과 두뇌를 사용하는 희열의 활약은 통쾌하다.

성향이 달라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던 두 청년이 소고기를 계기로 친해지는 과정이나, 강남 클럽에서 여자를 꾀려 분투하는 모습 등은 갓 스무 살이기에 더욱 공감이 가고 풋풋하다. 아는 것이 없어 용감한 기준과 아는 것이 많아 예민한 희열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성장한다.

박서준과 강하늘은 스무 살의 치기 어린 모습부터 몸과 마음들 단련하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표현한다. “짭새? 돈도 안되는 일을 뭐하러…”라고 무시하는 말을 들으며 미묘하게 변하는 박서준의 표정은 놀라울 정도다. 버디무비의 매력은 배우들의 케미다. 박서준과 강하늘은 이를 충분히 충족시킨다. 육두문자를 남발하면서 더욱 끈끈해지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공감과 웃음을 선사한다.

영화 ‘청년경찰’ 스틸컷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청년경찰’ 스틸컷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청춘의 성장기부터 7시간의 크리티컬아워까지현실성 더했다

기준은 일반 대학교에 낼 등록금이 없어서, 기준은 엘리트 코스가 지겨워서 경찰대에 입학한다. 꿈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없었지만 점차 꿈을 찾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공감을 자아낼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대 양 교수(성동일)와 군기반장 주희(박하선)의 역할도 빛난다. 청소년과 어른의 경계에 선 갓 스무 살의 청춘들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두 사람이다.

액션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기준과 희열의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양꼬치 가게에서 조선족을 상대로 하는 무모한 싸움을 벌인 이후 사건의 핵심 인물을 만나 좁은 골목에서 처절한 패배를 맛본다. 이후 재정비해 벌이는 주차장 액션까지 현실에 부딪히면서도 나아가고자 하는 인물들의 희망과 용기를 대변한다.

7시간의 크리티컬아워(피해자가 납치 후 사망할 확률이 높은 시간. 의학용어로는 골든타임) 설정 역시 눈길을 끈다. 납치된 여성을 구하기 위해 7시간의 제한시간을 두고 분투하는 두 인물의 모습은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세월호 7시간’을 연상케 한다. 김 감독이 언론시사회에서 “내 영화에서라도 구하고 싶었다”고 고백했으니 단순한 설정이 아니다.

현실성까지 갖춘 극은 단순히 웃음만 있는 킬링타임 영화를 벗어나 울림을 선사한다. 오는 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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