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택배비 4천 원에 담긴 노동의 의미
, 택배비 4천 원에 담긴 노동의 의미" /> ‘우체국 집배원’ 1부 EBS 밤 10시 40분
언뜻 보기에 우체국 집배원과 ‘극한’ 직업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동안 이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던 급류순찰대나 해양폐기물 수거반처럼 특수한 위험을 무릅써야 하거나, 혹은 시간에 쫓겨 분초를 다투는 드라마 제작팀과 달리 집배원은 일상 속 평온한 풍경의 일부처럼 여겨지곤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7월 말, 폭우 속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던 한 집배원이 급류에 휘말려 사망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동료에게 배달하던 우편물을 건네고 사흘 뒤 시신으로 발견된 그의 나이는 고작 스물아홉이었다. 단지 천재지변으로 인한 예외라고 하기엔 오로지 각자의 육체적 노동을 통해 대부분의 과정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집배원은 일상적으로 극한 상황에 처하는 직업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들은 편지 대신 이메일을 쓰게 되었지만 대신 늘어난 각종 고지서와 택배 박스를 들고 그들은 매일 수백 개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꽉 차면 2, 300kg에 달하는 리어카를 끌며 골목을 돈다. 폭염에도 폭우에도 마찬가지다. 할당된 우편물은 어떻게든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추석을 앞두고 평소의 세 배 이상 늘어난 택배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고 다시 새벽부터 업무를 개시하는 이들의 생존의 현장은 섣불리 ‘사명감’과 ‘숭고함’ 따위 낭만을 투사하기엔 너무나 척박하다. 다만 우리의 일상적 ‘소비’의 과정, 4000원짜리 기본요금에 얼마나 처절한 노동이 수반되는지를 마주하는 것은 종종 필요한 일이다. 우리는 누구나 서로의 노동에 기대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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