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일요일 밤에> ‘오빠밴드’ MBC 일 오후 5시 20분
‘오빠밴드’의 폐지가 안타까운 건 그들이 성장했고, 밴드로서 윤기가 점점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분명, 그들의 레퍼토리는 ‘밴드’라 하기엔 지루했지만 음악이 주는 감동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문제는 이 성장이 굉장한 인내를 가지고 ‘오빠밴드’를 매회 봐왔거나, 첫 회를 보고 최근 무대를 본 사람만 빼면 알 수도, 관심을 가질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시청률을 위해 인순이와 에픽하이를 긴급 수혈하고, 밴드니까 기계적으로 대학 밴드부들을 모아서 객석을 채우면 무엇 하나. 선곡은 여지없이 7080로 흐르고 ‘토크, 합주, 그리고 공연’이란 기계적인 포맷은 또 반복됐다. 밴드에 대한 이해나 고민 없이 기존의 예능 틀에다가 억지로 집어넣으니 발생한 문제다. 지난주 이승철이 ‘연습은 집에서 혼자 각자하는 것이고 합주실은 그것을 맞춰보는 곳’이라는 말을 듣고도 밴드의 생리를 이해 못하는 제작진이, 가시적이지 않는 ‘성장’을 포착할 리가 없다. 뻔히 음이 틀리고, 보컬라인마저 흔들리는데도 잘 한다고 감동 섞인 자막을 넣는 뻔뻔함 혹은 무지가 만든 씁쓸한 유산이다. 이미 폐지가 결정된 마당에 하나마나한 소리지만 어제 방영분은 오빠밴드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화석이었다. 더 범위를 넓혀보자면 <일요일 일요일 밤에> 전체를 지배한 조급증과 취향 부족이 고스란히 드러난 한 회였다. 그래서 폐지처분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하나도 놀랍지 않다.
글 김교석

<솔약국집 아들들> KBS2 마지막회 일 밤 7시 55분
혜화동 고즈넉한 골목을 오가는 이들의 정겨운 간이역 같았던 솔약국집이 문을 닫았다. 소소한 일상성과 가족 공동체의 미덕이 잘 살아있던 초반부에 비해 새로운 갈등을 위해 작위적 설정에 끌려갔던 후반부 때문에 훈훈한 캐릭터들과 골목 풍경의 사랑스러움이 다소 빛바래긴 했지만, 그래도 정든 이웃 떠나보내듯 아쉬운 맘으로 마지막 이야기를 지켜봤다. 대단원이니만큼 이 복작대는 대가족이 벌려놓은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과정이 주였다. 가족 근황을 정리해주는 장면도 서로 다른 화자를 통해 세 번이나 등장했다. 그런데 이 방식이 또 마냥 <솔약국집 아들들>답다. 오디션에 합격한 미란(하재숙)과 늘 그녀와 아웅대던 사돈어른 시열(변희봉)을 함께 태운 자전거가 한밤의 골목길을 털털거리며 달려가는 동안, 둘의 대화를 통해 진풍(손현주)의 분가, 대풍(이필모)의 상견례, 선풍(한상진) 부부의 임신, 그리고 수희(강은비)가 엄마와 화해하고 하나 아빠와도 재결합한다는 소식들이 반가운 엽서처럼 차례대로 도착했다. 그 다음부터는 솔약국집 둘째며느리 복실(유선)의 나레이션으로 전해지는 동화 같은 후일담이다. 수진(박선영)과 은지(유하나)는 예쁜 아이를 낳고, 대풍과 복실은 솔약국 위에 부부 솔의원을 차렸으며, 대학입학 후 입대한 미풍(지창욱)은 수희, 용팔과 함께 면회 온 하나를 만난다. 최종 마무리는 대가족을 위해 헌신하느라 마음고생이 가장 심했던 엄마 옥희(윤미라)의 독백이었다. 깊은 밤 홀로 마당에 앉아 아들 가족들의 방문을 바라보며 “그래도 내가 잘 살았어”로 시작해서 “저것들이 나 죽을 때까지 아무 일 없이 잘 살아야 할 텐데”로 끝맺음하는 그녀의 말은 이 훈훈한 가족판타지가 여전히 악역까지 불사하는 엄마의 희생 위에 바탕하고 있음을 환기시킨다.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가족의 복원과 확장을 진득한 뚝심으로 그려온 정통 가족극의 마지막 인사는 그렇게 긴 여운을 남겼다.
글 김선영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